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즈나리 핫토리 포스터(Kazunari Hattori Posters) 개인전

2020.09.09 ▶ 2020.09.27

대안공간 루프

서울 마포구 서교동 33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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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즈나리 핫토리의 ‘케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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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즈나리 핫토리의 ‘헬로 키티’

Press Release

카즈나리 핫토리, 자연체自然體 활동가

카즈나리 핫토리의 작업을 보고 있으면 ‘비스듬하다’는 생각이 떠오른다. 미츠비시 1호관 미술관이나 문학잡지 ‹한밤중Mayonaka›의 로고 디자인, 다각형의 그래픽을 구성하는 선, 큐피 하프의 광고 카피의 위치, 글꼴, 벡터 그리고 레이아웃, 디테일부터 전체까지 모든 곳에 ‘비스듬’이 침투해 있다.

왜 ‘비스듬’한가? 분명 핫토리는 ‘정체(正體, normal font style)’가 태연하게 두르고 있는 ’올바름’에 회의적인 시선을 던졌을 것이다. 선험적으로 정해진 올바름은 없으며 사체(斜體, Italic font)는 정체를 기울여 만들어지는 사후적 존재가 아니라 생각하여 ‘비스듬’이 그 자체로서 올바른 존재가 될 수 있도록 했다.

그렇다. 핫토리에게 ‘디자인’이란 모든 것을 평등하게 하기 위한 기술이다. 그의 디자인은 정체와 사체, 색과 형태, 문자와 사진 그리고 상품과 비상품적 요소가 모두 즐겁게 나열되어 있다. 그 즐거움은 물론 핫토리만의 유머러스한 조형감각에서 유래되었다. 하지만 그것만이 아니다. 그 안에 있는 모든 요소들이 평등하게 존재한다는 것을 인식(또는 인식하고 있는 것처럼)하고 있기 때문에 유쾌한 느낌을 받는다.

보이지 않지만 느낄 수 있는 ‘비스듬’도 있다. ‘중력’이다. 수평적 요소와 수직적 요소를 모두 포함하는 비스듬한 상태에서 중력은 항상 활동적이다. 비스듬을 그토록 좋아하는 핫토리가 보이지 않는 중력의 힘을 무시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실제로 그가 아트 디렉션을 맡은 패션잡지 ‹유행통신Ryuko Tsushin›은 ‘중력이 뭐였지?’ 생각하게 만드는 이미지로 가득했다. 가방이 어색하게 세워져 있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천장에 매달려 상하를 거꾸로 뒤집어 놨거나, 책 끝이 풍선에 매달려 살짝 떠있는 상태이기도 했다. (비스듬과 중력의 합체 기술!)

핫토리는 중력으로부터 도망가려고 하지 않는다. 중력의 제약을 받아들이면서 그것을 역으로 이용해 우리 안에 배어버린 익숙한 인식이나 사고, 감각을 리셋시킨다. 무중력이 아닌 비 중력, 중력의 힘으로 가득 차 있지만 공중에 떠있는 이미지 앞에서 분명 사람은 유쾌한 불안을 느낄 것이다. 즉 자신의 감성을 재인식시킨다.

오늘날 우리들이 살고 있는 세계는 정보통신기술이나 시청각 미디어에 의해 기존의 상징이나 감각이 컨트롤되고 있다. 게다가 마케팅과 프로파일링으로 의식뿐만 아니라 감정까지도 시장화되었다. 상상력과 감성을 통해 타인이나 세계와의 연결 고리를 만들어야 할 ‘상징’은 문화자본에 의해 착취되어 기능장애 상태가 되어버렸다—이러한 세상을 베르나르 스티글러는 ‘상징의 빈곤’이라고 표현했다.

이러한 상태에서 디자이너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시대에 민감한 디자이너라면 ‘상징의 빈곤’이 일어나버린 업계를(즉 자신들을) 비판하고, 기업이나 문화자본의 가속하는 욕망과 사람들의 개인적 욕망의 관계를 장기적인 시점에서 조절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을 보면 익명의 디자인들로 인해 사람들이 생각하거나 느끼는 것을 멀리하게 된 경우도 적지 않다. 이 상황을 핫토리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지 떠올려보지만 확실하지 않다. 그는 말로 표현하는 것이 서툴다. 그 이유는 뚜렷한 관점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다양한 관점을 중요시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핫토리는 어디까지나 디자인을 통해서 ‘개념’에 도달하려고 한다. 이 말이 엉뚱한 의견으로 들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오해하기 쉬운 ‘개념’의 특징은 사실 명확함이 아니라 다양성이다. 질 들뢰즈와 펠릭스 가타리는 ‘개념은 하나의 다양체’라고 했다. 또한 ‘개념이란 다가올 사건의 윤곽, 배치, 별자리이다.’고도 말했다. 여기서의 ‘개념’이야말로 이상적인 디자인의 존재 방법이다. 형체를 배치하여 형태를 만들고, 별을 배치하여 형태 없는 형태 즉, 성좌를 만들어냈다. 그렇게 사람들을 연결시켰다. 옛날의 우리는 무한하게 펼쳐진 하늘에 떠있는 무수한 별들 사이에 관계성을 발견하여 그것에 시적인 이름을 붙이는 감성을 가지고 있었다. 우리는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도 같은 하늘에서 같은 모양을 생각했을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한 아름다운 감성을 다시 되살리는 것은 필수이다.

월간지 ‹월간 백과Gekkan Hyakka›의 표지는 ‘고양이’라는 ‘개념’의 다양성에 대한 연구라고 볼 수 있다. 한정적인 조건에서 만들어진 고양이들. 야옹, 후, 쿵 하는 이미지에서 다양한 소리가 들려온다. 마음에 든 고양이도 있지만 마음에 들지 않는 고양이도 있다. 그러나 상관없다. 발행 출판사인 헤이본사가 백과사전이라는 개념의 집약체에 계속해서 관련해온 기업이라는 것을 떠올리며 나는 다양성과 취향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이를 통해 개인 차원에서 세계와의 연결을 약간 회복할 수 있었다.

이처럼 핫토리는 디자인으로 실체화된 ‘매스’라는 집합을 디자인으로 해방하려 했다. 디자인을 사랑하기에 디자인을 용서하고 구원하며 ‘매스’를 ‘개인의 집약체’로 환원하려 했다. 그래서 그는 남에게 이야기를 전하려 하는 ‘작은’ 사람들에게 매우 친절하다. ‹here and there›이라는 작은 규모의 잡지, 가수의 책, 작은 미술관의 광고, 큐피 하프 광고도 그랬다. ‘나에 대해 생각할 때가 있다’라는 아키야마 쇼우의 카피를 핫토리가 자신의 필체를 사용한 것은 귀여움을 연출하기 위한 것이기도 했지만 그 누구도 아닌 ‘나’의 말을 전하기 위해서이다.

그러나 이렇게 글로 적어 놓는 들, 분명 그는 졸려 보이는 눈을 조금 크게 뜨고 “그래요? 아마 호사카상 말이 맞을 거예요.”’ 하며 웃을 것이다. 카즈나리 핫토리는 어디까지나 자연체 활동가이다. 그의 디자인은 자유에 대응하기 위한 기회로 우리 앞에 던져진다.

글: 켄지로 호사카, 도쿄국립근대미술관 연구원
‹ggg books 95: Kazunari Hattori› 수록글에서 발췌



카즈나리 핫토리(b, 1964- )
카즈나리 핫토리는 도쿄를 기반으로 활동 중인 그래픽 디자이너다. 도쿄 예술 대학에서 그래픽 디자인을 전공, 1988년 졸업과 동시에 광고 디자인 회사 ‘라이트 퍼블리시티Light Publicity’에서 근무했다. 2001년부터 10여 년간 ‘히어 앤 데어here and there’의 아트디렉터로 활동했으며, 이후 프리랜서로 독립해 그래픽 디자인 분야에서 개성 있는 활동으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핫토리는 2002년에서 2004년까지 패션 매거진 '유행 통신Ryuko Tsushin'의 아트디렉터로서 활동했다. ‘유행 통신’의 컴퓨터 한자 서체를 픽셀화한 새로운 로고를 만들고, 잡지 표지, 화보와 내부 편집 디자인에서 새로운 구성을 시도했다. 이는 일본 그래픽 디자인에 있어 획기적인 변화로 평가받으며, 국제적으로도 두터운 팬 층을 쌓았다.

전시제목카즈나리 핫토리 포스터(Kazunari Hattori Posters) 개인전

전시기간2020.09.09(수) - 2020.09.27(일)

참여작가 카즈나리 핫토리

관람시간10:00am - 07:00pm

휴관일없음

장르디자인

관람료무료

장소대안공간 루프 ALTERNATIVE SPACE LOOP (서울 마포구 서교동 335-11 )

주최대안공간 루프

주관대안공간 루프

후원일본국제교류기금 서울문화센터 / 협력: 그레이오발

연락처02-3141-13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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