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혜영: 노드: 하나의 전체 Node: One and its entirety

2023.04.20 ▶ 2023.06.18

성곡미술관

서울 종로구 경희궁길 42 (신문로2가, 성곡미술관)

Map
  • 전시포스터

  • 서혜영

    Ubiquitous 1 2003 캔버스에 흑연 연필 240×180cm

  • 서혜영

    Ubiquitous 2 2003 캔버스에 흑연 연필 240×180cm

  • 서혜영

    남겨둔 가지 2023 Prolongement 2023 2023 황동, 황동 체인, 비즈왁스 가변크기. 장소특정적 설치 (성곡미술관)

  • 서혜영

    ectype C 2015 스틸, 분체도장 88.8×55.1×89.1cm

  • 서혜영

    ectype 2 2017 스틸, 분체도장 가변크기

  • 서혜영

    물질도감 A Picturesque Matter 2021 트레이싱지, 색연필, 유리 46×33cm 사라진 매스 2 Dissolve 2 2021 비즈왁스, 너도밤나무, 레진 Beeswax, Beech, Resin 20×17×17cm

  • 서혜영

    Floating Units 2023 2023 스틸, 분체도장 가변크기. 장소특정적 설치 (성곡미술관)

Press Release

늘 변치 않는 모습으로 자리를 지키는 듯 보이는 나무는 사실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매 순간 수많은 선택을 내리고, 눈에 보이지 않는 땅 속에서도 치열하게 뿌리를 뻗어내며 살아가고 있다. 예술가의 작업 활동도 이러한 식물의 삶과 구조를 닮아 있다. 『노드: 하나의 전체』에서 서혜영이 선보이는 작업들은 마치 마디에서 갈라 나온 잎과 가지처럼, 지난 20년의 여정에서 그가 피워낸 창작의 결과물들이다. 연결점, 기준점과 같은 의미를 지닌 단어 '노드'는 식물학에서는 식물의 마디(節)를, 음악에서는 선율을 구성하는 기준점을 뜻한다. 이는 그간의 작업들을 되짚어보며 주요한 분화점들을 정리하고 연결해보려는 이번 전시의 의도를 반영하며, 서혜영의 세계를 구성하는 기본 단위인 벽돌 유닛을 나타내기도 한다.

서혜영의 작업은 늘 공간에 대한 관심으로부터 출발한다. 1996년 첫 개인전에서 뼈 조각을 통해 인간 존재를 품은 공간으로서 몸을 탐구한 작가는, 2000년 이후 벽돌을 쌓는 행위를 통해 구축되는 공간에 대한 관심을 지속적으로 확장해오고 있다. 인류 문명의 발전과 역사를 함께해 온 벽돌의 형상은 서혜영에게 있어 2차원과 3차원의 구분을 넘어 늘 창작의 기본이 되는 어법이다. 스틸, 유리, 거울, 목재, 왁스 등 다양한 산업 재료를 이용해 벽돌 모티프의 변주를 보여주는 그의 작업은, '사물의 공간', '가능성 있는 모든 결합'과 같은 주제를 경유하며 일상적이고 공적인 공간에서 예술작품이 지닐 수 있는 가능성을 살펴보는 시도로 확장되고 있다. 직육면체의 벽돌과 삼각형의 유닛은 공간의 특성에 맞게 결합되고 해체되기를 반복하며 공간을 구성하는 일부이자 하나의 전체가 된다. 이러한 유닛의 유연성은 조각과 설치, 평면 등 장르와 매체를 넘나들고, 때에 따라 가구가 되고, 사물이 되며, 디자인이 되기도 하는 서혜영 작업의 가변적 특성을 드러낸다.

유닛의 조합을 통해 만들어지는 유기체적 형상은 어쩐지 흩날리는 꽃잎과 눈꽃, 산등성이와 같은 자연의 기하학적 구조를 떠올리게 한다. 물론 얼핏 본 인상으로 그의 작품에서 자연을 연상하기는 쉽지 않다. 금속성을 띈 「ectype」 연작은 자연의 유연함보다는 오히려 도시의 건축물이 지니는 묵중함과 불변성을 연상시킨다. 하지만 다소 차갑고 이성적인 서혜영의 세계는 그 이면에 자연의 유연성을 지니고 있다. 안팎의 경계를 지으면서도 숨 쉴 곳을 허용하듯 비어 있는 브릭 사이로 교차되는 면들이 비쳐 보일 때, 관계의 연결과 단절을 가르는 경계가 그저 얇은 막에 불과했음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또한 캔버스에 희미한 선긋기를 반복하며 형상을 만들어가는 과정은 호흡을 가다듬으며 임하는 일종의 수행과 같다. 작가는 선을 긋는 행위를 통해 시간을 느낀다. 생각의 흐름이 손끝에 전해지며 미세하게 진동하는 선은 은은한 형상을 만들어내며 관객이 상상할 수 있는 틈을 남긴다. 왁스의 사용 역시 같은 선상에서 바라볼 수 있다. 온도 변화에 민감하고 형태 유지가 까다로운 소재인 왁스는 통제하고자 하는 욕망과 조각의 고정관념인 무게감을 무너뜨리며,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자연의 형상처럼 나이가 들며 점점 더 유연해지는 작가의 태도를 반영하는 듯하다.

이처럼 서혜영의 작업은 벽돌에서 출발하여 벽돌로 돌아오면서도, 변화하는 환경 및 우연과 마주하며 때때로 다른 양태를 보여왔다. 지난 20년간의 작업은 어떤 만남과 발견들, 보고 듣고 읽게 된 것들을 계기로 조금씩 궤를 달리해 왔던 것이다. "분화하는 사건의 지점"이라는 '노드'에 대한 서혜영의 해석처럼, 이번 전시가 작가에게 있어 향후 뻗어나갈 가지의 방향을 모색해보는 마디가 되기를 기대한다.

1F 남겨둔 가지 Prolongement
이번 전시의 출품작 중 가장 시기가 이른 2003년의 회화와 2023년의 설치작이 어우러지는 '남겨둔 가지' 섹션은 조각에서 출발하여 설치와 회화 등 장르에 국한되지 않고, 다채로운 재료의 스펙트럼을 활용하며 외연을 확장하고 있는 서혜영의 작업 세계를 압축하여 보여준다. 네 점의 「Ubiquitous」(2003)는 잉태와 탄생에 관한 종교적 도상인 '수태고지'의 모티프를 재해석한 회화 연작이다. 작가는 이 신화적인 서사에 담긴 믿음의 차원을 탐구하며, 반복적으로 그은 연필선으로 켜켜이 축적된 벽돌의 형상을 통해 2차원 공간에 내재한 공간감을 드러낸다. 캔버스 위 모호한 형태의 인물과 구조는 작가가 말하고자 한 어디에나 편재하는 공간 혹은 심리적인 공간으로 해석할 수 있다.

「남겨둔 가지 2023」은 작가가 2019년 프랑스 시테 레지던시에서 접한 Prolongement이라는 단어에 영감을 받아 시작하게 된 작업의 연장이다. 한국어로는 '가지치기'라고 표현되는 Prolongement은 원예 과정에서 식물이 뻗어 나갈 수 있도록 가지를 남겨두는 것을 의미한다. 같은 행위를 '쳐 내는 것'과 '남겨두는 것'으로 달리 해석하는 데서 비롯된 사고의 전환을 바탕으로, 작가는 삭제와 연장이라는 서로 상반되면서도 이어져 있는 두 개념을 탐구한다. 유려하게 뻗은 가지의 형태는 보이지 않는 땅 속에 어마어마한 에너지와 생명의 가능성을 품고 있는 뿌리의 형상과도 닮아 있다. 남겨둔 가지에 매달린 구형의 황동볼과, 씨앗, 동물의 뼈 등을 연상시키는 왁스 조형물은 자연이 잉태해낸 산물에 빗대어져 반짝인다. 작가는 을지로 3가의 철물점 거리에서 우연히 오래 전에 그 쓰임을 다하고 남겨진 황동을 발견하고, 이를 그러모아 미술관 공간 속으로 뻗어 나가도록 만듦으로써 황동이 간직한 시간과 공간을 연장시킨다.

2F 긴밀한 경계 Tight Perimeters
'긴밀한 경계'는 안과 밖, 분리와 결합처럼 서로 대립되는 두 항을 구분하는 경계가 사실 얇은 막에 불과하다는, 관계에 대한 작가의 인식을 반영한다. 「ectype」 연작에서 경계를 나누면서도 브릭의 틈 사이로 비쳐보이는 색색의 면들은 서로 중첩되며 착시를 일으킨다. 경계에 대한 작가의 실험은 공간을 구획하고 경계의 기준점이 되는 건축적 요소인 기둥의 활용에서도 나타난다. 서혜영은 기존 전시 공간의 기둥을 본따 두 개의 기둥을 신설하는 트릭을 통해, 경계 사이로 시선의 교차와 시점의 변주를 유도한다. 한편 캔버스에 선긋기를 하며 형상을 쌓아가듯, 흑연 가루를 묻힌 먹줄을 튕겨 벽면에 그려낸 먹줄 드로잉은 선과 면이 분할되는 동시에 겹쳐지며 미로와 같은 미지의 공간을 만들어낸다.

「물질도감」은 모든 물질에는 영혼과 고유한 에너지가 깃들어 있다는 믿음을 바탕으로 '도감'의 방법론에 착안하여 작업한 드로잉 연작이다. 버섯, 씨앗, 돌과 같은 자연물을 연상케 하는 미상의 물질은 박물학자가 발견해 낸 동식물을 기록한 도감처럼 섬세한 점과 선으로 묘사되었다. 반투명한 종이 위로는 굴절된 유리로 레이어가 더해지는데, 각각의 레이어는 경계인 동시에 연결점으로 기능해 관객이 물질과 관계 맺을 수 있는 다층적인 가능성을 만들어낸다.

3F 가능성 있는 모든 결합 Prospective Compositions
가능성 있는 모든 결합'은 유닛의 유연성과 확장성을 이용하여 예술작품의 실용적 잠재성을 실험해보는 작품들을 중심으로 구성된다. '섬'을 의미하는 이탈리아어 isola에서 이름을 딴 이 프로젝트는 외딴 섬처럼 바라보기만 해야 했던 예술작품을 학교와 주택 등 일상적인 맥락에 놓아보며 공간과의 관계 속에서 다각화되는 예술작품의 가능성을 실험하는 의도를 지닌다. 삼각형 유닛이 유기적인 형상을 이루며 결합되어 설치 작업이자 카펫 또는 조명이 되는 「isola project 2023」, 자성을 띤 박스 유닛들이 결합되어 앉아 쉴 수 있는 가구가 되는 「Box 2023」, 벽면의 유닛들이 떠다니듯 파형을 이루며 시각적인 리듬감을 만들어내는 「Floating Units 2023」은 낮은 층고와 기둥 등으로 인해 주거 공간을 연상시키는 성곡미술관의 독특한 건축적 구조 안에 과거 설치와 다른 모습으로 재구성되며 또 다른 해석의 가능성을 지닌다. ■ 전지희


Sungkok Art Museum is pleased to present Node: One and its entirety, a solo exhibition of Haiyoung Suh as part of the museum's program to support established Korean artists. Node, the parts of plant stems from which branches and leaves grow, symbolizes the connections between 20 years of Suh's works from 2003 to 2023. Through examination of these nodes behind Suh's accomplishments, we not only celebrate but also thoroughly explore the building blocks of the identity behind Suh's works. Moreover, the alternative definition of nodes as connection points or singular units of networks, perfectly portray the recurring motifs of brick units and their collective forms in Suh's works.

Haiyoung Suh's work always originates from an interest in space. Having explored the human body as a space that cradles human existence through bone sculptures in her first solo exhibition in 1996, Suh has consistently expanded her interest in the space that is constructed through the act of laying bricks since 2000. As integral as bricks were to the development of civilization, bricks have also provided Suh the medium for an artistic language that extends the boundaries between planar and spatial realms. Her bricks are also composed of various industrial materials such as steel, glass, mirrors, wood, and wax, which exemplifies her efforts to explore the embodiment of art in common objects and spaces through themes like "isola project", "prospective composition" and more. The cubic bricks and triangular units become both a part and the whole of the mesh, repeating to be combined and disassembled along the contours of space. Such flexibility of units reveals the variable nature of Suh's work, which traverses the boundaries of genres and mediums, whether they're sculptures, installations, or paintings, and becomes furniture, objects, and designs as circumstances require.

The organic forms created by the combination of units are somehow reminiscent of the geometric structure of nature, like fluttering petals, snowflakes, and mountain ridges. It is, of course, not easy to associate nature with her works at first glance. The metallic ectype series evokes the rigidness of urban architecture rather than the flexibility of natural scenery. Though seemingly cold and rational, Suh's oeuvre in truth embodies the composed fluidity of nature. Upon catching glimpses of the intersecting planes through the hollows of bricks that also create a boundary between the inner and the outer, viewers are led to realize that the borders between connection and separation in relationships consists of nothing more than a thin veil. In addition, the process of creating shapes by repeatedly drawing faint lines on the canvas allows the intervention of thought and passage of time. For the artist, the act of drawing lines is akin to meditation on emptiness. This meditation is transferred to the pencil at her fingertips, which in turn is expressed through subtle trembling lines on the canvas, leaving intentional gaps for the viewer to wander in imagination. Using wax as a base material can also be viewed as an extension of this context. Wax is sensitive to temperature and often malleable, an unconventional material for sculptures, which are thought to be defiant to change and time. Hence, Suh's wax works reflects her stance on nature and its flexibility as her choices in materials seems to suggest that not all forms are everlasting in the natural world.

As such, although Suh's works began with bricks and returned to bricks, they have taken on a varied modality at times as she confronted changing circumstances and coincidences. Her encounters and discoveries and what she has seen, heard, and read created the momentum for her oeuvre to gradually take a different trajectory over the past 20 years. As was Suh's interpretation of a node as a "point where events diversify," we hope that this exhibition will become a node for the artist to explore the future directions for the splitting branches of her oeuvre. ■ Jihee JUN

□ 전시 연계 특별 강연 「조각의 상태: 물질, 형상, 현상」
- 강연자: 정현(미술평론가, 인하대 조형예술학과 교수)
- 일시: 2023년 5월 20일(토) 오후 2시
- 장소: 성곡미술관 2관

□ 작가와 함께하는 오브제 워크숍 「가능성 있는 모든 결합」
- 진행자: 서혜영 작가
- 일시: 2023년 6월 10일(토) 오후 2시
- 장소: 성곡미술관 내

전시제목서혜영: 노드: 하나의 전체 Node: One and its entirety

전시기간2023.04.20(목) - 2023.06.18(일)

참여작가 서혜영

관람시간10:00am - 06:00pm
* 입장 마감 오후 5시 30분
*도슨트 / 금~일요일 01:00pm / 03:00pm

휴관일매주 월요일 휴관

장르회화

관람료일반(만 18~64세) 5,000원
단체, 만 65세 이상, 장애인, 국가유공자, 예술인패스 4,000원
초등생 이하, ICOM 무료

장소성곡미술관 Sungkok Art Museum (서울 종로구 경희궁길 42 (신문로2가, 성곡미술관) )

기획성곡미술관

주최성곡미술관

주관성곡미술관

연락처02.737.7650

Artists in This Show

서혜영(Suh Hai-Young)

1968년 출생

성곡미술관(Sungkok Art Museum) Shows on Mu: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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