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비나미술관은 2024년을 마무리하는 전시로 이세현 작가의 개인전 《빛나고, 흐르고, 영원한 것》展을 개최한다. 본 전시는 '붉은 산수'를 창안한 작가의 작품세계에서 중요한 전환점을 보여주는 전시로, 자연의 근원적 생명성과 우주의 영원성을 배경으로, 현실의 부정적 요소에 맞서 생명의 본질을 회복하고자 하는 작가의 예술적 변화를 깊이 있게 조명한다. 작가는 대표 연작 '붉은 산수'에서 한국전쟁과 분단 이후 금기의 색이 되었던 붉은색의 도입과 동서양 미술의 결합을 통해 분단 현실과 이념 갈등, 정치, 사회적 이슈, 개인적인 서정과 경험을 한 화면에 조합하여 강렬한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해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붉은 풍경 이면에 감춰진 한국 근현대사의 상처와 비극적 서사를 드러내는 사건 중심의 시각에서 벗어나, 자연과 우주를 통해 삶의 근본적인 가치를 탐구한다. 작가는 생성과 소멸의 순환 속에서 삶의 무상함을 인지하면서도, 그 안에서 희망과 생명의 지속성을 발견하고, 현실의 부정적 요소에 맞서 영원한 가치를 찾고자 하는 노력을 보여준다.
빛나고, 흐르고, 영원한 것
본 전시는 '붉은 산수'를 창시한 이세현 작가의 작품세계에서 새로운 전환점을 보여주는 전시로, 자연의 근원적 생명성과 우주의 영원성을 배경으로, 현실의 부정적 요소에 맞서 생명의 본질을 회복하고자 하는 작가의 예술적 변화를 깊이 있게 조명한다.
사회적 풍경에서 우주적 생명으로, 예술적 변화와 확장
작가의 대표 연작 '붉은 산수'는 한국전쟁과 분단 이후 금기의 색이 되었던 붉은색의 과감한 도입과 동서양 미술의 융합을 통해 한국 근현대사의 상처와 작가의 개인적인 경험을 담아낸 작품세계로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해왔다. '붉은 산수' 연작은 2007년 작가가 런던 유학 시절 대학원 졸업 전시에서 처음 선보인 작품이며, 동양인으로서 서구 미술사 속에 자신의 정체성을 어떻게 확립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되었다. 작가는 군 복무 시절 야간 투시경을 통해 본 한국의 풍경에서 영감을 받아 동시대적 서사와 개인적 서사를 한 화면에서 연결하는 독창적 화법을 개발하였고 이를 '사회적 풍경'이라고 명명하였다. 이번 개인전에서는 '붉은 산수' 연작이 가진 사회적 메시지를 넘어, 인간과 자연, 범우주적 초월의식으로 확장된 새로운 생명관을 탐구한다. 작가에게 자연과 우주는 삶의 본질적 배경이자, 생명성과 진정한 삶의 가치를 찾는 열쇠로 기능한다.
기억과 상실, 그 사이에서 찾은 희망의 빛
작품세계의 예술적 변화는 작가의 유년 시절의 기억과 고향의 상실감, 어머니의 죽음에서 비롯된 내적 상처에서 출발한다. 고향 거제도와 어머니의 고향인 통영의 자연 풍경은 작가의 존재와 예술적 뿌리였지만, 신거제대교 개발로 고향 마을이 사라지면서 그는 깊은 상실감을 경험하게 된다. 특히 25세에 어머니의 죽음을 맞이했던 충격적 경험은 삶과 죽음, 소멸과 영원에 대한 사유를 심화 시키며, 우주의 순환적이고 영원한 본질을 탐구하는 근원이 되었다. 작가가 어머니의 시신이 불타고 있는 순간 느꼈던 진한 야생화 향기는 생명의 덧없음과 동시에 삶에 대한 감사와 경외심을 암시한다. 고향에서의 행복했던 삶과 그 곳에서의 원형적 체험이 파괴되는 과정에서 겪은 작가의 상실감은 이번 신작에서 은하수, 구름, 번개와 같은 자연의 상징적 이미지들로 형상화된다. 작품 속 자연은 우주의 무한성과 불변성, 생명의 근원적 가치를 탐구하는 새로운 생명관과 초월의식을 표현하는 도구로 사용된다.
2층
시적이고 함축적으로 표현된 전시 제목은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측면에서 작가의 예술세계를 비추는 등대 역할을 한다.
빛나고 : 빛은 아름다움, 순수함, 희망, 생명력, 깨달음을 상징한다. 작품 속의 별과 은하수, 번개, 등대 등은 빛이 어둠을 밝히고 생명을 탄생시키는 근원적인 힘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흐르고 : 흐름은 시간과 역사의 흐름, 변화와 생성, 연결과 소통을 상징한다. 작품 속 구름, 혜성, 길 등은 정체되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자연의 모습을 보여주며 우주의 모든 존재가 연결되는 순환적 관계를 나타낸다.
영원한 것 : 영원성은 시공간을 초월한 불변의 가치와 진리, 예술의 지속성을 상징하며, 작가가 예술을 통해 추구하는 궁극적인 목표를 드러낸다. 작품 속 광활한 우주공간과 회화 재료로 사용된 금박은 유한한 인간 존재를 넘어서는 영원불멸의 가치를 강조한다. 이렇게 제목에 담긴 빛, 흐름, 영원성이라는 세 가지 요소는 각각 독립적인 의미를 지니면서도,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조화를 이루며, 자연과 우주적 관점에서 삶과 존재의 의미를 성찰하도록 유도한다.
3층
해안선 연작 의미 : 눈 감은 인물들의 초상화 150점을 밤바다의 수평선처럼 배치하여, 하늘과 바다를 가르는 경계가 사라지고 하나로 이어지는 우주적 연결성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이 연작은 인간 존재의 유한성, 그 안에서 영원히 지속되는 기억과 사랑의 가치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고 있다.
자연과 인간의 순환적 관계 : 눈 감은 인물들은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어선 존재로, 잠든 것처럼 보이지만 동시에 죽음을 상징한다. 이는 삶과 죽음, 생성과 소멸이 분리된 것이 아니라 자연의 순환 속에서 끊임없이 반복되는 하나의 과정이며 인간 또한 자연의 일부라는 것을 보여준다. 작가는 유년 시절 거제도에서 바다를 보며 자랐던 경험을 작품에 투영했다. 밤바다의 파도는 작가에게 삶의 무상함과 순환성을 깨닫게 해준 중요한 경험이었으며, 이번 작품의 주제 의식을 형성하는 바탕이 되었다.
기억과 사랑의 영속성 : 작가는 눈 감은 인물들의 초상화를 통해 외형적인 모습을 재현하는 것을 넘어, 그들과의 관계와 그들이 남긴 기억과 사랑의 영속성을 표현하고자 했다. 이들은 작가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던 소중한 사람들이다. 작가는 자신에게 희망과 위안을 주었던 사람들을 작품으로 기념함으로써, 인간관계의 소중함과 사랑이 삶에 부여하는 가치를 강조한다. 작가에게 예술은 사랑하는 사람들의 존재를 영원히 기억하게 하는 도구로 작용하며, 이는 사랑과 기억이 예술을 통해 불멸화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상처와 치유, 성찰의 메시지
이처럼 본 전시는 작가가 내면적 상처를 극복하고 자연과 우주를 품으며, 생명의 본질과 영원성에 대한 깨달음을 얻는 예술적 여정을 담고 있다. 작가의 내밀한 고백과 예술적 성찰이 담긴 작품들은, 관람객들에게 존재의 근원과 삶의 가치를 되돌아보는 소중한 경험을 제공하게 될 것이다. ■ 이명옥
전시제목이세현: 빛나고 흐르고 영원한 것
전시기간2024.11.27(수) - 2025.01.18(토)
참여작가
이세현
관람시간10:00am - 06:00pm
휴관일매주 월요일
장르회화
관람료- 성인, 어린이/청소년 : 3,000원
- 65세 이상/국가유공자/장애인 및 동반 1인 : 2,000원(* 증빙자료 제시 필수)
- 20인 이상 단체 : 미술관 별도 문의
- 사비나미술관 후원회원, 멤버십 회원 본인 무료입장
장소사비나미술관 Savina Museum (서울 은평구 진관1로 93 (진관동) 사비나미술관 기획전시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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