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ward the Art of Tomorrow
김남표가 표현한 공간개념은 근본적으로 이제까지 어떠한 형식과도 비교될 수 없는 그 만의 세계형식이다. 나는 이러한 그의 작업을 이전 전시서 ‘후기초현실주의’라고 명명했다. 이는 과학적 인간의 문명에서 일어난 정신적 문제와 소유와 존재의 갈등을 해부학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작가가 표현하고자 한 내용과 형식을 후기초현실주의로 명명한 이유는 그의 회화에서 인간과 자연 사이를 어지럽혀 놓은 문명세계의 종말론적 위기감에 대한 자연계의 분노들이 강렬하게 일어나고 있으며(인간문명의 후기현상), 문명화되면 될수록 인간의 가슴에서 일어나는 ‘마음의 세계’는 더욱 어지럽게 흔들리고, 믿을 수 없는 비합리적 사태로 밀어낸 이성에 대하여 마음의 반란이 솟구치고, 인간성을 잃어버린 인간의 분노가 쓰나미 같이 밀려오고, 상상의 세계에 쏟아져 내리는 폭포수는 특별한 해석 없이도 마음을 혼탁하게 하는 부유물들을 씻어내리는 느낌이 강렬했기 때문이다. 언어로 기술할 수 없는 언어의 세계가 특유의 형식으로 은유하는 바를 표현하기 위해 새로운 화법(話法)을 창안하고 있다. 이것은 새로운 시각언어의 구문론적 문장 구성이다. 화면의 중앙에 삽입법이 아닌 무문(舞文)의 이미지로 거대하게 확대된 거수(巨獸)들은 인간문명에 빼앗긴 들을 회복하려는 이미지로 강조되어 등장한다.
또 다른 이미지로 캔버스 위에 붙이고 얹혀진, 털 묶음으로 하여금 등장하고 있는 동물들이 신비한 이야기로 시신경을 자극하고 있다. 그리고 그로 인하여 등장한 동물들은 살아 있는 거수(巨獸)로 표현되어 그림의 주제로 중심축을 잡고 있다. 인간 문명에 대한 자연의 반란이 재앙으로 위협되고 있는 세기의 위기감이 예감되도록 내용이 한국화의 공간형식을 빌려 구조화되고 있다. 한국화의 공간형식은 근경, 중경, 원경, 사이에 관념적인 공간으로 근경과 중경 사이, 중경과 원경 사이가 여백의 공간으로 처리되어 접속사가 없는 관념적 공간형식이 훌륭하게 표현되고 있다.
김남표의 회화에서는 한국화의 내용상의 구조와 서양화의 기법을 통해 판이한 두 세계가 21세기 인류의 문제를 안고 새로운 양식을 창조하고 있다. 그리고 털을 붙여 영혼을 깃들이는 새로운 입체적 초현실성으로 인하여 그림 삽입이 아니라 피부의 접촉감을 표현해 내는 화법은 매우 지각적 표현으로, 그가 집념을 가지고 이 작업을 지속하는 것은 마라토너가 끝까지 달려야 하는 것과 같이 세계가 구축될 때까지 작업을 늦춰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집중하는 태도 역시 독특하다.
지용호의 작업은 처음 접하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인간은 상징을 사용하고, 상징을 풀이하며, 상징을 통해 새로운 메시지를 알린다. 그러므로 예술은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예술가들에 의해 창조된 상징들을 통해 그 시대의 언어를 읽어 낸다. 그런데 그 상징들을 해석하는 일이나, 설명하는 내용들이 상징을 창조한 예술가의 의도와 일치하느냐 하지 않느냐하는 것은 그리 중요하지가 않다. 예술가들에게는 언어적 논리보다는 언어가 도달하거나,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거대한 공간을 흡수하는 직관에 의해 상징이 창조되는 것이다. 따라서 지용호의 상징 작업은 직관이 작동하는 ‘어떤 느낌’, ‘떠오르는 뜻’, ‘문득 스쳐가는 섬뜩한 빛’일 수 있다. 지용호의 조각을 보고 있으면 상징들은 이 땅에서 인간에 의해 사라져간 짐승들의 분노가 가상현실의 시대에 살아나 우리 앞에 나타나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강한 근육질의 형상으로 초인적 인간의 문명에 대들며 자신들을 삼켜버린 인간을 되삼켜버릴 것 같은 슈퍼 짐승들이 작가의 손에서 달려들 것 같은 근육질로 살아나고 있다고 생각된다. 지용호의 작품은 인간에 대한 강력한 경고로 받아들여야 한다. 인간에게 대들고 있는 상징들은 단순히 짐승들의 멸종에 대한 경고가 아니라, 공존하며 함께 살아가야하는 인간 문명과 문화의 위기를 말하고 있는 것이다. 짐승보다 못한 인간들의 사냥은 결국 인간 스스로의 세계를 황폐화시키고 있다. 인간의 전쟁놀이는 문명의 발전된 도구들로 인간을 사냥하는 운명의 말기를 향해 브레이크 없이 달리고 있다.
타이어는 인간의 다리근육의 확장이다. 예술은 인간의 내면에 숨겨져 있는 잔혹함이 교양과 그럴듯하게 위장된 외모로 인하여 가려진 형상을 폭로하고 경고하는 예지적 기능을 수행한다. 가상현실의 세계에서 이러한 상징들이 살아 움직이는 장면을 상상한다면 과연 그들은 본래의 짐승으로 묘사될 것인가? 아니면 변종의 이 시대를 살아가기 위해 인간과 싸워 이겨야 하는 새로운 종의 유전자를 소유한 뮤턴트(Mutant)로 인간을 먹어치우는 거대한 집단들로 묘사될 것인가? 후자는 인간의 밀집지역으로 달려와 인간을 멸종시켜 지구에 평화를 가져올 세계로 묘사될 것이다. 결국 인간이 그리는 모든 세계는 인간의 승리로 묘사 되겠지만 그의 작업을 통해 새로운 상징의 세계가 열리고 있음은 분명하다. 끝으로 지용호의 작업을 대하는 사람들에게 조언한다면, 언어를 벗겨버린 묵상의 표현을, 언어를 상정하며 대하지 않는 것이 더 깊은 내용의 구조에 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인간이 두 개의 약한 다리로 달릴 수 없는 근육의 확장으로 가장 느린 인간에서 가장 빠른 인간으로 정복하는 힘이 되어준 타이어는 다리근육의 확장을 의미하는 상징이다. 그래서 타이어는 그의 작업에서 강력한 힘을 내포하는 근육으로 지각된다.
김영기/계원디자인예술대학 총장 전시제목나는 곧 나의 세계다 - 두 세계의 만남
전시기간2010.08.27(금) - 2010.10.10(일)
참여작가
지용호, 김남표
초대일시2010년 08월 27일 금요일 05:00pm
관람시간10:00am - 07:00pm
휴관일없음
장르회화, 조각
관람료무료
장소가나아트센터 Gana Art Center (서울 종로구 평창30길 28 (평창동, 가나아트센타) )
연락처02-720-1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