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의 지형도

2025.09.10 ▶ 2025.10.12

아트센터 화이트블럭

경기 파주시 탄현면 헤이리마을길 72 (법흥리)

Map
  • 전시포스터

  • 김형주

    노란 식물과 향 2 Yellow Plant and Scent 2 2024, acrylic, ink on hanji, mounted on canvas, 60.6×90.9cm

  • 서원미

    낮잠 Siesta 2024, oil on linen, 60.6×72cm

  • 유창창

    당신이 던지는 건 받기가 힘들어_04 It Is Hard to Catch What You Throw_04 2024, acrylic, animation paint, fabric ink, paint marker, nail polish, colored pencil on canvas, 30×30cm

  • 윤상윤

    Trombird 2025, oil on canvas, 60×72cm

  • 표영실

    평면적 2023, pencil and watercolor on paper, 25×38cm

  • 홍정욱

    Plano- 2023, acrylic color, wire and wire clothing on birch structure, 24×30×9cm

Press Release

숨의 지형도 : 숨결이 그려내는 감각의 지도

어떤 풍경은 지도로 기록되지 않는다. 그곳에는 시간의 결을 따라 흐르는 숨결, 고요 속에 잠긴 침묵, 반복되는 일상과 그 사이에 스며드는 틈이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이 풍경은, 지도 위 좌표로 표시되지 않는 영역에 속한다. 《숨의 지형도》는 바로 이 영역을 가시화하는 시도이다.

이번 전시는 ‘숨’이라는 단어에서 출발한다. 숨은 생명을 유지하는 가장 단순하고도 필수적인 리듬이자, 우리가 거의 의식하지 않은 채 반복하는 행위이며, 때로는 마음을 지탱하는 은밀한 힘이다. 숨은 한 사람의 몸속에서만 머무르지 않는다. 숨의 흐름은 관계를 거치며 다른 이의 호흡과 맞물리고, 장소와 기억 속에 스며들어 새로운 층위를 만든다. 여섯 명의 작가—김형주, 서원미, 유창창, 윤상윤, 표영실, 홍정욱—는 이 ‘숨’을 각자의 시선과 매체를 통해 호출하며, 서로의 감각과 시간, 기억을 한 화면 위에 포개어 놓는다. 그렇게 완성된 지도는 단일한 길을 안내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감정과 기억, 회복과 돌봄이 얽혀 있는 다층적 경로를 드러낸다.

김형주는 반복되는 행위와 패턴 속에서 발견되는 미세한 떨림을 화면 위에 담는다. 동양화적 구성 안에서 무수히 포개진 선들은 일상적 시간의 층위를 형성하며, 단조로움 속의 미묘한 파동을 시각화한다. 그의 화면은 관람자의 호흡을 천천히 풀어내며, 무심한 반복 속에 숨어 있던 감각을 되살린다.

서원미는 언어로는 완전히 붙잡히지 않는 정서를 포착한다. 화면 속 파편화된 서사는 때로는 이미지와 말 사이를 떠돌며, ‘말할 수 없음’ 자체를 드러낸다. 개인적인 기억은 은유적 형태로 부유하다가, 어느 순간 보편적인 감정의 장으로 연결된다. 관람자는 그의 작업 앞에서 오래 머물며,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의 결을 따라가게 된다.

유창창은 내면의 기억과 외부 세계의 이미지를 교차시키며, 애니메이션적 상상력을 회화에 접목한다. 그의 화면 속 장면들은 익숙하면서도 기묘한 분위기를 풍기며, 웃음과 불안, 서정과 비판이 동시에 배치된다. 이 대비는 무겁고 가벼운 감정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들게 하고, 관객을 낯설고도 친숙한 감각 속으로 끌어들인다.

윤상윤은 회화의 여백과 리듬을 통해 ‘보이지 않는 흐름’을 그린다. 재즈의 즉흥성과 구조를 차용한 그의 작업은 반복과 일탈, 규칙과 무질서가 공존하는 시각적 악보처럼 보인다. 화면 위의 기호들은 단순한 형태를 넘어 숨결의 음계처럼 작동하며, 관람자로 하여금 침묵의 소리를 상상하게 한다.

표영실은 감정을 물질로 변환하는 화법을 구사한다. 겹겹이 쌓인 얇은 색의 결은 피부에 스며드는 온기처럼 화면 위에 퍼지고, 무심한 붓질조차 감정의 결을 띤다. 그의 회화는 조용하지만 분명한 울림을 남기며, 관객에게 감각의 미세한 결을 따라가도록 이끈다.

홍정욱은 구조와 해체를 반복하며 일상과 비일상의 경계를 허문다. 영상, 설치, 입체적 구성 등 매체 간 경계를 넘나드는 작업 방식은 익숙한 시공간을 새롭게 조립하고, 보이는 것 너머에 숨겨진 질서를 탐색하게 한다. 그의 작업은 관객의 인식을 흔들며, 우리가 놓치고 있던 구조의 층위를 드러낸다.

이렇듯 여섯 명의 작가는 각자의 언어와 감각으로 ‘숨’을 해석하며, 개별성과 집합성이 어우러진 하나의 지형을 만든다. 그 지형은 멀리서 보면 복잡하고 추상적이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세심한 숨결의 흔적들이 어지럽지 않게 배열되어 있다. 시선이 머물던 자리, 손끝이 스친 결, 말이 멈춘 순간들이 감각의 단위로 차곡차곡 쌓인다.

팬데믹을 거치며 우리의 감각은 무뎌졌고, 관계는 멀어졌으며, 말은 쉽게 흘러나오지 않게 되었다. 그러나 숨은 여전히 흐르고 있었다. 《숨의 지형도》는 잊고 있던 그 흐름을 다시 더듬게 한다. 여기서 우리는 서로 다른 호흡이 만나고, 겹치고, 어우러져 하나의 풍경을 이루는 과정을 목격하게 된다. 조용히 포개진 감정과 시간이 화면 위에 쌓이며, 이 전시는 하나의 완결된 감각의 지형으로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그것은 좌표로 기록할 수 없는, 그러나 분명히 느낄 수 있는 또 하나의 풍경이다.

아트센터 화이트블럭 학예팀장 | 원채윤

전시제목숨의 지형도

전시기간2025.09.10(수) - 2025.10.12(일)

참여작가 김형주, 서원미, 유창창, 윤상윤, 표영실, 홍정욱

관람시간11:00am - 06:00pm
주말, 공휴일: 11:00am - 06:30pm

휴관일없음

장르회화, 입체

관람료무료

장소아트센터 화이트블럭 Art Center White Block (경기 파주시 탄현면 헤이리마을길 72 (법흥리) )

주최아트센터 화이트블럭

주관아트센터 화이트블럭

후원한국문화예술위원회, 한국메세나협회

연락처031-992-4400

Artists in This Show

윤상윤(Yoon Sang-Yoon)

1977년 출생

표영실(Pyo Young-Sil)

1974년 출생

홍정욱(Hong Jung-Ouk)

1975년 출생

아트센터 화이트블럭(Art Center White Block) Shows on Mu: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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