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기환·조진호: 온(溫).한(寒)의 표면-붓과 칼의 담(談)

2025.07.04 ▶ 2025.09.26

해움미술관

경기 수원시 팔달구 매산로 133 (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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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ss Release

전시평론

<온(溫).한(寒)의 표면-붓과 칼의 담(談)>

평론: 이선영 평론가
번역: 이영교 박사 (한국박물관협회 2025 뮤지엄커넥션 전문번역가)

2025년 해움미술관의 첫기획전인 <온(溫).한(寒)의 표면-붓과 칼의 담(談)-손기환, 조진호>은 색과 형태에 있어서 반대편에 놓인 항들이 공존하고 대화하는 전시다. 따스함과 차가움은 그 온도의 차이로 공기 중의 입자가 이동하는 듯한 잠재적 움직임을 내포한다. 붓과 칼이라는 키워드는 두 작가가 회화와 판화를 주요 매체로 사용한다는 공통점에서 왔다. 이들의 작품 면면은 붓과 칼처럼 소리 없이 강한 이미지의 특성이 특징이다. 이번 전시에서 조진호는 회화와 판화를, 손기환은 판화를 주로 선보인다.

미국의 인류학자 루스 베네딕트가 일본문화를 [국화와 칼]로 요약하면서 일본의 사무라이 정신을 지적했다면, 이 전시에서의 ‘붓과 칼’에서의 칼은 붓의 변주로 예술적 맥락으로 사용했다. 하지만 ‘칼’이 지니는 절도와 날카로움이 배제되지는 않는다. 이 두 작가의 작품이 기층 민중 문화의 혁명적 잠재력과 접속하려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 반대되는 항목을 마주하게 하면서 얻는 더 큰 효과는 보편성이다. 앞서 인용한 인류학의 예들은 각 문화권에서 안정적인 두 항을 찾아낸다. 가장 대표적인 이는 레비 스트로스의 구조주의 사상이다. 구조주의적 사유는 인류학을 넘어서 인문 사회 분야 전반에 걸쳐 큰 영향을 끼쳤다. 레비 스트로스는 [슬픈 열대]에서 서구사회를 과열된(hot) 또는 동적인 사회를 정적인(cool) 사회와 대조한 바 있다. 전자는 발전과 새로움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뜨겁고 후자는 반복적인 지속이 특징이라는 점에서 차갑다.

조진호
조진호의 작품에는 인간의 문명보다 더 느릿하게 진화해 온 자연의 리듬과 조응하는 소재가 다수 등장한다. 가지와 밑둥을 생략한 채 화면을 가득 메운 거목은 붓으로 그려졌지만, 판화의 강하고 단순한 조형 언어를 공유한다. 무채색 톤과 확연히 구별되는 붉은색 거목 안에는 인간의 몸짓이 빼곡하게 담긴다. 희생과 응전으로 이루어진 역사는 자연에 비해 더 역동적이다. 하지만 작가는 그조차도 거목의 품에 넣어 인간사를 자연사에 복속시킨다. 판화작품에서는 석상과 돌탑, 정한수와 기와집, 풍경(風磬)과 소 등 민속적 소재가 등장한다. 딱 이름붙일 수 있는 역사적 대상은 아니지만, 그가 선택한 여러 황토 유산들은 무명의 영토에 자연처럼 존재한다.

오래된 조상(彫像) 형태의 외곽선 안에 꽃, 정한수, 탑, 새 등의 이미지가 빼곡하게 쟁여져 있는 작품은 그가 다루는 전래의 소재들이 자연을 다룰 때 표현하는 방식과 같다. 그는 간결하고 힘찬 선으로 핵심만을 표현한다. 조상 안에 쟁여진 또 다른 조상이나 민초들의 희망을 담은 돌탑은 무한히 회귀할 뿐 문명사의 강박관념인 ‘발전’주의는 없다. 살아있는 닭과 엮인 굴비 등을 보자기에 싸안고 어딘가로 향하는 노부부는 명절 때 이루어진 것같은 오래간만의 이동일 것이다. 비행기를 타고 출퇴근하는 현대인도 있는 것에 비하면, 그들이 누리는 ‘문명’은 느릿하고 간헐적이다.

손기환
팝아트와 정치를 결합시킨 작가로 평가되는 손기환의 판화는 1980년대 민중미술의 한 켠에서 민중과 더불어 대중을 끌어안으려는 시도와 연결된다. 이전의 만화적 어법의 회화와 마찬가지로 판화 또한 간략함과 강렬함을 전달할 수 있는 매체로 선택된다. 다만 그의 판화는 1980년대식의 전위적 메시지 전달보다는 보다 보편적인 삶을 아우르려 한다. 보편성은 구조주의가 인간 주체보다 구조의 힘을 강조하면서 부각된다.

구조적 보편성은 실존적 사고가 개성을, 변증법적 사고가 특수성을 강조하는 것과 차이가 있다. 하나의 형태와 특정 의미로 고정되지는 않지만, 붉은 꽃과 푸른 산 등이 떠오르는 풍경은 음과 양 같은 구조적 대립항의 관계가 돋보인다. 화면 가득히 산포된 존재들은 상호관계의 망을 이룬다. 식물과 새 등의 형태를 찾을 수 있는 작품도 개체적 존재보다는 전체가 한데 어울려 삶의 무늬를 짜는데 방점이 찍힌다. 서로 돕기도 하고 경쟁도 하는 자연에는 빈틈이 없다.

그의 풍경은 서정성을 넘어 굵고 힘찬 명암의 선들이 특징이며 하나의 광경으로 고정되는 것이 아니라 풍경화 된다. 꽃, 나무, 다리, 배, 옛 건물 등이 흑백의 흐름 속에 종합된다. 힘 있는 선이지만 사물의 경계를 명확히 고정시키는 선은 아니다. 강력한 명암 대조에 붉은 포인트인 꽃은 칼날처럼 예리하다. 매해 다시 태어나는 식물의 순환적 시간관은 단선적 진보의 역기능에 대한 대안적 모델이 된다.

전시제목손기환·조진호: 온(溫).한(寒)의 표면-붓과 칼의 담(談)

전시기간2025.07.04(금) - 2025.09.26(금)

참여작가 손기환, 조진호

관람시간10:00am - 06:00pm

휴관일매주 월요일,법정공휴일 휴관

장르회화

관람료무료

장소해움미술관 haeum museum of art (경기 수원시 팔달구 매산로 133 (교동) )

기획해움미술관

주최해움미술관

후원경기도, 수원시

연락처031-252-9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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