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섦과 마주한다는 것은 두려움을 동반한다. 그것은 어렵거나 무섭고, 또 때론 새롭다.
국경을 넘어 삶의 거주지를 이동하는 것을 ‘이주’라 부른다. 오늘날 너무도 많은 사람들이 이주를 통해 새로운 삶을 이어가고 있다. 이제 우리는 다양한 매체 속에서 재외한국인, 재한외국인이 등장하는 장면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이것은 이주에 대한 우리의 인식이 달라졌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타국으로 떠났을 때의 경험을 상상해 보자. 우리는 그 상상 안에서 어떤 노력을 하게 될까. 낯선 환경, 낯선 사람들과의 적응을 위해 어떤 마음으로 무엇을 해야 할까. 이렇듯 이주란 ‘무언가를 해야 하는 노력’들이 뒤따른다. 그것은 단순한 개인의 이동을 넘어 그 사람이 자라 온 환경과 문화,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 사회 속에서의 역할 등 다양한 차원에 걸쳐 변화를 불러오게 된다. 실로 그것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경상남도는 수도권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재한외국인이 거주하는 지역이다. 2024년 말을 기준으로 25개국이 넘는 타국가 출신 인구 약 11만 명에 이르는 이주민들이 함께 살아가고 있다. 이렇듯 다문화를 대표하게 된 경남은 다양한 기관과 단체들을 통해 이주민들의 삶과 권리를 위해 또 다른 ‘노력’을 하고 있다. 이렇게 다양한 노력들이 이어지고 있는 이곳 경남에서 이주민들은 현재의 삶에 얼마나 많은 만족과 행복을 느끼고 있을까. 이주민들과 선주민들은 얼마나 소통하고 교류하며 살아가고 있을까. 이러한 물음과 함께 전시는 무엇을 담고 어떤 의미를 만들어 낼 수 있을까.
《실로 어마어마한 일이다》는 이주를 둘러싼 현재의 상황 속에서 우리는 어떤 인식과 태도로 살아가고 있는지, 어떻게 미래를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해 보고자 마련되었다.
전시는 그 크나큰 주제를 안고 수많은 물음들을 마주했다. 예술이라는 것이 현실의 문제를 어떻게 담아낼 것인지. 예술이 할 수 있는 역할은 어디까지인지. 유사한 주제의 전시들이 했던 고민들을 이어받아 또 어떤 이야기를 해나갈 수 있을지. 실제로 어떠한 과정을 통해 어떤 구성으로 어떤 작품을 담아낼 것인지. 그리고 가장 중요했던 물음은 ‘이 전시를 과연 누가 볼 것인지’였다. 그 수많은 물음들과 함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고, 그 시간들은 결국 답을 내어주었다. 전시의 구성, 과정, 방법 그 자체가 전시의 주요 의미와 함께하는 것. 예술가와 작품을 중심으로 보다 많은 사람들의 협업과 관람 경험이 켜켜이 쌓여 그 의미를 함께 만들어 가는 것. 그것은 곧 전시의 전 과정으로 함께했다. 특히 다양한 국가에서 온 이주민들의 참여와 관람은 이 전시의 핵심이 되었다. 매 순간 생겨나는 여러 고민들 앞에서 그것은 늘 해답을 내어주었다.
전시는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함께했다. 전체 구성 역시 선주민과 이주민 그 모두가 관객이 되어 함께 살아가는 삶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도록 순차적으로 꾸려졌다. 각 구성별 작품 또한 서로가 교차하고 연결되며 각각의 주요 의미로 함께했다. 이때 관객은 정보(텍스트)로 먼저 마주하기보다 각자가 가진 감각들로, 직접 만나고 경험하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그 의미를 찾아나갈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관객들의 이 다양한 이야기는 전시 자체로 함께하며 그 의미를 더해 나갈 것이다.
전시명 ‘실로 어마어마한 일이다’는 정현종 시인의 시 <방문객>에서 착안했다. 이주의 중심에 사람이 있고 사람의 이동은 많은 것을 동반한다. 이는 그 자체를 이해하고 지난 생각들을 돌아보며,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할지에 대한 답이기도 하다. 그것은 실로 어마어마한 일이다.
이번 전시가 잠시나마 선주민과 이주민이 소통하는 계기를 마련하고, 서로가 함께하는 삶에 대해 각자의 답을 찾아보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 정현종, <방문객> 중에서
전시제목실로 어마어마한 일이다
전시기간2025.03.14(금) - 2025.06.15(일)
참여작가
송성진, 야마우치 테루에, 이노우에 리에, 이연숙, 제럴딘 하비에르, 하차연, 해미 클레멘세비츠
관람시간10:00am - 06:00pm
휴관일월요일 휴관
월요일이 공휴일인 경우, 그 다음 첫 번째 평일 휴관
장르설치
관람료어른 1,000원(단체 700원)
청소년 및 군인 700원(단체 500원)
18세 이하 어린이 및 청소년, 65세 이상 노인, 장애인, 국가유공자 무료
장소경남도립미술관 Gyeongnam Art Museum (경남 창원시 의창구 용지로 296 (퇴촌동, 경남도립미술관) 경남도립미술관 1,2층)
연락처055-254-4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