박진이: 『숨』 – 날·갯·짓

2025.12.16 ▶ 2025.12.24

아트플러그 연수

인천 연수구 청량로101번길 33 (옥련동)

Map
  • 전시포스터

  • 박진이

    검은 숨, Mixed Media on Canvas, 116.8x80.3cm, 2025

  • 박진이

    空寂至順(공적지순), Mixed Media, 45.5x37.9cm, 2025

  • 박진이

    空寂之瞬(공적지순) , Mixed Media on Canvas, 45.5x37.9cm, 2025

  • 박진이

    숨 - 날갯짓, Mixed Media on Canvas, 80.3x80.3cm, 2025

  • 박진이

    『숨』 – 날·갯·짓 , Mixed Media on Canvas, 2025

  • 숨-날갯짓 , Mixed Media on Canvas 72.7x60.6cm. 2025

  • 흰숨 , Mixed Media on Canvas. 116.8x80.3cm. 2025

  • 박진이

    흰숨, Mixed Media on Canvas. 116.7x80.3cm. 2025

  • 박진이

    항해, Mixed Media on Canvas. 72.7x60.6cm. 2024

  • 박진이

    항해, Mixed Media on Canvas. 72.7x72.7cm. 2024

  • 박진이

    숨-날갯짓, Mixed Media on Canvas. 80.3x80.3cm. 2024

  • 박진이

    숨 -날. 갯, 짓, Mixed Media on Canvas. 80.3x80.3cm. 2024

  • 박진이

    숨 -날. 갯, 짓 , Mixed Media on Canvas. 80.3X80.3cm. 2024

  • 박진이

    숨 -날. 갯, 짓 , Mixed Media on Canvas. 80.3X80.3cm. 2024

  • 박진이

    바람이 분다, Mixed Media on Canvas. 80.3x80.3cm. 2024

  • 박진이

    전시장 전경,

Press Release

생명의 순환과 치유적 풍경
_박진이 작업에 새겨진 ‘숨’과 생태학적 상상력


홍경한(미술평론가)

“바람이 스치듯, 기억의 결을 따라 생명이 남긴 숨결을 더듬는다. 화면 위로 번지는 먹빛은 물성과 정신이 만나는 지점에서 미묘한 울림을 낳는다. 그의 그림에는 한 줄기 풀잎, 한 송이 꽃, 그리고 채송화의 향기를 머금은 어머니의 손등이 있다. 그것들은 자연을 동경해온 일상의 조각이자 생의 은유이며, 사소함 속에서 피어난 소박한 언어다. 박진이 작가는 그것들을 통해 ‘살아 있음’의 미세한 떨림을 기록한다. 세상의 모든 색이 번져 사라진 자리에 남는 것은 결국 숨이다. 그것은 자연과 인간, 시간과 존재를 잇는 가장 조용한 호흡이다.”

숨-날·갯·짓
<숨-날·갯·짓>(2024~) 연작은 박진이의 작업이 개인적 서정에서 사회적 연대로 확장되고 있음을 고지한다. 이 시리즈의 시작은 ‘모감주나무’의 씨앗이다.(모감주나무 덕분에 각종 나무의 이름도 알게 됐다. 벽오동나무, 쉬땅나무 등) 배 모양의 씨방에 검은 씨앗을 담고 바다를 건너 새로운 땅에 뿌리내리는 모감주나무의 생태는, 작가에게 이주와 정착의 은유다.
모감주나무 씨앗의 여행은 두 가지 층위에서 해석된다. 첫째는 생태학적 층위다. 씨앗의 이동과 발아는 식물의 생존 전략이자 종의 확산 메커니즘이다. 박진이는 이를 ‘항해’와 ‘유영’이라는 명사로 표현하는데, 식물에 주체성과 의도성을 부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인간과 비인간 행위자들이 동등한 지위에서 세계를 구성한다는 사유와 다름없다.
둘째는 디아스포라의 층위다. 작가는 작업실에서의 인터뷰 당시에도 언급했듯 모감주나무의 씨앗 여행을 120년 전 하와이로 떠난 한인 이민자들과, 현재 인천 함박마을에 거주하는 고려인 가족들의 이주 경험에 겹쳐 놓는다. 사탕수수 농장에서의 꿈을 안고 태평양을 건넌 조상들의 여정과, 중앙아시아에서 한반도로 돌아온 고려인들의 귀환은 모감주나무 씨앗의 표류와 정착이라는 자연 현상과 구조적으로 동일하다.

이러한 비유는 디아스포라를 예외적이고 비극적인 사건이 아니라, 생명의 보편적 현상으로 재맥락화한다. 모든 생명체는 본질적으로 이동하고 적응하며 생존한다. 뿌리를 내린다는 것은 한 곳에 고정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환경과 관계를 맺으며 변화하는 것이다. 질 들뢰즈와 펠릭스 가타리(Gilles Deleuze &Félix Guattari)의 ‘리좀(rhizome)’의 개념처럼 중심 없이 수평적으로 퍼져나가며, 어디에서든 새로운 연결을 만들어낸다.
‘날·갯·짓’이라는 제목은 작가의 주제의식을 보다 명료히 들여다 볼 수 있는 단초다. ‘날갯짓’을 형태소 단위로 분해함으로써, 날다(飛), 물가(浦), 짓다(作)라는 다층적 의미로 활성화한다. 이는 기러기의 이동(강화도에서 특히 자주 목격되는데, 이곳에 박진이 부부의 옛집이 있다), 씨앗의 해안 표착, 새로운 삶을 짓는 행위를 동시에 지시한다. 한글의 조어적 유연성을 활용한 이러한 표현은 언어가 고정된 의미의 그릇이 아니라 생성적 힘을 지닌 도구임을 알려준다.
쉼을 갈망하는 이주민을 포용하고 다름을 인정하며 위로의 날갯짓을 전하려하는 작가의 의도는, 예술의 사회적 기능을 명확히 한다. 여기서의 명확함이란 박진이에게 예술이 무엇인지를 살피게 하는 요소다. 그것은 심미적 대상이기 이전에, 공감과 연대의 매개다. 이주민이라는 구체적 타자를 지목함으로써, 작가는 추상적 휴머니즘이 아닌 현실의 사회적 문제에 개입한다. 사실상 정치적 관점도 무시할 수 없다.

그가 작가노트에 평양 백화원 영빈관 정원에 식수한 모감주나무를 언급함은 명백히 정치적이다. 그렇다고 좌우로 나뉜 이데올로기(ideology)의 개입은 아니다. 분단 상황에서 남북을 잇는 상징으로 심어진 나무가 ‘화려한 평화의 꽃’을 피우기를 바라는 마음이요, 생태학적 상상력 생태학적 상상력은 박진이 작업을 관통하는 핵심 동력이다. 그에게 자연은 배경이나 소재가 아니라, 사유의 원천이자 존재의 모델이다. 씨앗의 이동, 꽃의 개화, 계절의 순환은 그저 쉽게 마주하되 쉽게 간과하는 자연 현상이 아니라, 인간 삶의 구조와 의미를 이해하는 통로다. 조금 더 멀리보자면(작가는 밝힌 적 없지만) 에코-페미니즘(Eco-feminism)이 제시한 인간과 자연의 비위계적 관계를 예술적으로 구현한 것이다.을 통한 화해의 가능성을 제시하고자 하는 의도다.(그래서인지 어떤 작품은 위아래가 구분되어 있고, 작품 하단에 모감주나무 씨앗이 놓여 있다) 이를 아주 오래전 작가의 작업과 연결하면 사회조각을 통해 공동체의 변화를 꿈꾸었던 요제프 보이스(Joseph Beuys)의 마음이 그러하지 않았을까 싶다. 척박한 땅의 거칠음에 윤기를 더하는 채색의 생명적 약동으로 말이다.

전시제목박진이: 『숨』 – 날·갯·짓

전시기간2025.12.16(화) - 2025.12.24(수)

참여작가 박진이

관람시간10:00am - 06:00pm

휴관일일요일

장르회화

관람료무료

장소아트플러그 연수 Artplug Yeonsu (인천 연수구 청량로101번길 33 (옥련동) )

기획박진이 작가

주최박진이

주관박진이

후원인천광역시, 인천문화재단

연락처032 858 7661

Artists in This Show

아트플러그 연수(Artplug Yeonsu) Shows on Mu:um

Current Shows

화살표
화살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