쌓이는 눈, 아련한 밤

2022.01.26 ▶ 2022.02.20

갤러리 도올

서울 종로구 삼청로 87 (팔판동)

Map
  • 김다희

    경계 oil on canvas, 45.5x53.0cm, 2021

  • 김소정

    Orange 캔버스에 유채_ 53X40.9cm_2018

  • 노현우

    No.018 oil on canvas_91.0x60.6_2017

  • 남희승

    깊은 밤 수채화지에 혼합 매체 실크스크린 인쇄, 60.76x45cm, 2019

  • 류재춘

    달빛_Moonlight 33x65cm_한지에 수묵채색_2015_1천만원

  • 순호

    빛방울드로잉_Drops of Light oil on canvas_15.8x22.7_2021

  • 이목을

    하루화담 하얀 설날 White New Years Day 캔버스에 아크릴 acrylic on canvas, 24.2x33.4cm, 2019

  • 이승현

    시간이 머무는 곳 65.1x53cm, Oil on canvas, 2021

  • 임민성

    water reflection 65×33.3cm, oil on linen, 2022

  • 최혜인

    동지(冬至) The winter solstice 장지에 먹, 안료, 아크릴 Ink, acrylic on paper 53x45cm 2014

Press Release

하루는 낮과 밤으로 구성돼 있고 매일이 되며 계절은 오간다. 수없이 오고 가는 것들, 새로 태어났다 사라지는 것들은 무심코 기억되는 경험으로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사라지는 기억은 공간의 소멸로 인해 추억으로 아련해진다. 그것이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추억이 되며 다시 현장으로 돌아왔을 때 추억은 되살아난다. 빛을 받았다 다시 어두움 속으로 숨는 공간처럼 고단한 일상 속에 잠시 쉬었다 갈 수 있는 여정으로 갤러리 도올은 ‘쌓이는 눈, 아련한 밤’을 계획 전을 개최한다.

김다희의 그림에서 형상은 구체적이나 동시에 추상적인 면모로 불안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무수히 올라오는 선들과 면이 어울려 만들어지는 공간은 회화가 형성되는 과정을 자연스레 보여주며 이 속에서 끊임없이 변화되는 형태로 우리를 맞이한다. 때로는 부드러운 촉감을 떠올려 볼 수도 있겠지만 장면에 다가갈수록 물감의 층이 드러난다. 모였다가 흩어지고 반복되는 물감층은 환영처럼 새로운 모습을 선보이고 출렁이는 곡선과 면은 합쳐져 무엇을 만들어낸다. 드러나있는 회화의 표현으로 보이는 세계와 보이지 않는 생각의 여지를 남기는 것 같다.

김소정이 그린 여인은 모성애의 강조라기보다 그림이 되었을 때 매력이 어필되는 형태로 실재하지만 허구 같은 느낌이다. 모델을 섭외하고 관찰하면서 찾아오는 작가의 감성을 전제로 한 창작의 결과물이다. 회화가 갖는 특성으로 한정된 공간 안에 표현되는 조형 형태, 색감을 연구해 왔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경계를 오가는 양상으로 잠시 혼돈이 오지만 지각은 무수한 기억들로 그림을 그리는 이도 감상자도 무엇이든 느끼면 된다. 표정을 감추고 다 드러내지 않는 방식으로 고독하고 은밀하다. 마치 현대인의 초상과도 같다.

남희승의 회화에 있어 검은색을 바탕으로 퍼즐 형태를 띠고 있는 장면은 현대 미술이 갖고 있는 전형적인 특성으로 다양한 의미가 내포돼 있다. 명확한 답은 없으며 서로가 맞물려 있는 상황으로 무대 위 암전 같은 상황도 연상된다. 작가는 극적인 인생을 바라는 현실에 대해 사유하며 일기 쓰듯 작업을 해왔다. 이를 통해 채워질 수 없는 욕망을 바라보고자 함이다. 고전 이미지 등 과거와 현재를 가로지르는 다양한 요소를 콜라주 해 관객이 자신의 상상력으로 이야기를 채워나갈 수 있도록 했다.

노현우작가는 누구나 한번 즈음 보았을 법한 풍경을 그려왔다. 하늘이 있고 땅이 있는 세상을 구성하는 요소로 물, 풀, 나무, 공기, 바람 등 보이지 않는 존재를 느낄 수 있는 건 작가의 탄탄한 묘사력 덕분이다. 거스를 수 없는 대자연의 법칙이 작품마다 전달되며 고요함은 빼놓을 수 없다. 이는 한낮의 모습이었고 작가는 이를 밤의 시점으로 옮겨본다. 여전히 지향되는 생명체의 유목적 진리탐구는 계속되며 빛은 여기서 해가 지지 않는 백야 현상으로 어둠 속에 감춰질 법한 자연은 살며시 건재한 장면으로 나타난다. 낮이 아닌 밤에 드러나는 자연으로 재현 너머로 오는 감정들은 경험과 기억이 만든 층위처럼 분명할 것 같지만 아련해진다. 환희와 적막 고독함 등은 여전하다.

류재춘이 그린 달빛은 여러 의미로 특별하다. 현대의 관점에서 전통의 맥을 있는 산수화로 보랏빛으로 물든 광경이 인상적이다. 먹의 농담 조절과 붓의 준법 활용 등 한국화의 근저에 있는 기법을 충실하게 사용한다. 실험적인 기법까지 넘나드는 그의 화풍은 산수의 본질적인 면을 찾기 위해 노력해 왔다. 이는 작가의 삶과 무관하지 않으며 일상으로 성격의 총집합이다. 순간을 통해 미래를 꿈꾸는 듯하다.

임민성의 풍경에는 빛과 시간은 물론, 바람이나 공기, 냄새, 소리, 온․습도 등과 같은 비물질적 조건들이 회화적으로 섞여 있다. 이들은 화면 구석구석을 은은하게 울림과 떨림으로 메아리치게 한다. 보는 이의 시선을 사로잡는 작가의 화면은 물감으로 가득한 물질화된 공간이 아니다. 장면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빛, 공기, 소리, 온도, 습도, 호흡 등과 같은 비물질적 조건들이다. 이를 중심으로 풀어나간 일종의 환영적 공간이다. 주지하다시피, 비물질을 드러내는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는 주변의 물질을 통한 심리적 발현일 것이다. 작가의 회화는 이러한 물질과 비물질 사이의 연관 가능성을 연구해 조율한 행위의 결과물이다. 그림에 있어 중요한 것은 관찰됨 보다는 빛과 대상으로서의 물질들, 물과 빛이 서로 충돌하지 않고 조화로운 풍경이 되었다는 점이다.

순호의 빛방울 드로잉 시리즈는 오랜 시간 자연을 관찰하고 연구한 결과물이다. 자연과의 교감을 바탕으로 얻어낸 정서를 생생한 색채와 즉흥적인 붓질로 캔버스에 풀어냈다. 색과 색이 만나는 지점을 통해 때로는 긍정적이며 명쾌하고, 때로는 우울하고 사색적인 느낌을 불러일으킨다. 기운생동하는 캔버스는 평면을 벗어나 밖으로 뻗어 나가려는 듯하다. 작가는 살아있는 자연의 생동감을 회화적으로 풀어냈다.

이목을의 사적 일상은 그림이 된다. 당연한 일이지만 남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세상과 소통하는 수단으로 그리는 일을 선택했기에 어렵지 않게 모난 구석이 없는 형태로 하루를 보여준다. 낯설지 않게 평범한 연출로 일기처럼 기록된 그림들은 시화 (詩畫) 아닌 화시(畫詩)라 불린다. 화가라는 직업을 운명처럼 받아들이고 누구보다 그 직업을 사랑하기에 변화하는 세상 속에 당당한 주체자로 우뚝 서 맞선다. 무한히 일어나는 인과의 순간들 그리고 서로 알지 못하지만 우리는 연결돼 있음을 알고 작가는 관계에 주목한다. 보편적인 정서로 장면 연출은 따뜻하면서 진지하다.

이승현은 회화가 주는 선한 영향력을 믿는 것 같다. 특정 시간의 빛이 아닌 어느 시절의 빛, 따뜻함을 보여주고 싶어 한다. 추억처럼 다가올 수 있는 행복의 순간, 붙잡고 싶은 지속의 순간이 더해진다. 그림을 그리는 동안 기억하는 생생한 순간을 떠올려 나름의 시선으로 정리하고 생각 끝에 상황은 그림으로 변화된다. 구체적이나 때로는 낯설고 거친 붓터치로 밤이 있지만 낮의 모습도 기억되는 시간이 머무는 곳이다.

최혜인은 오랜 시간 식물을 관찰하고 생명성에 관해 연구해 왔다. 작지만 무한한 가능성이 잠재된 생명체로 씨앗이 잉태되고 생명을 기르며〔養生〕 순환하는 구조를 그림으로 표현한다. 작품 동지는 자연 순환의 연결고리로 명확하지만 동시에 추상적이다. 일 년 중에서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은 날이다. 하지로부터 차츰 낮이 짧아지고 밤이 길어지기 시작하여 동짓날에 이르러 극에 도달하고, 다음날부터는 차츰 밤이 짧아지고 낮이 길어지기 시작한다. 이는 인간사로 투영된다. 삶에서 오는 온갖 생각들, 논리로 설명되기보다 생명 연장을 위한 어떤 것이 숨어 있음을 고민하는 작가의 생각 이기도 하다.

전시제목쌓이는 눈, 아련한 밤

전시기간2022.01.26(수) - 2022.02.20(일)

참여작가 김다희, 김소정, 노현우, 남희승, 류재춘, 순호, 이목을, 이승현, 임민성, 최혜인

관람시간11:00pm - 6:00pm

휴관일없음

장르회화

관람료무료

장소갤러리 도올 Gallery Doll (서울 종로구 삼청로 87 (팔판동) )

연락처02-739-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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