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욱: 리모컨이 작동하지 않자 드론은 바닥으로 내리 꽂혔다

2023.04.29 ▶ 2023.05.26

아트센터 예술의 시간

서울 금천구 범안로9길 23 (독산동) 아트센터 예술의 시간 4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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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시포스터

  • 이영욱

    리모컨이 작동하지 않자 드론은 바닥으로 내리 꽂혔다_ 전시전경 ⓒ2023. YI YOUNG UK & Art Centre Art Moment All Right Reserved.

  • 이영욱

    리모컨이 작동하지 않자 드론은 바닥으로 내리 꽂혔다_ 전시전경 ⓒ2023. YI YOUNG UK & Art Centre Art Moment All Right Reserved.

  • 이영욱

    사료에 초콜릿을 섞어 먹은 방어는 그 사료가 특별하다는 생각하지 않았고, 이 방어를 먹어본 이들은 초콜릿 사료를 먹은 방어라는 것을 알아채지(인지하지) 못했다. 2023_acrylic on wood, aluminum_350x120x50cm. ⓒ2023. YI YOUNG UK & Art Centre Art Moment All Right Reserved.

  • 이영욱

    보고 나면 솜털이 쭈뼛 서면서도 속은 타오르고, 완벽주의적이면서 동시에 분열적인 그 2023_epoxy, resin, urethane, acrylic, bobber, level, bolt, nut_30x17x13cm. ⓒ2023. YI YOUNG UK & Art Centre Art Moment All Right Reserved.

Press Release

리모컨을 멈추게 한 것

하나의 정립된 생각, 인식과 개념을 형성하는 방법을 비롯하여 우리가 관계 맺는 모든 사회문화적 통념들은 무의식중에 우리 사고에 쌓이고 은연중에 우리의 행동을 만들어간다. 생각하고 관계하는 방법을 익혀 매일을 문제없이 살아가는 우리에게, 어느 날 누군가가 끊임없이 반복되는 생각과 행동의 쳇바퀴를 멈추게 한다면 어떨까? 이영욱 작가는 우리 몸과 생각에 깊게 배인 습관들을 우리를 지배하는 유무형의 통제로 보고 이에 대한 ‘생각의 일시정지’를 제안한다. 작가의 개인적 경험이기도 한 인식의 방법은 평소 자연스럽다고 여긴 자연 현상, 사고의 회로, 사회적 관계 등에서 불현듯 의구심을 발견하는 순간을 넘기지 않고 붙잡는 것에서 시작한다. 의문의 순간이 잦아지고, 고민이 지속되면 개인의 존재를 지탱하게 했던 모든 것들이 모호하게 흐려지고 흔들리게 된다. 작가는 우리를 감시하고 이끄는 통제적 사고를 드론에 비유한다. 우리의 머리 위를 돌며 시시각각 감찰하는 드론이 멈출 때, 비로소 우리는 새로운 시각의 가능성을 얻고, 자율성을 발현할 수 있게 된다.

그리하여 드론의 리모컨을 멈추게 한 것은 그 누구도 아닌 바로 작가 자신이었으며, 우리 각자가 되어야 함이 밝혀진다. 미처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자연스럽게 여겼던 것들이 갑자기 불편하게 느껴질 때가 있고, 나의 의지가 아니라고 생각했던 곳에서 숨겨진 욕망과 권력들의 충돌을 발견할 때가 있다. 니체의 말처럼 나약한 인간은 스스로를 보존하기 위해 진리라는 것을 고정했을지 모르며, 안정적인 사회를 위해 개념을 생성하고, 개별자의 차이를 단념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의 설명처럼, 우리는 꿈과 환상의 가상 세계 속에서 때때로 이것이 거짓임을 어렴풋이 알아채곤 한다. 또는 『시지프 신화』(1942) 속 카뮈의 묘사처럼, 반복되는 일상의 권태에 다다른 이들에게 부조리함의 징후는 “어느 날 문득 무대장치가 붕괴되는 일”처럼 다가올 수 있다. 어떠한 만남이든지 간에, 부조리함을 맞닥뜨리는 경험은 극심한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그러나 카뮈의 말처럼, “‘왜?’라는 의문의 솟아오름”은 중요하다. 이는 의식이 활동을 개시함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번 이영욱 개인전은 내면에 고착된 선입견에서 모순을 발견하는 작가의 시선에서 출발한다. 작가는 전혀 아름답다고 인식하지 않았던 것에서 경험되는 심미적 순간, 문득 발견한 형태의 흥미로움에서 시작되는 작업, 친밀함을 기반한 인간관계나 단단해 보이는 사회망 표면의 미묘한 어긋남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러한 시작점은 오랜 시간 학습된 대상을 읽는 시선과 습관처럼 몸에 배어있던 작업 방식에서의 탈피 행위가 더해져 작품으로 완성된다. 이전 작업에서 작가는 주로 사회적으로 억제되어왔거나 금기시되어온 욕망의 표출을 은연중에 드러내는 작업을 진행해왔다. 이번 작업에서 작가는 감상자로 하여금 자신의 내면세계로 한층 더 들어와 모호함을 함께 마주하길 기대한다. 모호함, 모순 그 자체로 남아있길 원하는 작가의 작품은 우리 눈앞에 선명히 존재하지만, 결코 명료한 개념을 주지 않는다. 작품은 학습화된 감상법을 유도하지 않으며, 자신을 마주하는 이들의 느낌과 감상을 환영하며 존재할 뿐이다.

scene#1_the things: 용머리, 독수리, 공작새, 침팬지
형태의 반복과 나열 그리고 여기에 더해지는 화려한 색채는 우리의 시선을 현혹한다. 반복과 나열은 작가가 지속하고 있는 표현 방법 중 하나인데, 이번 작품에서는 작가의 생각 회로를 보여주는 흔적이면서, 동시에 새로운 시선의 발견을 위한 제안proposal으로 작동한다. 그의 대상들은 나란히, 때로는 중첩되어, 어떤 때에는 무작위로 나열되어 있다. 형태의 반복과 나열, 그리고 불규칙한 중첩은 작가 스스로가 던진 질문의 해소를 위한 방법론을 보여주며, 작품에서는 모호함과 혼돈을 위한 장치로 기능한다.
아름다움을 반복해도 동일한 아름다움이 지속될 수 있을까? 흥미로운 형태의 부분이 반복되면 본래와 전혀 다른 개체로 보일 수 있을까? 존재하는 형태의 반복이 그들이 왜 그렇게 움직이는지에 대한 이유를 알려 줄 수 있을까? 반복된 대상은 개체들의 군집일까, 시간의 흐름이 남긴 움직임의 흔적일까? 작업의 시작은 작가의 직관적 호기심에서였다. 그래서 이번 작업에 등장하는 반복적 형상들 ― 용머리, 독수리, 공작새, 침팬지, 꽃 등 ― 이 선정된 특별한 이유는 없다. 단지 작가는 단순한 의문이나, 직관으로 선택한 형상을 늘어놓거나 특정 형태를 반복함으로써 전혀 다른 감각의 발견이나, 새로운 심미적 경험의 가능성을 시도하고 있다.

scene#2_the heads: 두상들
전시장 중앙에 모인 두상들이 있다. 비슷한 형태와 크기를 가진 두상들의 반복적인 진열은 멀리서 보기에 평범한 집단이나 군중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들의 근처로 다다르게 되면 집단성에 가리워져 있던 개별자와의 만남이 이뤄지게 된다. 그리고 우리는 같은 것 하나 없는 가지각색의 두상들과 마주하게 되고, 그들의 모습에 당황할지도 모른다. 두상에서 기대되는 ‘보통’의 모습이 있다. 눈 두 개, 코 하나, 입 하나가 기대할 수 있는 구성일 것이다. 그러나 여기 모인 두상들에 ‘정상’적인 것은 하나도 없다. 아름다운 눈만이 가득한 머리, 뱃가죽의 근육으로 이뤄진 얼굴, 생선 대가리가 꽂혀있는 머리 등 난해하고 기묘한 머리들은 마치 중요한 모임이라도 하듯 모여 있다.
작가는 그의 주변 인물, 또는 상상력을 가미해 각각의 개별자를 구현하였다. 작가는 사회적 표정을 이루는 외면의 피부를 벗겨내어, 이들의 내면, 개성, 정체성, 그리고 생각들을 얼굴 전면으로 드러내고 있다. 극한의 혼돈으로 가득한 머릿속, 집착과 강박적 생각들, 끔찍한 악몽의 기억, 은밀하고 섹슈얼한 욕망 등, 여기 모인 개별자들은 저마다의 해방감과 함께 독보적 정체성을 뽐내고 있다. 이는 마치 한 공간에 존재하지만 각기 다른 생각들로 가득 찬 동상이몽의 집단 군상을 보여준다.

scene#3_the fishes: 상어와 방어
자신의 존재 형태를 고민하는 방어가 있다. 본래부터 입고 있어야 했던 유연한 외피가 아닌 육면체의 평면에 갇힌 방어의 모습은 그 불합치함으로 인해 우리를 불편하게 한다. 여기에는 작가의 몇 가지 질문이 기반하고 있다. 입체가 평면처럼 보이는 것과 동시에 평면도 입체처럼 보일 수 있을까? 그리고 여기에 움직임이 더해진다면 어떠한 형태가 될 수 있을까?
우리는 육면체로 분절된 방어의 모든 면을 확인할 수 있다. 윗면과 아랫면, 측면과 단면 등 모든 삼차원의 면에서 방어는 성실히 묘사되어 있다. 방어의 단면은 그 선명함으로 싱싱한 횟감을 떠올리게 하고, 정면에서 마주하는 역동적인 방어 얼굴은 그 세찬 고갯짓으로 인해 눈알이 튀어나와 버릴 정도이다. 방어는 분절된 조각에서 평면으로 존재하지만, 이 조각들이 집합을 이룰 때 우리는 한 마리의 입체적인 방어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작가는 평면과 입체 그리고 움직이는 형상들의 혼재가 자아내는 모호함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리하여 작가는 우리의 의식 깊이 자리하고 있는 익숙함이나 친밀함이 무너지는 지점을 만나게 한다. 이 불편함이 괴로움을 넘어 규칙과 형식, 그리고 선입견에 관한 다른 시각을 열어주길 바라면서 말이다.

이영욱은 이번 전시를 준비하며 작가 자신과 관계하고 있는 사회적, 정신적 통제로부터 안녕을 고한다. 학습된 사회적 욕망은 많은 이들의 인생 목표와 행복의 조건을 비슷하게 만들어간다. 정형화된 아름다움의 인식은 진실된 자기 감상을 하지 못하게 막고 있을지 모른다. 작가는 그를 둘러싼 부조리와 마주하고, 새로운 시각을 고민하는 지점을 이번 전시에서 풀어내고 있다. 모호함과 모순을 선사하는 작가의 작품에서 리모컨을 멈추고자 하는 그의 의지를 발견하길 바라며, 감각, 심미적 체험, 예술에 관해 교체 불가한 각자만의 경험이 있기를 바란다.

/ 글 김민경(아트센터 예술의 시간 큐레이터)



이영욱(b. 1991)은 단국대학교 서양화과에서 학사학위를 취득하고, 홍익대학교 회화과에서 석사학위 취득 및 동 대학원 회화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받침점 위에 얹어진 피부》(2022, Every art, 서울), 《배척된 이미지가 토해낸 파편》(2022, Rund gallery, 서울), 《181cm, 83kg, XS》(2021, Laheen gallery, 서울)에서 개인전을 가졌다.

전시제목이영욱: 리모컨이 작동하지 않자 드론은 바닥으로 내리 꽂혔다

전시기간2023.04.29(토) - 2023.05.26(금)

참여작가 이영욱

관람시간월-금 10:00~18:00 / 토 12:00~19:00

휴관일일요일, 공휴일 휴관

장르설치

관람료무료

장소아트센터 예술의 시간 Art Centre Art Moment (서울 금천구 범안로9길 23 (독산동) 아트센터 예술의 시간 4층)

주최아트센터 예술의 시간

후원㈜영일프레시젼

연락처02-6952-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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