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채림 : 표류하는 파편들의 도시_the city of drifting fragments

2024.08.28 ▶ 2024.09.03

갤러리 도스

서울 종로구 삼청로7길 37 제1전시관(B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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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ss Release

고유한 가치
최서원 / 갤러리 도스 큐레이터

기술이 발전하며 사람이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의 다양성과 편리함은 더욱 급증하고 있다. 우리가 현재 발을 딛고 서 있는 곳의 대부분은 공간의 모든 환경과 조건을 인간 위주로 설계하여 제작한 장소일 것이다. 시대의 운을 타고난 현대인은 필요에 따라 목적을 해결할 수 있는 곳을 먼 거리로 이동하지 않고도 어렵지 않게 찾아갈 수 있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현실에서 주어진 요소에 늘 만족하지 못하며 또 다른 이상을 실현할 수 있는 어딘가의 장소를 부단히 바란다. 멈출 줄 모르는 끝없는 욕구는 우리로 하여금 결국 원하던 모든 것이 갖추어진 가상의 공간에 의존하도록 만들었고 사람들은 상상으로 그려오던 세계를 현실화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잔뜩 고양되어 공간이 지니는 진정한 양질의 가치를 인지하지 못하기도 한다. 이채림 작가는 우리를 둘러싼 실제 환경에서 좋은 공간이라는 것의 정의와 본질이 무엇인지 탐색하고 인간이 추구하는 지향점이 과연 이와 부합하는 적절한 지표인지에 관하여 의문을 제기한다.

작업은 작가가 공간 디자이너 시절 장소를 제작하고 설계하면서 해당 공간에서 겪은 특정 경험을 바탕으로 진행된다. 전문가로서 여러 곳을 마주하며 체감해 왔던 직접적인 정보들이 축적되자 작가는 오랜 시간 인내하기 버거워하는 인류의 편의에 따라 신속한 속도를 좇아 탄생한 공간과 쾌적하고 넓지만 마찬가지로 인간만을 고려하여 생산되는 온갖 인공 장치와 시설들을 창출해 내는 결과가 과연 ‘좋은 공간’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지 질문을 던지게 된다. 여기저기서 시선을 끌게 만드는 효과나 과장되는 면적 또는 각도, 그 밖의 모니터 내부에서 화려하게 존재하는 여러 시각적 조건은 정신을 현혹시키며 소비 욕구를 유발한다. 작가는 이러한 소비자의 주관으로부터 독립하여 공간의 현실성을 객관적으로 의식하며 그럴듯하게 완성된 곳의 마지막 이미지에 중점을 두는 것 대신 한 장소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형성되고 사라지며 변모하는 모습에 관심을 가지고 조명한다. 도면 속 2차원의 형태를 3차원으로 구성하기 위해 쓰이는 각종 자재와 장비들은 작가의 시선에서 거듭 포개지며 새로운 구조의 복합 양상을 띤 예술로 탄생한다. 작품은 드로잉, 디지털 에스키스, 회화라는 결정적인 3가지 단계를 거치며 디지털 기술이 뒷받침된 속성 작업이 가능한 매체와 장시간을 관리하며 밀도를 쌓아나가는 수작업을 병행한 뒤 비로소 완성된다. 길게 머물지 못하고 급하게 사라진 뒤 짧은 시간 동안 다시 생성하기를 반복하는 세간에서 작가는 작품이 내포하는 의미를 작업 과정에서도 포괄적으로 다루며 사회가 규정한 틀에 갇혀 있기보다는 자신만의 속도와 가치관을 지키고 고유의 경험을 확립하고자 한다.

누구나 때로는 지금에 안주하지 못하고 내적 욕망에 사로잡혀 비현실적인 가상현실에 의지하는 순간이 있다. 없는 것 없이 모든 것을 갖추고 있는 도시는 흠 잡을 데 없는 풍경과 근사한 환경을 설비한 듯 보이지만 우리는 혹여 사회가 만들어낸 물질적 허상에 홀린 듯 몸을 싣고 본질의 가치를 헤아리지 못한 채 허울뿐인 이상을 뒤따르는 것은 아닐지 마음 속 깊이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 이채림 작가는 좋은 공간에 대한 궁극적인 답을 모색하고자 예술의 영역에서 끊임없는 시도로 다양한 매체와 수단을 아우르며 감상자가 작품을 통해 본인이 진정으로 구축하고자 하는 세계가 무엇인지 깨닫게 한다. 작가가 사색한 공간과 경험이 오롯이 드러나는 이번 전시에서 잠시나마 과도한 욕심에서 벗어나 같은 사회를 공유하는 우리가 공간이 가져다주는 원초적 메시지에 서로 다른 시각으로 접근해 보기를 바란다.


작가 노트
표류하는 파편들의 도시_the city of drifting fragments


나는 도시의 생활 현장에서 머물고 관찰하며 공간 안에서 발견되는 현상과 공감각적 경험을 회화로 재구성하여 표현한다. 이번 전시의 제목인 《표류하는 파편들의 도시》는 도시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는 공간의 변화이자, 도시 안에서 저마다 다른 형태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의 움직임을 의미한다.

현실 공간을 캔버스 안의 회화 공간으로 재편하는 과정에서 건축물의 자재들은 동시대 상황과 심상을 표현하는 매개로 활용되며 이는 공간디자이너로 활동했던 기간(2015-2020)이 계기가 되었다. 이 기간에 본인은 전시회가 오픈된 이후가 아닌, 전시를 준비하는 오픈 이전의 과정에 더 오래 머무르며 완성 이전의 순간들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현장에서 설치되는 자재들은 각종 시트지로 포장되거나 열에 맞춰 정돈되기 이전의 상태에서 겹쳐지고 뒤섞인 상태에서 비정형적인 독특한 시각적 풍경을 만들어 낸다. 관객들에게 보여지는 것은 오픈 후의 상황이지만 수많은 협력의 과정을 거치는 것을 보고 경험하며 가치있는 순간이란 어떤 지점일까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 또, 내가 만든 디지털 세상 속의 공간과 허구의 공간에서 반짝이는 효과들이 걷어진 실제 공간과의 간극을 실감하면서 주입되는 가치가 아닌 현실 공간에서 좋은 경험을 만드는 것은 무엇일지에 대한 궁금증은 작업을 지속하는 시작점이 되고 있다.

작품을 시각화하는 과정은 불현듯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드로잉하고, 3d 모델링으로 구체화하는 과정을 통해 다시 유화작업으로 옮기는 과정을 거친다. 각각의 과정에서는 정교하게 완결된 절차가 아닌 상상과 매체의 우연성이 비집고 들어올 수 있는 여지가 남아 있다. 디지털 상에서 빠르게 등장했다 사라지는 이미지들과 대조적으로 오랜 시간 켜켜이 쌓여 깊이를 만들고 오래 지속되는 유화라는 매체는 모든 것이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나만의 속도로 고민하고 작업을 지속해 나가고자 하는 바람을 담고 있다. 삶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스포트라이트 밖의 시간 속에서 사소하지만 의미 있는 순간들을 만들어내길 스스로에게 그리고 급변하는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바라본다.

전시제목이채림 : 표류하는 파편들의 도시_the city of drifting fragments

전시기간2024.08.28(수) - 2024.09.03(화)

참여작가 이채림

관람시간11:00am - 06:00pm

휴관일없음

장르회화

관람료무료

장소갤러리 도스 Gallery DOS (서울 종로구 삼청로7길 37 제1전시관(B1))

연락처02-737-46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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