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현 작가가 그린 풍경에서 하늘의 비중은 커졌다. 공간의 대부분이 푸른색을 중심으로 다양한 색이 어울려 깊이감이 더해진다. 밤낮의 구별도 보이지만 반짝임이 강조되면서 하늘은 그 너머의 이야기를 들려주려 한다. 있는 것을 알지만 경험이 쉽지 않은 미지의 영역이라 불리는 그곳을 끌어들이면서 평면 안은 상상의 공간으로 변화되기 시작한다. 문득 떠오른 기억을 확인하는 형태로서 매개체처럼 하늘은 표현된다. 한눈에 들어오는 편안한 시선이 조용한 분위기를 연출하지만 뭔가 일어날 것만 같은 암시적인 성격도 있다. 유년시절의 기억이 가져다준 별과 하늘을 그려 보면서 추억을 되새기는 장면구성으로 아름다움은 개인의 역사로 이어진다. 인생의 여러 시간 속에 자아와 기억을 공간 안에 색으로 다층적 의미로 끄집어낸다.
기억과 시간, 자신의 경험이 어떻게 개인의 인생과 연관되는지 특히나 예술가로서 자신을 들여다보는 계기로 최근의 풍경은 나타난다. 인물이 축소되고 사물과 자연이 만나며 드러나는 공간들, 때로는 추상적으로 표현되는 하늘은 보이지 않는 것들을 구체화하려는 노력의 결과물로 정신지향적인 성격이 강하다. 기억이 감성으로 변화되면서 순간을 찾으려는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처럼 시간 여행을 하며 자신을 돌아본다. 화면 중심에 반짝이는 별빛을 색채로 비중 있게 그려 넣음으로써 그림 안은 좀 더 많은 이야기를 전해준다. 우주라는 주제로 다층화된 시점이 과학적인 세계관도 연결시키지만 결국 작가가 말하고픈 것은 인간 중심적 사고에서 태어난 결론 내지 못하는 열린 결말의 내용일 것이다. 지구라는 별 하나가 우주의 수백억 년 사이에 한점 티클처럼 짧은 역사 속에 엄청난 문명을 이루어 놓은 진실들을 인정하면서 그 안을 거쳐간 사람들을 생각하며 앞으로도 살아갈 미래를 장면 안에 포함시킨다. 본인 또한 그 안에 이입되면서 겸손한 자세로 세상을 관찰하려 한다.
우리가 지금 어느 방향이든 흐르는 시간 속에서 무심히 하늘을 바라봤을 때 아득함과 경외감이 드는 이유는 별들이 몇백 광년 전에 발산된 빛을 여기서 보게 되는, 머나먼 시공의 거리감을 느끼는 탓도 있겠지만 닫힌 현실을 살아가는 삶 속에 시간을 마음대로 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더욱 하늘을 동경하며 무한 상상을 하게 만들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가보지 못한 영역, 그 안에 벌어질 일들을 꿈꾸며 인간은 욕망을 실현해 왔지만 그래도 실현되지 못한 것들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바라보게 되는 기억이 자리하기에 인간은 여전히 예술로서 또는 과학으로 어떤 걸 발전시킨다. 인간이 좌표 안의 특정한 지점을 시간 안에서 경험하게 되는 사건들에 비한다면 우주의 역사는 엄청나다. 별들의 생애에 비해 지구에서 보내는 우리의 시간은 아주 많이 짧은 편이다.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거리를 좁히기 위한 노력이 상상으로 만날 때 미지의 공간은 무엇을 만들어 낼 것인가. 잠시나마 평면에서 축약적이지만 거리의 확장을 희망한다. 어느 순간 만나고픈 인물을 생각하며 살며시 그려 넣는다.
작업노트
The Universe 시리즈는 나의 어린시절의 마냥 아름다웠고 아무런 이유를 달지 않은 순수한 하늘 위 우주를 보며 시작되었고 현재는 광활한 우주속에 너무도 작은 지구에다 나의 바램을 곁들인 우주의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 지구인들은 우주속에서 얼마나 작은 존재이며 우리는 결국 지구라는 하나의 몸체에 살고 있음을 표현하고 싶었다. 대기층이 하늘을 만들고 그 하늘이 가려져 존재하고 있는 우주를 볼 수가 없다. 그것이 우리가 하나임를 잊게 하는 것 같다. 대기를 걷어내고 온전히 우주 속 우리를 그려내고 싶었다. 지구에서 본 우주, 우주에서 본 지구, 지구는 광활한 우주에 떨어진 하나의 생명체, 그리고 그 모든 것을 담고 있는 우주는 자체로 또하나의 생명체이다.
나는 ‘우주의 가늠할 수 없는 많은 별들은 나의 의식 속 생각이나 무의식에서 떠다니는 무수한 생각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가끔한다.
내가 ‘나’ 일 수도 있고 내가 ‘나무’일 수도 있다. 스스로도 뿌리의 깊이를 알 수 없는 나무, 물위의 나무는 그렇게 생각의 물결을 만들고 누구에겐가 전해진다. 영향을 준다. 그렇게 나의 작은 바램을 작품에 담고 싶었는지 모른다.
작업을 하다 보면 원래 마음에 두었던 이야기들이 어느땐가부터 스스로 생명력을 얻어 이야기의 궤도를 바꾸어 가며 펼쳐질 때가 있다. 그렇게 흘러가듯 작업해 오다 문득 내가 홀로 우주속에 유영하고 있는 무언가임을 깨닫게 되는 시기가 온다. 어떻게 보면 이 때가 나의 진짜 내면 이야기가 나오는 시간이기도 하다. 나도 몰랐던 나의 이야기.
세상 모든 생명체는 홀로 서기를 한다. 누구도 대신해서 살아 줄 수 없다. 분명 서로 기대며 살아감에도 혼자만의 생각에 잠겨 있을 때가 오고 그 생각들이 외로움이 아닌 고독의 시간으로 치환 될 때 진정한 나를 만난다.
앞으로 내 작업들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나조차도 모르겠다. 그러나 하나 확실한 것은 그 끝이 어딘지는 모르겠지만 나를 알아가는 여정이라는 것이다.
이 전시가 진정한 시작
전시제목이승현: 우주 The universe
전시기간2024.07.12(금) - 2024.08.04(일)
참여작가
이승현
관람시간11:00pm - 06:00pm
휴관일없음
장르조각
관람료무료
장소갤러리 도올 Gallery Doll (서울 종로구 삼청로 87 (팔판동) )
연락처02-739-1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