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하율 사진전: 꽃 지고 새 울다

2020.10.06 ▶ 2020.10.18

류가헌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106-4 (청운동, 청운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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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ㅣ 2020년 10월 06일 화요일 06:00pm

  • 황하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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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ss Release

<꽃 지고 새 울다>에 부쳐

광산의 쓰레기 탐색자


"대한민국 경제발전과 산업의 초석이던 대한중석 상동광업소가 폐광하면서 ...
흩어진 세월의 조각들을 채집하여 ‘역사적 사명’이라는 이름으로
땀 흘린 그 시대의 주역들로부터 공생(共生)과 공명(共鳴)을 이야기한다." 황하율

인간은 사물들의 한 가운데서 산다. 물질문명은 놀라울 정도로 강렬한 감정과 생각들을 품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흔히 사물을 실용적인 것이나 아름다운 것, 필수품이나 헛된 사치품 정도로 여기는 반면 사물을 ‘정서적인 삶의 동반자’ 라든가 상념을 떠올리게 하는 자극제로 생각하는 데는 그다지 익숙하지 않다. 특히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폐광 속 쓰레기 더미에서 의미를 발견하려 할 때면 더욱 그러하다. 원래 예술의 속성 중 하나가 주목받지 못하는 비천한 것으로부터 중대한 의미를 발견하는 것이기 때문에 탐구자, 혹은 탐색자로서의 사명감을 갖지 않고서는 이런 일들을 벌이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황하율의 <꽃 지고 새울다>라는 다큐멘터리적 정물은 사물에 깃든 역사의 초상이다.
그가 틈틈이 모은 오브제들을 가지고 오랫동안 관찰하고 숙고했다는 것을 이번 시리즈들에서 발견할 수 있는데, 이는 구도자의 길을 걷는 사진가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가 사진을 공부하기 위해서 수 년 동안 여러 도시로 다녔던 과정도 구도자와 닮아있다.

작품에서 보이는 1992년에 발행된 출장 신청서에는 계원의 도장과 과장의 사인이 들어가 있는데 너무 낡은 나머지 촬영 직후에 부서졌다고 한다. 87년에 발행된 재향군인회의 종신 회원증, 그리고 84년에 발행된 문서에 빼곡히 적혀있는 한자 이름들, 그리고 그 문서를 작성하느라 쓰인 소박한 펜과 잉크 병…그의 사진들을 보다 보니 시간을 거꾸로 거슬러서 과거로 떠나는 여행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한국은 세계에서 손꼽히는 텅스텐 생산 국가중 하나였다. 중석은 바로 텅스텐을 얻는 귀중한 광물자원을 부르는 명칭인데, 대한민국이 자동차도 반도체도 초보이던 시절 중석 산업은 상동의 소득수준을 리드하는 경제의 젖줄이었다. 그러나 “중석” 혹은 “텅스텐” 하면 우리는 왠지 제한적인 생각들 에만 사로 잡히는 모순을 겪게 된다. 이를테면 헬멧에 때묻은 작업복을 입고 곡괭이를 든 광부들의 모습이나 스테인리스 밥 사발 같은…

단순한 1차산업의 현장인 줄만 알았던 그곳에서 산업을 일군 ‘삶’의 이야기들이 사물을 통해 망각의 저편으로부터 귀환한다. 귀환할 뿐만 아니라 강한 노스텔지어를 불러 일으켜 과거로의 시간여행을 청하고 있는 것이다.

보물도 아닌 쓰레기 보관소인 그의 창고는 기억의 창고다. 중석 광업소의 폐허에서 틈틈이 발굴해낸 오브제들을 컨테이너 창고에 보관하면서 역사의 편린들을 찾아내고 조명했다는 것이 이번 발표작의 가장 큰 의의가 되겠다. 이런 사물들의 원래주인들은 산업의 현장에서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느라 날마다 그들이 다루었던 사물들을 객관적으로 혹은 역사의식 속에서 바라볼 겨를이 없었을 것이다. 직원들이 맡긴 막도장은 닳고 닳은 채 흙 속에서 발굴 되었는데 희미하게나마 그들의 이름이 남아있다. 그들은 중석 산업의 퇴보와 함께 시간의 뒤안길로 홀연히 멀어져 갔다. 그래서 의미의 발굴은 세월이 흘러서야 그것의 중요성을 알아차린 사람의 몫으로 남는다.

황하율은 작품을 감성적 터치로 풀어냈다. 자칫 딱딱한 재현이나 형식주의로 빠질 뻔 했던 사진에 부드러운 계조를 입힘으로써 단순한 정물의 사실적 묘사만이 아닌 감각적 표현으로 승화했다. 가난을 탈출 시키던 경제부흥 시대에 대한 고찰, 냉철한 즉물적 표현을 하면서도 자칫 딱딱해지기 쉬운 화면을 부드러운 계조로 감싸주고 있다.

한국의 광업분야를 다루는 다큐 사진들은 대개는 막장에서 탄가루를 뒤집어 쓰고 고된 사역을 하는 광부들을 기록해왔다. 그러나 황하율은 사람이 아닌 사물을 통해서 역사를 재조명 했다.
여기에는 세바스티앙 살가도의 브라질 금광 같은 스펙터클함과는 전혀 다른 감회가 남는다. 흥미로운 사물들 가운데는 광물을 실험하는 시약병, 물에 젖은 녹음용 릴 테이프, 광부들이 커피를 마시던 종이컵 ('금성'이라고 찍힌), 교육용 8mm 영화필름과 오디오 테잎. 마치 크록스 슬리퍼를 연상하게 하는 구멍 뚫은 고무신. 미처 현상하지 못한 컬러필름 등이 등장한다. 외부인들이 막연히 상상해 온 전형적인 광산의 모습이 아니라 그들만의 세계에서 일상이 되었던 모든 활동과 문화들의 모습이 고스란히 화석화 되어있다. 대한민국 다큐멘터리의 대다수가 현장에서의 순간 포착을 중시하고 있다면 황하율의 스타일은 aftermath, 즉 상황이 종료된 후의 증거물들을 찾아 자신의 스타일로 재가공한 뒤에 공개하는 방식으로 역사에 접근했다. 재현과 해석이 자연스럽게 공존한다.

그의 작품들과 같은 뉘앙스의 영화를 굳이 고른다면 <국제시장>을 택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국제시장이 주인공 한사람의 파란만장한 삶의 여정을 이야기 함으로서 시대의 아픔을 조명한 것이라면 <꽃 지고 새울다>는 알려지지 않은 익명 다수의 숨결과 땀과 의식을 사물들을 통해서 침묵으로 말해주고 있다. 중석산업이 세계에서 손꼽는 수준이었던데 반해 주로 탄광촌만 다큐의 조명을 받아 왔었다는 것이 납득이 안될 정도로 황하율의 작업은 귀중한 역사적 자료이기도 하다. 그의 말대로 <꽃 지고>의 스타일은 60% 이상이 다큐, 그 나머지는 유형학, 그 다음이 노스텔지어를 자극하는 감성사진의 범주로 분류할 수가 있을 것이다.
■ 사진작가 장일암, 생각하는사진 원장



작업 노트
꽃 지고 새 울다, 대한중석 상동광업소


대한중석 상동광업소. 1960년대 국내 광산업의 핵심이자, 국가 경제의 중추적 기능을 담당했던 곳이다. 식민지 치하를 지나 6.25전쟁을 통해 모든 것이 황폐화 되어 국가를 지탱할만한 특별한 산업이라고 해 봐야 좁은 농경지를 바탕으로 하는 농업뿐인 가난하고 조그마한 나라는 지구상의 빈곤국의 대열에서 벗어나지 못하였다.

오로지 생계유지로 굶지 않고 먹고 사는 것에 모든 것을 바치기 위하여 전국 각처에서 그곳 산골짜기 강원도 광산 상동으로 몰려들었다.
‘역사적 사명’이라는 책임감과 국가발전의 주역의 한 사람이라는 자긍심의 숭고한 정신으로 이루어낸 한국의 ‘골드러시’(Gold Rush) 라고 할 수 있겠다.

지나간 세월을 되새긴다는 것은 부질없는 짓이라고 생각될 때도 있지만, 그때는 쓰리고 고통의 순간이 있을지라도 옛날을 생각하는 것은 과거가 반드시 아름답다거나 괴로웠던 기억만이 아니더라도 그것이 오늘의 나를 형성한 조각이거나 최소한의 인자이기 때문에 그리움이 가미된 아릿한 그 무엇이 아닌가 생각한다.
경제적으로는 빈곤했더라도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건강했던 그곳, 그 정신이 오늘의 올곧은 나를 만들고 나아가 오늘날 대한민국의 기본이었을 거라는 생각을 한다.

반세기 세월 건너, 저편의 기억에서 사그라져 추스릴 수 없는 재가 되었을 법한 기억들이 다시 형상화되어 묵은 필름처럼 눈앞에 비치는 것은 분명 환영이 아닐 것이다.
■ 황하율

전시제목황하율 사진전: 꽃 지고 새 울다

전시기간2020.10.06(화) - 2020.10.18(일)

참여작가 황하율

초대일시2020년 10월 06일 화요일 06:00pm

관람시간11:00am - 06:00pm

휴관일월요일 휴관

장르사진

관람료무료

장소류가헌 Ryugaheon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106-4 (청운동, 청운주택) )

연락처02-720-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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