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영미술관은 지난 2022년 제16회 김종영조각상 수상 작가로 선정된 김승영 작가의 ‘수상 기념전’으로 <삶의 다섯 가지 질문>을 개최합니다. 又誠 김종영 기념사업회는 일생을 교육자로 헌신한 김종영 선생의 유지를 기리고자 1990년부터 격년으로 장래가 촉망되는 젊은 조각가와 현저한 공로가 있는 조각 단체를 선정해서 ‘김종영 조각상’을 시상하고, 수상 기념전시회를 개최했습니다. 2016년부터는 ‘미술상’으로 확대 개편해서 <매일경제> 신문과 공동주최로 시행하고 있습니다.
김승영 작가는 오랜 시간 삶에서 피어 오르는 내밀한 감성을 조각, 오브제, 영상, 사진 등 다양한 매체를 사용한 설치 작업으로 선보였습니다. 이러한 작품은 일관되게 자신의 심연에서 비롯된 독백을 간명하게 조형화한 것입니다. 따라서 그의 작업은 지금 미술계가 주목하여 미술 언론에서 화제가 되는 이슈와는 거리가 있고, ‘스펙터클’ 하지도 않습니다. 한마디로 김승영은 작업을 통해 김승영만의 감성이 물씬 풍기는 독백을 통해 ‘낯선 김승영’을 알아가고자 합니다. 이번 전시도 이런 선상에 있습니다.
<삶의 다섯 가지 질문>은 크게 2개의 질문으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하나는 ‘어머니의 기억’에서 비롯되었습니다. 3층 전시실에는 얼마 전에 유명을 달리한 어머니를 기억하는 작품 3점을 선보입니다. 소복이 쌓인 재 위에 숯처럼 새카맣게 탄 의자가 두 개가 나란히 놓여 있습니다. 더 이상 앉을 수 없는 의자입니다. 그런데 의자 하나가 다른 의자에 기대어 있습니다. 이 의자도 머지않아 바닥에 뿌려진 재가 될 것입니다. 벽에는 특이한 작품이 걸려있습니다. 천에 심박 그래프처럼 보이는 선을 보라색 실로 한땀 한땀 수놓은 <보라>라는 제목의 작품입니다. 천은 염할 때 쓰는 천인듯합니다. 더불어 작은 모니터에 생전 어머니 모습이 재생되고 있습니다.
다른 하나는 ‘김승영 자신’에서 비롯되었습니다. 1층 전시실은 2점의 <자화상>을 포함한 5점의 영상작품을 전시합니다. 3m 60cm 높이 벽에 투사된 느린 동작으로 재생되는 영상 속 인물들은 모두 똑같이 행동합니다. 각자 자신을 모델로 찍어 실물 크기로 인화한 사진을 네 모퉁이만 테이프로 붙여 벽에 기대 세웁니다. 인화지 무게 때문에, 사진은 여지없이 한쪽부터 떨어지기 시작해서 금방 주저앉습니다. 다시 일으켜 세워 붙이나 결과는 마찬가지입니다. 잠시 정적이 흐르다가 5장의 거대한 인화지가 주저앉는 순간 생기는 소리 역시 영상에 맞춰 느리게 재생되는데 마치 거대한 건물이 무너질 때 나는 소리처럼 전시장을 가득 채웁니다. 한편 김승영의 2점의 <자화상>은 서로 마주 보고 있는데, 하나는 1999년 첫 번째 전시 때 그이고, 이를 바라보는 다른 하나는 2024년 지금의 그입니다.
이 두 개의 질문은 2층 전시실에서 돌아가신 어머니를 위해 자개로 장식한 의자 6개를 펼쳐 놓은 작품 <장님을 이끄는 장님>-피터 뷔뤼헬(Pieter Brueghel de Oude)의 같은 제목의 작품을 연상시킴-과 또 다른 영상작품 <자화상-기억(1963~2024)>으로 ‘섞여 하나가 됩니다.’ 이 <자화상>은 1층에 전시한 <자화상>과 달리 김승영이 그 동안 수많은 만남 중 특별히 기억하는 사람들을 영화의 엔딩 크레딧 처럼 제작했습니다.
김승영 작가는 <삶의 다섯 가지 질문>에 관한 답을 ‘만남과 관계’ 속에서 찾아보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이러한 추론은 앞서 살핀 전시 공간 기획에서 비롯합니다. 1999년 세기말 <자화상>과 25년이 지난 지금의 <자화상>의 대비, 그리고 ‘기억의 자화상’과 ‘어머니의 기억’을 통해 김승영은 태어나서 지금까지 수많은 ‘만남과 관계’ 속에서 ‘삶의 의미’와 함께 ‘낯선 김승영’을 알아가고자 합니다. 이번 전시에서 주목하는 작품은 <자화상> 연작입니다. ‘자화상’은 화가가 자기를 대상화해서 낯선 자기를 탐구하기 위해 그리는 것입니다. 이런 연유로 ‘어떻게 그렸는지’도 중요하지만, 작가가 어떤 정황에서 무엇을 살펴보고자 했을지 빙의해 보는 게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김승영은 이러한 자화상을 지속해서 그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김승영은 ‘다섯 가지 질문’이 무엇인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습니다. 관람객 여러분께서 이 전시를 통해 구체적으로 다섯 가지 질문이 무엇인지, 만약에 답이 있다면 무엇인지, 함께 모색해 보시는 게 이번 전시 관람의 묘미라 할 수 있겠습니다.
■ 작가 소개
김승영은 물의 작가, 성찰과 사유의 공간을 작품으로 보여주는 작가로 알려져 있다. 1980년 후반부터 물, 이끼, 숯, 돌, 낙엽, 냄새 등을 비롯한 자연재료와 함께 빛과 음향, 사진, 기계장치 등의 다양한 매체로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자아정체성과 존재에 대한 탐구는 1997년 이후 인간관계와 사회에 대한 관심으로 작품 세계를 확장시켰다. 1999년 뉴욕 P.S.1 MoMA 국제레지던시 참여 후 다양한 언어에 대한 관심으로부터 출발한 인간의 소통과 욕망, 그리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사라지는 것들, 혹은 낡은 스피커, 의자, 빛바랜 사진과 같이 잊혀져가는 사물에 새로운 형태와 의미를 부여해 삶의 흔적을 공간에 투영시켜 깊은 성찰의 공간을 보여주고 있다.
2019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개최된 <영월 창령사 터 오백나한 – 당신의 마을을 닮은 얼굴>전을 통해 바닥의 벽돌과 이끼를 사용한 작품 < Are you free from yourself >와 스피커 설치작품 <타워>가 많은 호평을 받아 2021년 한-호주 수교 60주년 기념으로 시드니 파워하우스뮤지움에 초대되었다. 2023년 국립세계문자박물관 개관전에 초대되어 설치된 작품 <바벨탑>은 여러 국가에서 만든 다양한 형태의 스피커 1700여개로 성경에 나오는 인간의 욕망과 언어의 기원을 보여주는 바벨탑의 형상으로 설치되었다.
김승영은 국립현대미술관, 부산시립미술관, 백남준아트센터, 김종영미술관, 사비나미술관, 국립춘천박물관, 국립한글박물관, 국립경주박물관, 시드니 POWERHOUSE MUSEUM, 광주비엔날레, 강릉국제비엔날레 등의 전시에 참여했다. 2001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인 < Picnic on the Ocean >은 영은미술관, 뉴욕 P.S.1 MoMA와 필라델피아 현대미술관 등 여러 미술관에서 초대되었다.
1999년 뉴욕 P.S.1 국제 레지던시 참여이후 국립고양스튜디오, 프랑스 CEAAC을 비롯한 국제 레지던시에 다수 참가했으며, 2008년 몽골, 2012년 남극, 2014년 바이칼호 노마딕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주요 수상으로는 2022년 김종영미술상, 2020년 전혁림미술상, 1998년 동아미술상 대상, 1997년 모란조각대상전 우수상, 1997년 공산미술제 우수상 등이 있다.
전시제목김승영: 삶의 다섯가지 질문_16회 김종영미술상 수상 기념전
전시기간2024.11.15(금) - 2025.01.05(일)
참여작가
김승영
관람시간10:00am - 06:00pm
휴관일매주 월요일
장르설치, 영상, 평면
관람료무료
장소김종영미술관 Kim Jong Young Museum (서울 종로구 평창32길 30 (평창동) 김종영미술관 별관 1, 2, 3 전시실)
후원서울특별시, 서울문화재단
연락처02-3217-64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