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택: 봄 마당에서 뒤짚는 ‘예술하는 자세’

2023.05.08 ▶ 2023.05.17

갤러리 담

서울 종로구 윤보선길 72 (안국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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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시포스터

  • 이광택

    부모님께 가는 봄길 45.5x53cm, 2022

  • 이광택

    가족부귀 장수도 2023, 42x28.3cm, acrylic on canvas

  • 이광택

    마음속 공부방 2022, 50x61cm, oil on canvas

Press Release

갤러리 담에서는 가족의 달을 맞이하여 고향 춘천에서 작업하고 있는 이광택 작가의 전시를 마련하였다.

‘봄 마당에서 되짚는 예술’하는 자세라는 전시 제목을 달고 있는 작가의 글에서 보는 것처럼 늘 오는 봄이지만 봄에서 작가들은 새로운 영감을 받기도 한다. 봄이 보다에서 온 명사형이란 말을 보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봄꽃을 바라다보는 작가의 시선을 통한 봄을 느껴 볼 수 있다. 산천이 진달래로 그득한 산을 표현한 <꽃향기 흐르는 날>, <부모님께 가는 봄날>에서는 진달래빛으로 그려 넣고 있다.
가족과 모여서 같이 삶을 살아가는 안빈낙도의 즐거움을 최고로 생각하고 있는 작가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가족오복도>, <아빠 오시네>라는 작품에서 엿볼 수 있다. 가족이 모여서 사는 것이 소소한 행복 중의 하나임을 말하고 있다.

<복자 부귀오복도>라는 작품에서는 문자도의 형식을 빌어와서 복자의 한자 글씨에 목단꽃이 조화롭게 구성되어 있고 가지마다 자식들의 모습이 보여서 화사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이광택 작가는 서울대학교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중국 사천미술학원 유화과 대학원 졸업후 지금은 춘천에서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이번 전시가 42번째 개인전이며 <내 마음속 이상향>, <주는 즐거움, 받는 기쁨>의 저서가 있다.
■ 갤러리 담


봄 마당에서 되짚는 ‘예술 하는 자세’
36년째 소양강이 바라보이는 마을에 반달 모양의 분갑만한 집을 짓고 찌룩째룩 나잇살 먹어가는 재미로 살고 있다. 재수 좋은 놈은 물에 빠져도 잉어가 호주머니에 들어오는 법. 도깨비 장난처럼 하루가 다르게 산천경개가 변해버리는 이 나라에서 강산이 세 번 반 바뀌는 동안에도 집에서 주로 바라보는 동쪽의 자연이 거의 훼손되지 않아 청복(淸福)을 누리고 있다. 욕심만 내려놓는다면 가파르고 성마른 그림이 나올 수 없는 게 고향에서의 창작이라고 생각한다.
‘예술’을 하면서 ‘예(藝)’보다 ‘술(術)’에 경도되는 것을 가장 경계해 왔다. 그래서 “유명한 시인되지 말고 유효한 시인이 되라”는 청마 유치환 선생의 일갈을 늘 가슴에 새기며 살아왔다. 그림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삶에 초점을 맞추는 마음 자세는 이후에도 꾸준히 견지해 나갈 생각이다.

그렇게 나는 이미 오래전에 아브라함(서머싯 모옴, 『달과 6펜스』에 살짝 언급된 인물)이 되었고 강원도 춘천의 페터 춤토르가 되었다.
영국 의학계의 최고 자리를 마다한 채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에서의 소박한 삶을 선택한 아브라함을 나는 사랑한다. 마을의 버스 정류장 뒤에 외양간이 있는 스위스의 깊은 산골 마을(할덴슈타인)에 건축사무실을 차려놓고 ‘겉으로 드러내는, 뻐기는 건축’이 아니라 ‘겸손한 건축’, ‘숨는 건축’을 지향하며, 유행을 멀리하고 자본의 유혹도 물리친 채 자신만의 건축 가치를 탐구하는 페터 춤토르를 존경한다. 이런 사람을 보면서 나는 미적 가치라는 것이 한 나라의 수도(중앙)에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않고도 얼마든지 마음먹기에 따라 시골(지방)에서도 충분히 돋보일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다시 말해 진정한 예술은 물리적 중심에 있지 않아도 된다고 굳게 믿은 것이다. 2인자였다가 어부지리로 아브라함의 자리를 차지한 동급생 알렉 카마이클은 그사이 예쁜 부인과 부, 그리고 명예를 거머쥔다. 그리고 외친다. “아브라함은 인생을 망쳤다”라고. 그 말에 서머싯 모옴의 분신 같은 소설 속 관찰자 ‘나’는 이렇게 반문한다. “정말로 아브라함이 인생을 망쳐버리고 말았을까? 자기가 바라는 일을 한다는 것, 자기가 좋아하는 조건에서 마음 편히 산다는 것, 그것이 인생을 망치는 일인가?”
세상에는 만나보지 못했음에도 이상하게 끌리는 사람이 있다. 그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남이 무어라 하든, 세상이 무어라 하든 스스로 좋아하는 일에 확신이 있거나 있었다는 것!

어린 시절 고향 집의 뒷동산을 오르면 남서쪽으로 우뚝 솟은 산이 보였다. 어린이 걸음으로 불과 30여 보폭이면 닿는, 낮은 동산이었음에도 지대가 높아서였을까? 산은 또렷하게 잘 보였다. 바로 삼악산! 한국 최초의 신소설 『귀의 성』의 배경이 된 산이다.
영산(靈山)이란 그런 것일까? 이상하게 청 보랏빛 남기(嵐氣)가 늘 산을 에워싼 듯 보였다. 바슐라르가 그랬던가? “산은 솟는 힘”이라고. 나이가 드니까 그 뜻을 이제는 알겠다. ‘큰 바위 얼굴’(너새니얼 호손)을 품었던 소설 속의 산이 그랬듯 영험한 산은 묘사하기 힘든 어떤 영기(靈氣)를 머금고 있다. 기쁠 때나 즐거울 때는 물론이고 절망이 허무로 이어져 가슴에 생채기를 낼 때도 항시 구순한 친구처럼 나의 넋두리를, 변명을 자분자분 들으면서 보듬어준 게 산이지 않았던가. 난장판 같은 세상의 헝클어진 집착을 싸 가서는 느슨함의 미학을 배웠고, 가슴 가득 그늘을 담아가서는 반짝거리는 생기로 바꾸어 오곤 했던 게 산이지 않았던가.

그림도 딱 그렇다고 본다. 아직도 나는 소박한 예술의 ‘힘’을 믿는다. 예술 이전에 삶이 있는 게 아니겠는가. 몇 년 동안 우리는 코로나-19라는 팬데믹으로 힘겨운 시절을 보냈다. 아니, 계절은 또다시 환한 봄인데 꽁꽁 걸어 잠근 사람들의 마음은 여전히 한파 몰아치는 한겨울 같다. 그래서 어린 시절 고향의 삼악산이 내게 선물했듯이 나 역시 관객들에게 노란 털실 같은 따뜻한 위로와 위안을 주고 싶었다.
오래전부터 한 가지 다짐한 바가 있다. 그것은 ‘예술이란 삶을 이어주는 다리가 되어야지 초월자가 되어 삶을 넘어서고 재단해서는 안 된다’라는 것이었다. 한 줌의 비평가를 만족시키는 ‘위대한’ 화가가 되기보다는 차라리 베어먼 할아버지(오 헨리, <마지막 잎새>)가 되자고 했다. ‘40년간 붓을 휘둘렀어도 예술이라는 여신의 치맛자락조차 잡지 못했던 늙고 가련한 무명화가였지만 베어먼 할아버지는 폐렴에 걸린 처녀 존시의 생명을 구하고 죽음을 맞이하지 않았던가. 병과 죽음의 공포라는 악성 바이러스를 박멸하는 백신은 다름 아니라 희망과 사랑이었음을 베어먼 할아버지는 분명하게 가르쳐 주지 않았던가.

자연히 이번 개인전의 방향도’희망과 사랑‘이 되었다.
해음(諧音)이라는 전통을 현대에 맞게 계승하여 새롭게 복(福)을 표현하였고, 우리 한국인의 마음 안에 깃든 이상향을 덧보탰다. 지금 마당에 피어 있는 꽃들(민들레, 무스카리, 튜울립, 산괴불주머니, 수선화, 앵두, 자두, 매실, 목련, 산수유, 동백꽃, 돌단풍, 진달래, 개나리)의 고운 색채처럼, 부디 짬을 내시어 전시장을 찾아 삶에 대한 감사도 더욱 깊게 느끼고 이런 시구도 음미해 보시면 좋겠다.

꽃 피는 봄 사월 돌아오면
이 마음은 푸른 산 저 넘어
그 어느 산 모퉁길에
어여쁜 임 날 기다리는 듯
철따라 핀 진달래 산을 덮고
머언 부엉이 울음 끊이잖는
나의 옛 고향은 그 어이런가

박화목 시인의 <망향> 중에서

전시제목이광택: 봄 마당에서 뒤짚는 ‘예술하는 자세’

전시기간2023.05.08(월) - 2023.05.17(수)

참여작가 이광택

관람시간12:00pm - 06:00pm / 일요일_12:00pm - 05:00pm
마지막 날은 오후 3시까지 입니다.

휴관일없음

장르회화

관람료무료

장소갤러리 담 GALLERY DAM (서울 종로구 윤보선길 72 (안국동) )

연락처02.738.2745

Artists in This Show

이광택(Lee Kwang-Taek)

1961년 출생

갤러리 담(GALLERY DAM) Shows on Mu: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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