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노트
작업은 그저 생각이 지워지는 게 불편했던 것 같다.
그래서 생각이 났을 때 그 끝자락이라도 붙잡을 심정으로 꾸역꾸역 만들어 갔던 게 이번 전시의 준비였다.
기존에 늘 자연과 인간이라는 ‘불편한 공존, 인간의 욕심’이라는 주제들에 집중해 봤지만, 쉽사리 머릿속의 형상을 건드리기는 어려웠다.
아마도 인간의 욕심을 이야기하기엔 나 역시 인간으로서 자격 미달 같은 느낌이 있어 좀 더 객관적 시선에서 비판적 사고를 형상화하는 작업이 필요했던 것 같다.
그래서 확장된 시각과 객관적 인물로 나를 만들어 놓는 작업이 우선 필요했다.
그리고 그런 객관적 존재로서 인간을 보고 자연과 동물을 바라보는 초월한 에너지로써 지금의 자연현상들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나는 바람이고 돌이고 물이라는 느낌이 들 때까지 멍때리거나 생각 없이 작업실 어슬렁거리기를 반복했다.
한마디로 그냥 놀았다.
그러다 마주친 자연은 아주 작은 세상에서조차 삶의 모습은 경이롭고 그 본연의 모습에 충실하며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었다.
나뭇잎을 갉아 먹는 애벌레는 연신 우화를 위해 배를 채우고 있었고 애벌레에게 자기 살을 내어준 잎사귀는 마지막까지 광합성을 하려고 안간힘을 쓰는 듯 보였다.
모두가 자연의 균형을 맞추고 있었다.
오직 인간만이 그 균형을 무시하고 깨뜨리고 있었다.
멍때리는 시간과 생각 없이 작업실을 어슬렁거리는 일은 꾀나 재미있기도 하고 새로운 작업을 시작하는 루틴이 되고 있다.
나는 인간의 욕심은 식욕에서 출발한다고 생각한다.
인간은 먹기 위해 발전해 왔고 필요 이상으로 먹는 것에 집착하며 그것을 위해 전쟁을 하고 그것을 위해 상대를 속이고 아프게 한다.
결국 식욕은 욕심에서 욕망과 탐욕으로 발전하고 거대해진 탐욕의 그 끝은 자멸일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바이러스도 증식의 과정을 거치고 증식의 끝에 도달하면 스스로 소멸하는 과정처럼 인간 역시 바이러스일지 모른다고 생각하곤 하는데 뉴스에서 나오는 심각한 환경 재앙이나 그 끝을 모르고 발전하는 AI 기술들을 보면서 인간은 바이러스처럼 그 끝을 달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인간의 욕망과 탐욕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탐욕은 가장 어두운 곳에서 인간이 가장 나약한 시간에 우리들을 공격할 것이다.
그것이 환경일 수도 있고 AI일 수도 있다.
전시제목양현승 : Fork
전시기간2024.12.03(화) - 2024.12.09(월)
참여작가
양현승
관람시간11:00am - 06:00pm
휴관일없음
장르조각
관람료무료
장소갤러리 도스 Gallery DOS (서울 종로구 삼청로7길 37 제2전시관(2F))
연락처02-737-46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