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진 : Faint blue evidence

2022.04.06 ▶ 2022.04.12

갤러리 도스

서울 종로구 삼청로7길 37 (팔판동, 갤러리 도스)

Map
  • 김희진

    Site #51-2 : Collected language woodcut print, 102x346cm, 2022

  • 김희진

    Site #57 : blooming on the night ink and watercolor on wood plate, 72x90cm, 2022

  • 김희진

    Site #50 : the old is new ink and watercolor on wood plate, 45x45cm, 2021

  • 김희진

    Piece #05 mixed media, 10x10cm, 2022

  • 김희진

    Site #46 : Deep inside everyone’s mind ink and watercolor on wood plate, 30x29.7cm, 2020

  • 김희진

    Site #5 :Eternal stream ink on woodcut plate, 90x360cm, 2018

Press Release

결과 겹의 증명

존재는 불완전하다.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살아 있음으로써 살아가는 모든 존재들은 불변성을 담보해 주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살아가는 존재로서의 인간은 불변성에 대해 희구하면서도 의구하고 의구하는 만큼 희구한다. 그리고 이 불변성이라는 것은 세상에 뿌리 내린 어떤 존재로서의 증명을 의미하기도 한다. 불변하지 않지만 불변하는 것들에 대한 고민과 호기심은 한때 눈앞에 존재하던 것들을 소환해 낸다. 자신의 귀속을 믿게 하는 즉 어느 시공간적 배경에 속함으로써 머릿속에 기억으로 저장된 것들을 불러오는 것이다. 이 내재화된 풍경은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데, 인간은 이처럼 비유동적으로 수용된 재현을 조건으로 존재에 대한 증명법을 찾아가기 시작한다.

그러나 움직이지 않는 것은 없다. 단지 변화되지 않는 것이 없기 때문이 아니다. 변화하지 않음과 움직이지 않음은 필요충분조건이 아닌 것이다. 기억으로 저장되는 순간부터 이미 존재에 관계되고 관여된 것들로 인해 조금씩 변이가 시작되었으며 증명을 위한 수많은 언어들에게도 불가변성에 대한 재고의 여지가 없을 뿐이다. 특정된 시공간에 속했던 존재의 흔적이라는 것이 증명이라는 명목에 힘입어 재현되는 순간들은 존재의 구체화를 띠지는 못하게 되는 것이다. 즉 스스로가 자기 자신이라고 생각하던 것들은 나만의 모습이 아니게 됨으로써 타자와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불분명해진다. 스스로에 대한 인식이라고 생각하던 것들은 현재성을 확보하는 모습으로서가 아닌 흔적으로, 또한 나인 것처럼 기억되는 다른 누군가의 실루엣으로 존재할 따름이 된다.

이러한 특정성은 결국 누구의 무엇도 아님을 알 수 있다. 누군가의 소유가 아니며 고정된 불변성을 갖추고 있지도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김희진은 다변적인 회화 언어를 통해 이미지를 일부분화하거나 경계 짓는 것이 아닌 이미지가 그 자체로서 표현되는 순간과 과정을 구현한다. 화면에 나타난 이미지들은 기억의 단상들로서 파편화된 의미를 갖는 것이 아니라 흔적으로 은유되는 존재를 조명하는 데에 사명을 다하는 것이다. 기억 속에 저장된 이미지가 화면 안에서 또 다른 이미지를 만나는 순간 충돌하거나 왜곡되고 분리되는 법 없이 고유한 흔적으로서의 모습을 갖추면서도 서로 자연스럽게 융화되면서 재조직된다. 기억 당시 현존적인 이미지라기보다는 새롭게 의미를 창조하는 과정을 증명하는 회화 언어로 탄생되는 것이다.

작가의 작업은 단순히 목판에 무언가를 새기는 행위로만 표현되어서는 안 된다. 목판화의 제작과정은 이미지들을 파내서 새기는 것으로 보일 수는 있으나, 실은 깎고 찢고 가르고 파내고 긁고 분할하고 새기면서 회화적 언어를 구축해 내가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무수한 손길에 의해 정립된 회화적 언어는 바로 존재를 이식하고 기억하면서 흔적을 남기는 것과도 같다. 무던하게 반복적인 행위가 창출하는 창작으로서의 노동은 살아가는 존재만이 행할 수 있으며 그러한 행위가 지나간 자리에 남은 겹과 결은 존재의 증거로 자리한다.

또한 꽃망울을 터뜨리듯 화면의 부분 부분을 물들이고 있는 색채들은 살아 있는 존재의 불완전함에 대한 발로로도 볼 수 있다. 시작과 끝을 알 수 없게끔 유영함으로써 고정된 대상과 현상에 대한 은유가 아니라 완숙하지는 못하더라도 언제든 피어날 준비가 되어 있는, 퍼지고 나아감으로써 새로운 이미지로 상생함의 표현이기도 한 것이다. 나아가 그러한 색채들 중에 서 김희진이 주목한 것은 블루블랙이다. 화면 전반에 입혀진 블루블랙은 마치 인화된 필름처럼 화면에 각인된 듯한 느낌을 자아낸다. 그럼으로써 바다와 하늘, 사색처럼 감히 깊이와 폭을 헤아리기 힘든 공간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 이 심연의 색은 내가 아닌 나 그렇기에 당신 혹은 그 무엇이 될 수 있는 존재와 그 흔적을 포용하는 확장된 시야를 창출하는 데에까지 다다른다.

김희진의 작품은 나무를 깎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어 분할하고 층을 만들고 채색을 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 하나하나의 과정은 존재를 증명하는 언어들로 우리에게 읽힌다. 살아가는 존재는 불완전하기 때문에 스스로를 증명하지 못한다. 흔적이자 하나의 증거로서 부유하기 마련인 것들에게, 작가는 결과 겹의 언어를 통해 최초의 순간과 기억 그리고 무수하고 무던한 존재의 과정들에 대해 헤아린다. 이를 통해 불완전함으로부터의 존재, 나일 수도 있고 당신일 수도 있는, 결론은 나와 당신의 이야기로 결합되고 새로운 의미로 소통한다. 즉 불분명하고 모호한 것, 나만의 것으로 정의할 수 없고 도무지 증명되기 어려운 흔적들은 부정이 아닌 셈이다. 내가 당신일 수 있고 우리일 수도 있는 존재로 증거되는 순간 존재는 비로소 결과 겹으로서 융화되고 기억되어 새롭게 증명될 수 있는 것이다.
■ 김혜린 / 갤러리 도스 큐레이터


작가노트
나에게 작업이란 ‘나는 작업을 왜 하는가.’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이다. 처음에는 무작정 나의 감정을 표현하고 싶어 작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감정이라는 처음의 테마는 내가 작업을 시작 할 수 있게 한 첫 계단이었을 뿐 그것이 본질적으로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었다. 처음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순간부터 작업을 계속하면서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작업을 하는 이유에 대해 물었다. 돌고 돌아, 내린 결론은 내가 존재했다는 증거를 이곳에 남기고 싶었다는 것이다. 그렇게 지금 나는 특정 시간, 특정 장소에 존재했던 나의 흔적을 작품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러나 처음에 나라고 생각했던 그림 속의 인물은 점점 ‘나’의 특성을 잃고 불특정한 누군가의 흔적으로 변모한다. 그림속의 인물은 나이면서 내가 아니고, 누군가 이면서 나이기도 하다. 그 곳 그 순간에 존재했던, 누구라고 정의 할 수 없는 인물의 흔적이다.

작품에 나타난 이미지는 눈앞에 없는 그 기억을 더듬어 그려낸 것이다. 그 날 보았던 풍경은 이미 눈앞에서 사라지고 기억 속에 흐릿하게 존재한다. 그리고 그 기억을 더듬어 그 이미지를 재현해 낸다. 인물의 이미지는 선으로 인해 흩어지고 풍경의 이미지와 결합한다. 관객들은 인물의 이미지를 인식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소비하거나 심지어 발견하지 못하기도 한다. 어지러운 선의 집합체로 흩어진 인물의 이미지는 단지 그 장소에 있었던 존재의 흔적일 뿐이다. 선으로 재구성된 인물의 이미지는 보이지 않는 무엇인가를 표현하려는 노력이 아니다. 인물은 아무것도 표현하지 않는다. 이미 그 형태를 잃은 이미지는 그 곳에 존재했던 사람의 형상을 표현하지도, 풍경을 바라보는 인물의 알 수 없는 감정을 표현하지도 않는다. 사실 인물의 이미지는 그곳에 존재 했던 작가의 자화상이라고 말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그 인물의 이미지가 작가를 나타내는 것도 아니다. 그저 그곳에 누군가-타자의 초상-가 존재했다는 흔적일 뿐이다.

전시제목김희진 : Faint blue evidence

전시기간2022.04.06(수) - 2022.04.12(화)

참여작가 김희진

관람시간11:00am - 06:00pm

휴관일없음

장르회화

관람료무료

장소갤러리 도스 Gallery DOS (서울 종로구 삼청로7길 37 (팔판동, 갤러리 도스) )

연락처02-737-46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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