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내용
순호의 그림에서 자연은 명확하게 전달되지만, 구체적인 재현의 형태로 표현되지는 않는다. 추상적 성격 속에서 반복되는 작가의 표현을 통해, 자연은 회화로 연결되는 지점에서 완성된다. 그 어법은 조용하고 자연스러운 분위기로 전달되며, 작가의 일상 속에서 감각화되어 상상의 풍경처럼 등장한다.
자연 전체를 평면 안에 담아내려는 듯, 관계의 형성은 작가의 그림에서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무겁지 않으면서 편안한 느낌으로, 평면 위의 표현은 색과 색이 어우러지며 서로를 연결한다. 사유와 감각으로 이루어진 즉흥성은 이미지로 전환되고, 아름다우면서, 진지하게 되돌아온 색채는 미묘하게 겹치는 색감으로 여림을 표현하다가, 다시 진한 색으로 마무리된다. 물질의 입자처럼 견고하게 공간을 점유하며, 깊이감을 선사한다.
정확히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 회화를 만드는 힘이라면, 작가에게 자연은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해주는 동기이자 원천이다. 삶의 터전이기도 한 제주도의 자연은 작가에게 ‘살핀다’는 행위를 이끌어냈고, 그런 하루는 언제나 설렘으로 시작되었다. 흘러가는 구름의 형태, 들판의 풀, 나무와 어우러진 풍경은 감각 속에 기억으로 자리잡으며, 그림을 그리게 하는 행동으로 이어진다. 삶이 곧 일상이라면, 작가의 기분 또한 그 일상 속에 담겨 있다. ‘느낀다’는 것에 초점을 맞추었을 때, 우울보다는 긍정적인 작가적 성향이 작품의 나타난다.
삶의 무게는 어디에 두어야 할까. 예술의 시작은 언제나 특유의 멜랑콜리에서 비롯된 질문에서 시작되었고, 작가 또한 예외는 아니었을 것이다. 평면 안에는 삶과 연관된 다양한 것들이 숨어 있다. 생명체에 대한 존중, 더불어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미덕까지. 그는 자연을 공감하며, 그로부터 많은 것을 배워왔을 것이다. 언제나 새로운 시선으로 자연을 바라보았고, 그곳을 진심으로 좋아한다.
온몸으로 감각된 자연은 추상이라는 범주 안에서 일상을 이끈다. 무의식의 잔재처럼 붓질이 지나가고, 새로움을 전제로 한 발견은 지금 이 순간과 연결된다. 눈으로 볼 수 없는 것들을 확인하려는 수많은 시도가 과학으로 입증되었다. 입자의 파동이 만들어내는 양자역학적 에너지는 물결치며, 상호 순환하는 물질의 존재 여부를 드러낸다. 고정된 것처럼 보이지만, 고정될 수 없는 시각이 함께한다. 이러한 상황은 예술가들로 하여금 외형보다는‘생각하는 자세’를 통해 감성의 형상을 완성하게 했다. 작가의 작업은 이러한 순수한 바람과 맞물려, 긍정적인 시각에서 추상을 그린다. 빠르게 흐르는 세상 속에서 미세한 흐름을 포착하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인간의 자유 의지로 인한 물질의 변화가 세상에 영향을 미칠 때, 그것이 작가의 통찰로 작품으로 변화되는 모습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작가노트
나무 사이에 서서 빛과 바람, 온도와 공기를 느낀다. 상상이 시작 된다. 허공에 꽉 찬 공기와 빛이 우리의 사이를 메꾸어 서로 연결하고 있다. 대기의 온도와 습도에 따라 변하는 나뭇잎처럼 허공에 가득 찬 요소들이 존재들을 변화시키고 연결하고 있다.
어린 시절 등하굣길 마다 계절의 변화에 대한 경이로움이 가득했던 것이 대학생이 되어서 양자역학에 관심을 가지면서 보이지 않는 허공의 입자들에 대한 관심으로 증폭 되었다. 과학에서는 진공 상태 조차도 아무것도 없는 상태가 아니라 무언가로 꽉 차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런 과학 이론들은 물질과 물질 사이의 허공을 바라보게 하고 물질을 구성하는 입자들을 상상을 하게 한다. 상상은 일상의 풍경을 흔들고 피부에 닿는 바람에도 낯선 의심이 들게 한다. 추상적이고 감각적인 느낌이기에 추상회화 형식이 되었다.
작업의 시작은 계절을 만지는 느낌으로 색의 섞임과 번짐을 이용하여 드로잉 한다. 캔버스 위에 빛과 바람, 공기가 등장 한다면 어떻게 조화롭게 움직일까 하고 붓을 든다. 유화 물감과 큰 붓을 이용하여 캔버스 위에 단번에 드로잉을 한다. 드로잉의 결과는 우연에 맡긴다. 여기서 내가 자연을 바라볼 때와 같은 접근법으로 다가간다. 터치와 터치 사이를 살피는 것이다. 드로잉을 할 때는 터치에 집중하지만 상상을 할 때에는 그 사이의 허공부분을 파고들면 조형적 상상이 계속 이어질 때가 있다. 그러면 그 드로잉을 선택하여 구체적인 이야기를 만들어 가면서 작은 터치를 더하고 물감을 흩뿌린다. 레이어가 겹겹이 쌓이며 화면의 밀도가 꽉 찼을 때, 그것이 내가 느꼈던 공기의 밀도가 데려가 준 상상의 세상에 도착 했다고 느껴지면 멈춘다. 화면 위에는 무수한 입자와 함께, 그곳에 함께 있었던 나의 흔적 또한 남아 있다.
우리가 허공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사실 입자로 가득 차 있으며, 그 보이지 않는 입자들이 만들어내는 공기의 흐름과 바람, 빛 등으로 우리 모두는 연결되어 있다. 나의 작업은 이러한 연결감에 대해서 탐구하며 시작 되었다. 보이지 않는 흐름으로 시작된 드로잉이 색채와 터치로 상상의 세계를 드러낸다. 보이지 않는 흐름이므로 자유로운 시도가 가능했다. 이것은 변화와 생명에 관한 개인적인 질문이나 주관적인 표현으로 끝날 수도 있지만, 나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관객과도 연결되길 원한다. 추상적인 풍경을 통해 관객 또한 지나온 삶에서 경험한 연결감을 떠올리며 짧은 여행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실제로 우리는, 그리고 지나온 시간은 모두 연결되어 있고 내 작업은 그러한 연결감을 구체적으로 드러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
_2025 순호
전시제목순호: 공기,빛 It Is In The Air
전시기간2025.08.29(금) - 2025.09.21(일)
참여작가
순호
관람시간11:00pm - 06:00pm
휴관일없음
장르회화
관람료무료
장소갤러리 도올 Gallery Doll (서울 종로구 삼청로 87 (팔판동) )
연락처02-739-1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