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동 갤러리LVS에서 김시종 개인전 「Supernatural」을 개최한다. 김시종은 사진을 기반으로 한 현대미술 작가이자 MCM 아트 디렉터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작은 작가 자신을 투영한 ‘오리너구리의 모험’, 17세기 네덜란드 정물화를 오마주한 ‘Still Life’ 시리즈이며 디지털 콜라주 작업이지만 원근감과 명암을 축소하여 회화의 경계에 다다르는 사진을 구현한다.
김시종의 ‘Flowers in a tin bucket vase’ 는 부유함과 덧없음을 상징하는 네덜란드 정물화에서 영향을 받아 현대적으로 해석한 시리즈이다. 검은 배경과 대비되는 화려한 꽃들 사이로 뱀과 나비가 노니는 이 정물화는 공존할 수 없는 생명의 집합으로부터 오는 아름다움 속 야성과 자연을 초월한 화면을 보여준다. 헬리코니아, 글로리오사와 같은 열대 지방 꽃과 봄에 개화하는 작약과 튤립, 겨울에 피는 심비디움 난초까지 모든 계절성을 무력화하는 조합이 사진 속에 펼쳐진다. 색감은 화려하지만 서로 다른 서식지에서 자라는 꽃들이 한데 모여 인공적인 연출을 보여주며 이것은 정물화의 모사보다는 개념적 정물화의 창조에 가까운 모습이다. 모든 꽃과 곤충, 파충류는 하나씩 촬영되어 보정 단계를 거친다. 이 과정에서 개체의 색, 선, 패턴 등 미세한 특징을 컨트롤하여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형태를 만든다. 이렇듯 서로 다른 곳에서 온 개체들이 유기적으로 엮여 만들어진 화병의 모습은 단순한 오마주를 넘어 실제와 이미지의 경계가 어떻게 허물어지며 조작되고, 재현될 수 있는 지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관람자들은 꽃이 촬영 과정을 거치며 시간의 흐름 앞에 자연스럽게 고개를 떨구는 모습에서 생명과 죽음의 순환을 지켜보게 되며, 꽃 사이를 관통하는 뱀과 곤충의 구성은 아름다움과 불안함이 공존하는 자연 상태를 생각하게 한다. 뱀은 바니타스 회화에서 해골과 함께 자주 등장하는 요소로 유혹과 죽음을 상징하며, 꽃 속에 조용히 숨어있는 모습은 죽음이 언제나 가까이 있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이 시리즈는 고전 정물화의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인공적인 아름다움 속에 숨겨진 삶의 유한함, 즉 현대적인 바니타스를 재조명한다.
「Supernatural」은 본연의 자연 개체인 정(正)과 인간의 의도적 재구성인 반(反)이 공존하는 화면을 관람객에게 보여주고 프레임 안에 작가가 개입하며 일어나는 초자연적인 이야기를 들려준다. 인간의 생각을 손으로 표현하는 예술 작품과 자유롭고 사실적인 자연의 모습이 교차되는 지점에서 창작자와 관람자는 합(合)에 도달한다. 대표작 ‘오리너구리의 모험’ 시리즈도 육지와 민물, 해양, 서로 다른 세계가 교차하는 지점의 이야기를 담았다. 화면을 가득 채우는 만개한 꽃들 사이를 지나는 열대어, 관상어, 강과 호수에 사는 오리너구리의 만남은 이질성과 본성을 초월한 새로운 차원의 세계를 보여준다. 제목은 ‘모험’을 이야기하고 어떠한 장소성은 언급하지 않으며 이 곳은 육지가 될 수도, 심해가 될 수도, 강이 될 수도 있는 무한한 가능성의 공간으로 관람객을 맞이한다. 공기, 물, 햇빛, 흙 모든 자연 요소로부터 벗어난 생명들이 모인 자유로운 이 공간은 오로지 인간의 상상력에 의해 창조된 세계이다. 외국에 머물며 새로움과 불안함 속에서 예술의 길을 걸어온 작가 자신으로부터 느껴지는 이방인의 모습을 가장 특이한 포유류로 알려진 오리너구리에 투영하기도 했다. 오리너구리는 포유류이지만 조류와 어류의 특징을 가진다. 1798년 해군장교 존 헌터가 처음으로 오리너구리의 존재를 영국에 알렸지만 새도, 동물도 아닌 생물을 아무도 믿지 않았다. 결국 살아있는 오리너구리를 생포하여 인정받았지만 오리너구리는 지금까지도 모든 특징을 의심을 받으며 연구되는 특이한 생명체로 간주된다. ‘오리너구리의 모험’은 200년 넘게 희귀 동물과 혼종의 경계에 선 오리너구리가 모두의 시선과 인식으로부터 벗어나 자신이 가보지 못한 세계로 끊임없이 나아가는 자아의 여정이다.
김시종 작가는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를 졸업하고 광고회사에 재직하던 중 본인이 진정으로 원하는 창작을 위해 회사를 나와 영국왕립예술학교(RCA)에서 예술을 공부했다. 종합예술과 매체를 다루었던 업무 경험을 바탕으로 회화와 조각, 사진을 배우며 작품 세계를 넓혀갔다. 낯선 나라에서 새로운 꿈을 꾸며 불안과 혼란 속을 부유하는 존재성을 사유하는, 모호하지만 강인한 이방인의 정체성을 작품에 투영했다. 김시종의 작품은 영국에서 폴 스미스가 직접 작품을 소장하고 베를린, 파리, 런던 매장에서 작품을 전시하여 화제가 되었으며 파크 하얏트 런던(Park Hyatt London River Thames Residences)에서 작품을 소장하여 객실에 설치 되어있다. 본 전시 「Supernatural」은 6월 5일까지 신사동 갤러리LVS에서 전시되며 20점의 디지털 콜라주 작업을 선보인다.
갤러리LVS 이유진
전시제목김시종: Supernatural
전시기간2025.05.14(수) - 2025.06.05(목)
참여작가
김시종
관람시간월-금: 09:00am - 06:00pm
토: 10:00am - 05:00pm
휴관일일요일, 공휴일 휴무
장르회화
관람료무료
장소갤러리 LVS Gallery LVS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27길 33 (신사동, 쟈스미빌딩) 자스미빌딩 B1)
연락처02-3443-74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