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앤제이 갤러리는 그룹전 《뒤처진 새》를 2024년 11월 1일부터 12월 7일까지 개최한다. 전시 《뒤처진 새》 는 작가 5인의 시선과 호흡을 따라가면서 세상에 다정한 눈길을 돌려보고자 한다. 5명의 작가는 자신을 비롯해 이를 둘러싼 세상의 면면에 거리를 두고 다정하게 바라본다. 이들은 바라본 존재에 대해 막연한 위로를 보내거나 판단하지 않는다. 그들은 그저 무언가를 응시했고, 그에 비롯한 사유와 감각을 작품에 풀어놓는다. 이는 마치 무리에서 ‘뒤처진 새’를 떠올리게 한다. ‘뒤처진 새’를 관심있게 바라본 적이 있는가? 대형을 맞춰서 날아가는 새 무리 또는 앞서가는 새에 시선이 갈 뿐, 그 변두리에서 생뚱맞은 리듬으로 날면서 뒤처진 새는 눈에 띄지 않는다. 매일 반복되는 우리 일상도 마찬가지다. 모두가 주목하는 사건과 사고 그리고 소문에 휩쓸려, 어떤 상황을 나의 시선만으로 생각해본다거나 혹은 세상으로부터 내처진 그밖의 것들을 애써 찾아 바라보기는 어렵다. 가장 가까운 나 자신을 응시해보는 찰나의 순간도 쉽지 않다. 이번 전시를 통해 잠시 거리를 두고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박미라는 지금 이 시대의 풍경을 ‘산책자'처럼 바라본다. 현대 사회의 숨가쁜 속도로는 쉽게 스쳐지나는 작은 것들을 감지하기 위해, 그는 느린 속도의 산책을 즐긴다. 이를 통해 마주한 감정, 상황, 대상은 흑백 화면 안에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는 서사를 통해 연결된다. 작가는 특정한 배경을 상상한 후 구체적인 상황, 인물, 사물 등을 정해진 서사의 방향없이 구성한다. 그의 화면은 현실에서 일어날법한 상황 또는 대상들이 등장함과 동시에, 가상에서 꿈꿀만한 낯선 것도 등장한다. 이처럼 그는 현실-가상, 의식-무의식을 오가는데, 최근에는 더 나아가 서로 다른 세계가 만나서 어떻게 새롭게 확장할 수 있을지 실험하고 있다. 〈달팽이 잠〉(2023)은 작가 개인적 삶과 작품을 만나게 한 시도로, 일종의 자화상이다. 작업실을 상상의 배경으로 삼아, 그림을 그리는 화가, 작품을 감상하는 모녀, 전시를 촬영해주는 사진가 등 작가로서의 삶에 연관된 요소들이 등장한다. 명도로만 표현된 박미라의 흑백 화면에 각자만의 ‘빛'을 비춰가면서 작품에 담긴 밝고 어두움을 감각해보길 바란다.
송수민은 미디어에서 쉽게 소비되는 재난과 사고 이미지를 비롯해 일상에서 마주한 이미지를 다양하게 수집 후, 점차 기억 속에서 바래지는 이미지의 잔상을 탐구한다. 뚜렷한 서사가 지워진 이미지에는 상상이 더해지고, 작가는 이를 재구성해 새로운 맥락으로 풀어낸다. 최근, 작가는 출산과 육아를 경험하면서 일상과 재난이 공존하는 현실을 더욱 체감한다. 먼 나라에서 일어나는 전쟁이더라도, 나의 아이가 마주한 타인의 고통스런 현실이기 때문이다. 〈 Pink Flame and Line 〉(2024)은 멀리서 보면 편안한 자연 풍경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불꽃과 연기가 피어나는 재난 상황을 유추할 수 있다. 그 위로는 아이의 낙서가 중첩되어 화면 전체를 아우른다. 삶에서 끊임없이 맞이하는 감정과 생각의 흐름처럼, 송수민은 한 화면 위에 여러 레이어의 이미지들을 서로 꼬리물듯이 엮어가고, 삶의 궤적에 따라 점차 변화해가고 있다.
이순주는 인간의 본질적인 고뇌를 심오하지만 심각하지 않게 탐구한다. 그는 욕망, 상실, 사랑, 갈등, 모순, 슬픔, 외로움 등 우리 내면에서 미세하게 변하면서 맴돌고 있는 것들, 그렇지만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지점을 그림을 통해 어루만진다. 그의 화면에 등장하는 형상은 연령, 성별, 인종이 모호하고, 동물, 식물, 사물이 혼재되기도 한다. 이러한 작업 태도에 대해 작가는 “먼지 쌓인 어둠을 더듬더듬 손전등을 비춰본다”라고 말한다. 작가는 〈어둠 속에서 너는 빛난다〉(1997, 2024)에서 어둠을 비추는 빛의 세기에 따라 보여지거나 숨겨지는 것을 살펴보고, 〈 Ciao 〉(2006)하며 인사를 건네기도 하고, 척박한 사회에서 한 연약한 소녀가 두 다리를 땅에 붙이고 〈적응〉(1996, 2024)할 수 있길 응시하기도 한다.
아프리카 세네갈에서 태어나 러시아에서 유년시절을 보낸 이은경은 여러 문화 속에서 살아오면서 맞닥뜨린 경험을 바탕으로, 현대 사회와 인간 관계에서 비롯한 불안하고 긴장된 감각을 표현한다. 작가는 사람들에게 차마 표현하지 못했던 말과 복잡미묘한 감정을 자기 자신이 화자로 등장하는 그림을 통해 오롯이 풀어낸다. 특히 인물의 표정과 동세를 통해 더욱 극대화해 표현한다. 작은 거울을 보면서 그린 자화상 〈밖과 안의 나〉(2022)를 비롯해, 미국 뉴욕에서 한 겨울에 경험한 패닉 상황을 담은 〈 Grand Street Station 1210 〉(2019), 여러 순간의 자아가 담긴 대형 회화 〈나는 제대로 우는 법을 배워본 적이 없다〉(2021)를 통해 뒤처진 이후에 남겨진 감정과 상태에 대한 감각을 보여준다. 이처럼 이은경은 우리가 평소 외면하거나 피하고 싶은 순간과 감정을 밖으로 끄집어냄으로써, 사회에서 불편한 감정이 들던 순간 또는 보편적이지 않은 개개인의 고유한 낯선 면모를 들여다 볼 수 있도록 자극한다.
임영주는 사회 전반에 걸친 일상적이고 통속적인 믿음에 대해 탐구한다. 이를 바탕으로 종교, 무속신앙부터 넓은 의미의 믿음까지 아우르는 비과학적인 영역을 과학적인 접근 방식과 연결짓는다. 영상 〈테스트_물질〉(2016)은 신비한 돌(운석과 사금)을 채취하는 사람들이 작가에게 건네준 돌에 담긴 미신적인 요소를 과학 실험을 활용해 접근한다. 작가는 초등 과학 교과서에 등장하는 자연물에 대한 기초 실험을 유사하게 활용해 신비한 돌을 살펴본다. 작가는 알코올 램프 위에 가열 중인 돌에 손바닥을 대고 관찰한다. 여기서 그는 과학적 실험을 통해 결과를 예측하는 태도와 미신을 통해 미래를 예상하는 태도의 유사성에 주목한다. 과학 실험과 미신 모두 기저에는 불확실한 믿음이 있다. 합리적 이성이 지배하는 현대 사회에서 비합리적인 미신은 우스갯 소리로 치부되기도 한다. 과학과 미신에 모두 존재하는 믿음의 구조에 대해 다루는 임영주의 작업을 통해, 우리가 믿었던 것들이 혹 과학과 같은 장치로 인해 그렇다고 ‘믿어지고’ 있는 것은 아닐지 질문해볼 수 있다.
전시제목뒤처진 새 (A Straggling Bird)
전시기간2024.11.01(금) - 2024.12.07(토)
참여작가
박미라, 송수민, 이순주, 이은경, 임영주
관람시간11:00am - 06:00pm
휴관일일요일, 월요일 및 공휴일 휴관
장르회화
관람료무료
장소원앤제이 갤러리 ONE AND J. GALLERY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60길 26 )
연락처02-745-16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