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너리즘

서양미술사 l 18C 이전

조화를 거스르는 왜곡의 미

전성기 르네상스 시기가 지나면서 묘사기법이 극에 달한 예술가들이 질서정연함에 싫증을 느끼고 나타낸 일종의 표현이탈이다. 바로크시대에 도래하기 전까지 16세기 후반에 나타난 매너리즘은 이상적인 조화의 미를 추구하던 르네상스의 표현기법에 변형과 왜곡을 의도적으로 가하여 감정을 표현했다. 대표작가로는 파르미지아노, 틴토레토, 엘 그레코 등이다.

  • 십자가에서 내림

    로소 피오렌티노, 1521년, 콤문날레 미술관, 볼테라

  • 큐피드와 비너스의 알레고리

    안젤로 브론치노, 1540-1550년, 런던국립미술관

  • 목이 긴 성모

    파르미지아노, 1534년, 우피치미술관, 피렌체

  • 자화상

    파르미지아노, 1524년, 지름 24cm, 미술사박물관, 비엔나

  • 오르가스 백작의 매장

    엘그레코, 산토 토메교회, 톨레도, 스페인

  • The Opening of the Fifth Seal

    엘그레코, 1608-1614년, 메트로폴리탄미술관, 뉴욕

  • 최후의만찬

    틴토레토, 1592-1594년, 성조르조마기오레교회, 베네치아

  • 성마르코의 유해발견

    틴토레토, 1562년

Description

전성기 르네상스 시기가 지나면서 묘사기법이 극에 달한 예술가들이 질서정연함에 싫증을 느끼고 나타낸 일종의 표현이탈이다. 바로크시대에 도래하기 전까지 16세기 후반에 나타난 매너리즘은 이상적인 조화의 미를 추구하던 르네상스의 표현기법에 변형과 왜곡을 의도적으로 가하여 감정을 표현했다. 대표작가로는 파르미지아노, 틴토레토, 엘 그레코 등이다.

 

 

매너리즘의 어원

16세기에 이탈리아의 저술가 바사리가 ‘매너리즘’이라는 용어를 처음으로 사용했는데, 그는 지극히 우아하고 복잡한, ‘양식적인’그림을 지칭하기 위해서 이 단어를 도입했다. 요즘은 이 단어가 미술 외적인 표현으로 더 많이 쓰이고 있는데, 그 의미는 자신의 능력과 성과에 만족하여 일정한 상태에 머물러 있거나 그러한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매너는 영어의 ‘틀에 박힌(mannered)’이라는 용어가 어원이다. 

 

13세기에서 15세기까지의 프랑스 궁정문학이나 이탈리아에서의 ‘매너’라는 말은 보편적 인간행동과 예술양식에 사용되는 말로 영어의 ‘스타일(style)’과 비슷한 뜻을 가지고 있었다. 매너리즘은 르네상스가 바로크 양식으로 바뀌어가는 사이인 1530년경부터 1600년 사이에 이탈리아에 잠시 나타났던 과도기적인 미술양식이다. 

 


매너리즘의 재조명

매너리스트 화가들의 명성은 18세기 이후로 쇠락하였다. 미켈란젤로, 레오나르도, 라파엘로 등의 전성기 르네상스의 거장들과 비교해서 이들은 능력이 뒤쳐지는 화가로 인식되었다. 이런 이유로 르네상스의 대가들의 방법만을 모방했다는 의미에서 19세기 독일 미술사가들이 경멸조로 붙인 이 명칭은 ‘퇴보하는 전통주의’ 또는 ‘정신적인 위기의 시대에 두각을 나타낸 죽어가는 양식의 표현’ 등으로 매도되기도 한다. 

 

기이한 자세와 길게 늘어난 팔과 같은 인물의 형상은 매너리즘 양식이 표피적인 효과만을 노린 단순한 기교의 한 증후라고 받아들여져 무시되었다. 그러나 20세기에 와서 매너리즘을 르네상스의 한 분류이자 독특한 말기단계로 보는 관점이 힘을 얻으면서 이에 대한 연구가 본격적으로 행해졌다. 

 

 

인체의 왜곡

전성기 르네상스 미술가들과 비교해서 매너리스트 미술가들은 구성의 조화와 균형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전반적으로 볼 때, 매너리즘은 전성기 르네상스의 고전주의에 대한 거부, 혹은 수정으로 파악될 수 있다. 기술은 한계가 있는 법이므로 매너리즘 작가들의 소묘기술이 날로 숙달되어 거의 완벽한 경지에 이르자 사람들은 미술의 발전이 끝나버리는 것이 아닌가 걱정하기 시작 했다. 이때 전쟁과 혁명이 가져다 준 정신적 혼란 속에서 미술가들은 르네상스의 이상한 조화와 균형의 미를 거부하고 의도적으로 목을 길게 하거나 신체의 일부를 과장하거나, 균형을 깨트리는 불안한 구도로 지루한 고전주의를 탈피하기 시작했다. 

 

주제와 인물의 자세, 원근법 체계, 색채 등이 훨씬 더 다양해진 또한 전성기 르네상스 대신 고전주의적인 선과 조화, 공간 표현 등은 상대적으로 약화되었다. 매너리즘 회화에서는 인물들이 동작을 하던 중 멈춘것처럼 어색한 자세를 보이거나 비례가 변형된 경우가 흔하다. 반면에 이러한 포즈는 관찰자로 하여금 화면 안에서 전개되는 이야기를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또한 매너리즘 회화 세계의 윤리와 감정들은 전성기 르네상스 미술보다 영웅적인 측면에 약하다. 이와 같은 특징들 때문에 전성기 르네상스의 진솔한 표현과 장대함, 단순 명료함을 높이 평가라는 이들은 매너리즘을 혐오스럽게 여기기도 한다. 

 


매너리즘의 대표작가들 - 로소, 파르미지아노, 틴토레토, 엘그레코

매너리즘의 1세대 작가로 꼽히는 로소 피오렌티노는 <십자가의 강하>에서 화려하지만 비현실적인 분위기를 충기는 자극적인 색채와 광선으로 이 그림에 표현된 악몽과 같은 효과를 한층 강조한다. 불안하고 제멋대로이며 내적인 고통을 암시하는 바로 이런 환각적인 특징들이야말로 전성기 르네상스미술이 추구했던 고전적인 균형에 대한 완벽한 반발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 뒤를 잇는 파르미지아노(Parmigianino)는 그의 <자화상>에서 보여지는 것처럼 초기에는 아무런 심리적인 혼란 상태도 암시하지 않았다. 그의 이런 과학적인 태도는 얼마 지나지 않아 정반대되는 성향으로 바뀌었다. 그의 작품 중 가장 유명한 작품인 <긴 목의 성모마리아>에서 그는 라파엘로가 표현한 율동적인 우아미에 깊은 감동을 받았으나 이 대가가 묘사한 인물의 분위기를 놀랍도록 새로운 형상으로 전환시켰다. 그리고 이 그림에 설정된 배경 역시 별 뜻없이 그려졌는데 작은 크기의 예언자상 뒤에 거대한 원기둥이 세워져있다. 

 

매너리즘의 기법을 가장 깊이 있게 표현한 화가로 평가받는 그리스 출신의 엘그레코(El Greco)가 대표작가이다. 특히 엘그레코는 이탈리아에서는 혹평을 받았으나, 스페인으로 건너와 작품활동을 하면서 인정을 받게 되는데, 곧이어 나타나는 바로크미술사조에서 보이는 역동성을 품고 정신적 신비감과 모호함이 함게하는 독특한 자신만의 세계를 이룩한 화가였다.

 

그의 작품 중 <오르가즈백작의 매장>은 그의 그림 중 가장 크고 훌륭한 그림이다. 이 그림은 교회의 벽면에 부착되어 있기 때문에 그림의 위 부분을 보기 위해서는 똑바로 위로 올려다 보아야 한다. 엘그레코는 그림 위쪽에 거대한 공간감을 나타내기 위해 정확하게 계산된 단축법을 구사하였으며 아래쪽 인물들은 마치 무대위에 서있는 것처럼 묘사했다. 또한 화면의 위와 아래가 구분이 되어있는데 그림에 등장하는 모든 형태가 마치 예수를 향해 불꽃과도 같이 휘몰아치는 형상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틴토레토의 그림을 능가하는 매너리즘의 모든 요소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파르미지아노의 <목이 긴 성모>와 엘그레코의 <오르가스 백작의 매장>, 틴토레토의 <최후의 만찬> 등은 강한 명암대비, 인물들의 격한 움직임과 불안정한 사선구도, 특이한 포즈와 실제보다 길게 표현한 인체, 차가운 색, 단축법과 원근법의 과장, 비논리적인 공간 배치등 매너리즘의 특성과 느낌을 극대화하고 있다. 특히 엘그레코의 종교화에 나타나는 밝은 톤과 대담한 붓질, 신화에 적극 활용되었던 코렛지오의 부드럽고 섬세한 스푸마토 기법의 환상적인 분위기도 빼놓을 수 없다. 

 

 

뮤움 미술사연구팀 김선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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