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민미술관(관장 김태령)은 5월 30일부터 7월 20일까지 《시대복장 Iconclash: Contemporary Outf its》(이하 시대복장)을 연다. 이번 전시는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세 패션 스튜디오 지용킴, 포스트아카이브팩션(파프), HYEIN SEO가 동시대를 반영하는 매체로 패션을 다루는 방식에 주목한다. 패션은 다양한 하위문화를 둘러싸고 유행을 창조하며, 서울은 이를 유연하게 수용함으로써 새로운 미적 지형을 형성한다. 세 스튜디오는 생동감 넘치는 서울의 특성을 반영하면서 시대적 맥락을 가진 옷을 만든다.
지용킴은 선블리치(Sun-Bleach) 기법을 활용한 작업을 선보인다. 지용킴이 채택한 선블리치는 옷감을 일정 기간 자연에 노출해 흔적을 남기는 기술로 모든 옷에 각각의 고유성을 부과한다. 이는 기존 패션산업의 통상적인 생산 절차를 따르지 않고 옷의 물질성을 독자적으로 이해하려는 지용킴의 정체성을 반영한다. 1전시실에 놓인 지용킴의 작업은 예술 작품과 의복 사이에 위치한 디자인 오브젝트로 제시된다.〈흔적들(Traces) 〉( 2025)은 선블리치 기법으로 만든 검은 맥코트 22벌을 설치한다. 시차에 따라 다른 무늬와 색조를 띠는 코트들이 반원형 목재 구조물과 함께 자연의 예측 불가능한 시간을 하나의 궤적으로 드러낸다. 지용킴은 이번 전시를 위한 옥외 현수막을 제작하여 선블리치 기법의 형식을 확장한다.
포스트아카이브팩션(파프)은 브랜드의 세계관을 관통하는 데이터의 집약체를 보여준다. 이들이 제안하는 패션은 일방적인 소비를 넘어 완성과 미완성의 가능성을 왕복하는 정보의 흐름이다. 파프의 작업 전반을 관통하는 ‘아카이브’란 과거와 현재가 함께 그려내는 풍경이자 미래의 가치를 생성하는 시스템이다. 2전시실에 놓인 〈아카이브의 무지개(Rainbow of the Archives) 〉( 2025)는 12채널로 구성된 아치형 설치물로, 2016년 파프가 시작된 이래 현재에 이르기까지 파편적으로 수집한 미공개 비디오를 모아 송출한다. 〈패턴의 바다(A Sea of Patterns) 〉( 2025)는 의복에 쓰이는 패턴으로 전시실 바닥을 메운 설치 작업이다. 의복과 기억의 단위를 구성하는 패턴을 이용해 부분과 전체가 상존하는 구조를 조형한다.
HYEIN SEO는 스튜디오의 저장 공간을 미술관으로 옮겨와 개방형 자료실 혹은 수장고처럼 개념화한다. 이 자료들은 지난 10년간 HYEIN SEO가 진행한 22개의 컬렉션에 관한 리서치, 그 이면의 내러티브와 아이디어를 담은 편린이다. 3전시실에 놓인 〈프로세스 보드(Process Board) 〉( 2025)는 디자이너의 스케치, 드로잉, 참조 이미지 등에 임시 분류 체계를 부여한다.〈작품점검표(Condition Check) 〉( 2025)는 이와 짝을 이루는 월 그래픽 형식의 색인으로 제시된다. 프로젝트 룸에는 HYEIN SEO의 옷을 착용한 안내원이 상주한다. 이들은 전시 운영을 위해 미술관이 고용한 스태프인 동시에 의복에 생명력을 불어넣어 비로소 패션으로 완성하는 퍼포머이다.
최근 미술관과 쇼룸이 점차 비슷해지는 경향은 미술과 패션이 공유하는 동시대 문화의 특징을 보여준다. 전시 부제 ‘아이콘클래시(Iconclash)’는 이 과정의 긴장과 충돌을 뜻한다. 《시대복장》은 세 스튜디오의 감각적인 작업을 통해 그간 일민미술관이 이어온 동시대 시각문화 연구를 확장하며, 불확실한 시대의 윤곽을 보다 선명하게 포착하려 한다. 5월 29일(목) 오후 5시부터 7시까지 오프닝 리셉션이 열린다. 총 45일간 진행되는 《시대복장》 은 매주 월요일 휴관한다. 전시에 포함된 설치, 영상, 아카이브 등은 모두 이번 전시에서 최초로 공개된다.
지용킴(f.2021)
지용킴의 디렉터 김지용(b.1990)은 일본 문화복장학원(Bunka Fashion College)에서 수학한 뒤, 영국 센트럴 세인트 마틴(Central Saint Martins)에서 학사와 석사 과정을 마쳤다. 르메르(LEMAIRE), 루이비통(Louis Vuitton)에서 디자인 어시스턴트로 일했다. 일정 기간 옷감을 태양광과 바람에 노출해 역동적인 흔적을 만드는 선블리치(Sun-bleach)를 고유한 패션 언어로 활용하며, 이는 전형적인 화학 염색과 대량 생산의 대안으로서 지용킴의 정체성을 형성한다. 2024―2025년 삼성물산 SFDF(Samsung Fashion & Design Fund)를 수상했고, 2024년 LVMH(Louis Vuitton Moët Hennessy) 세미파이널 리스트 20인에 선정되었다.
포스트아카이브팩션(파프)(f.2018)
포스트아카이브팩션(파프)은 2018년 서울에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임동준(b.1992)과 디자이너 정수교(b.1991)가 설립한 패션 스튜디오다. 임동준은 홍익대학교에서 산업디자인을, 정수교는 건국대학교 패션디자인을 수학했다. 파프의 컬렉션은 기존의 체계에 속하지 않는 세 가지 분류―레프트(Left), 라이트(Right), 센터(Center)―실험적 쿠튀르, 대중적 레디투 웨어, 그 사이의 형태ー로 구성된다.
산업으로서 패션의 기준인 생산성과 판매가능성보다 실험성, 조형성에 가치를 두며, 이미 완성된 구조 또는 형식을 지우고 해체하는 데 집중한다. 2021년 LVMH(Louis Vuitton Moët Hennessy) 세미파이널 리스트 20인에 선정되었다.
HYEIN SEO(f.2015)
HYEIN SEO는 서혜인(b.1987)과 이진호(b.1986)가 2014년 벨기에 앤트워프 왕립예술학교(Royal Academy of Fine Arts Antwerp) 재학 중 만든 패션 스튜디오다. 같은 해 뉴욕패션위크에서 첫 컬렉션을 선보였고 2018년 SS19 ‘White Noise’를 기점으로 서울로 주 활동지를 옮겼다. 소설이나 영화 속 한 장면, 혹은 동시대의 거리에서 영감을 받아 컬렉션의 서사를 구축하며, 옷을 통해 착용자가 스스로 해석하고 발견할 수 있는 여백을 남긴다. HYEIN SEO는 극적인 실루엣, 비대칭의 형태, 과감한 절개와 같은 장식성을 드러내지만 그럼에도 움직임에 제약을 주지 않는 실용적인 옷을 만든다.
전시제목시대복장 Iconclash: Contemporary Outfits
전시기간2025.05.30(금) - 2025.07.20(일)
참여작가
지용킴, 포스트아카이브팩션(파프), HYEIN SEO
관람시간11:00am - 07:00pm
휴관일매주 월요일 휴관
장르설치
관람료일반 9,000원
학생 7,000원(만 24세 이하 학생증 소지자)
장소일민미술관 Ilmin museum of art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152 (세종로, 일민미술관) 일민미술관 1, 2, 3전시실 및 프로젝트 룸)
주최일민미술관
후원한국문화예술위원회, 현대성우홀딩스
연락처02-2020-20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