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심 | 갤러리나우 대표
이애리와 이영지는 둘 다 공통적으로 장지에 먹과 채색으로 지극히 평범한 대상에서 특별함을 찾아내는 비범한 변주를 보여주고 있는 작가이다. 이애리는 꽈리, 이영지는 나무나 새로 대체된 자아의 의식과 무의식 사이를 오가는 순환을 드러낸다. 그래서 두 작가 모두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경계에서 반복적인 작업으로 조용히 치유와 쉼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애리의 “Good Luck in 꽈리”는 크고 작은 꽈리들이 흩어졌다 모이고 질서정연하기도 하며 군무를 추는 듯한 역동성적인 에너지 뒤에는 숨겨진 섬세한 호흡이 있다. 그들이 모아져서 우주적인 에너지로 까지 연결 되어지는 크고 작음의 미묘한 관계성 가운데 절대적 조화와 성장의 변화를 이끌어 낸다. 이애리의 꽈리는 자라고 증식하며 화면 가득 조형적인 질서와 관계를 보여준다. 꽈리의 자기복제로, 한가지 혹은 두세가지 칼라만으로도 완벽히 절제된 시각적 변화와 조화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선과 선만으로 이루어진 반복적 형태들은 리드미컬하게 기운 생동의 순환에너지의 정수를 느끼게 한다.
이영지의 작품 ‘기분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아’, ‘웃어라 너의 날이 올거야’ ‘사랑을 하면’... 등 제목처럼 작은 손을 가진 아이의 소망과 꿈을 귓속말로 속삭이는 듯하다. 이영지는 작은 잎들을 통해 내면의 이야기를 따뜻하게 들려준다. “펜으로 그냥 점과 선을 이어 나갔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잎이 무성한 나무가 되어 있었어요. 내 모습 같았죠.” 반복적이고 섬세하게 정성 들여 그려진 나뭇잎들이 모여 만들어진 한 그루의 나무는 그의 작은 일에도 마음을 기울이는 그의 삶과 작업의 자세와 맞닿아 있다. 분채의 맑고 선명한 색감을 얻어내기 위해 전통기법인 천연 아교를 사용해 반수 처리를 하고, 밑 색을 여러 번 덧칠하여 전체적으로 기분 좋은 생동감 있는 에너지를 얻어낸다. 거기에 넓은 영역을 차지하는 공간에는 깊이감을 주기위해 반복적인 흐린 먹으로 무늬를 입히는 작업으로 완성된다. 애잔하며 애틋하기까지 한 나무들과 관계의 의미를 상징하는 새, 그리고 나비, 벌 등 그에 비해 상대적으로 큰 공간인 여백은 역설적으로 깊은 울림이 전해진다.
지난하고 반복적이며 자신의 모습을 각각의 의인화된 표현방식으로 드러낸 두 작가는 자신에 대한 성찰이자 자신을 드러내는 대화의 한 방식으로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두 작가 모두 장지에 먹, 채묵(彩墨), 분채 등 한국적 재료를 사용하여 한국적인 맛을 보여주고 있지만, 이애리의 꽈리들의 반복적 표현으로 꽉 찬 화면, 이영지의 빈 공간을 먹으로 채워 허용되지 않는 여백도 두 작가만의 고전적 한국화의 표현양식을 답습하지 않고 새로운 물결을 만들어가는 표현방식을 보여준다.
동양적 소재와 반복적 표한 방식을 통해 자신의 에너지를 드러낸다는 공통점이 있는 이애리와 이영지가 한국작가들의 세계화의 물결속에 중심에 서기를 바라면서 한국미술사에서 허리 역할을 하고 있는 중요한 지점의 두 작가를 새롭게 주목해 보는 전시이다.
전시제목스며,듦 - Seep in, Soak
전시기간2024.12.05(목) - 2024.12.28(토)
참여작가
이애리, 이영지
관람시간10:00am - 06:00pm
휴관일일, 월 휴무
장르회화
관람료무료
장소갤러리 나우 Gallery Now (서울 강남구 언주로152길 16 (신사동) )
연락처02-725-29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