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택_ 아침꽃, 저녁에 줍다展

2020.04.08 ▶ 2020.04.19

갤러리 담

서울 종로구 윤보선길 72 (안국동)

Map
  • 이광택

    자비로운밤 25x33cm, acrylic on paper, 2018

  • 이광택

    바보 화가와 가족도 27x25cm, acrylic on paper, 2019

  • 이광택

    마음속 풍경 73x61cm, oil on canvas, 2019

Press Release

바쁜 시간 속에서 게다가 코로나 19때문에 사람을 기피하게 된 즈음에 한가롭게 자연을 벗삼아 춘천에서 작품 활동에 전념하고 있는 이광택 작가의 전시를 갤러리 담에서 마련하였다.
한가롭다- 바쁘지 않아 여유가 있다는 사전의 뜻이 있다. 작가는 봄이 되면 피어나는 진달래꽃과 산수유를 벗하고 그림을 그리고 있다. 한가롭고 천천히 사는 삶을 요즈음 같은 때에는 시대에 벗어난 사람이라고 말할 지도 모르겠다.
작가가 올해로 60세를 맞이하여 공자가 말한 이순(耳順)에서 나아가서 마음도 순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심순(心順)이라고 했다. 아침꽃, 저녁에 줍다라는 말이 일찍이 노신이 쓴 수필집에도 나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삶을 여유있게 바라다 볼 수 있는 작품을 감상할 수 있으리라 본다.

<매화서옥도>를 보고 있자면 그 옛날 추사의 애제자인 고람(古藍) 전기(田琦)가 그린 <매화서옥도>가 떠오르기도 한다. 작가는 매화가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집 안에서 바깥 마당을 향해 바라다 보고 있다. 화면 아래에는 작가의 아내가 아이와 함께 시장에서 돌아오고 있고 집안에 있던 어머니는 개와 함께 마당을 산책하고 있다. 집안에서 책을 보다가 시장에서 돌아오는 아내의 두 손에 들린 막걸리를 기다리고 있다고 하는 게 작가의 일상이다. <매화서옥도> 에서처럼 자연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 작가의 모습을 그대로 투영하고 있다. 작가 그림에는 바위로 둘러싼 삼악산의 모습도 보인다.
<마음 속 봄밤>에서는 안개 자욱한 밤에 집안에서 책을 보면서 마당에 핀 매화를 바라다 보는 자신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봄날 시골의 저물녘>에서는 조팝꽃과 벗꽃이 흐드러진 시골집으로 친구들이 막걸리를 들고 찾아오는 모습을 평안하게 그려내고 있다.
이광택 작가는 서울대학교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중국사천미술학원에서 유화를 전공하였다.
이번 전시에는 2년간 작업한 신작들로 18여점이 출품될 예정이다.


작가의 글_ 아침 꽃을 저녁에 줍다
세익스피어도 가는 세월의 빠름과 그 무의미에 어지간히 우두망찰했었나 보다. “인생이란 숫자 1(one)을 셀 때의 속도”(『햄릿』제 5장 2막이던가)라고 하고, 『맥베스』에서는 맥베스의 입을 빌려 이렇게 독백을 한다.
“.....인생은 걸어 다니는 그림자에 불과한 것. 무대 위에서 자기가 맡은 시간 동안 흥을 내고 안달하다 그것이 지나면 잊혀지는 불쌍한 배우에 불과하다. 그것은 백치가 지껄이는 이야기처럼 소리와 분노로 가득 차 있지만 아무런 의미도 없는 것.”

맞는 말이다. 정말이지 시간이란 뜬귀신 자리 옮기듯 빠르기는 빠르다. “인생은 낯선 여관에서의 하룻밤 같다.”며 눈을 감은 테레사 수녀의 말뜻, 그 속절없음과 정처없음에 공감한다. 한 번 흘러간 강물엔 두 번 다시 손을 담글 수 없는 것이 인간사 만고불변의 진리가 아니던가.
그렇다고 “헛되고 헛되도다. 모든 것이 헛되도다.”(바니타스 바니타툼 옴니아 바니타스)라며 한탄만 하고 있을 수 없는 게 또 우리네 인생이다. 제 아무리 뜻하지 않게 사라질 운명으로 태어나긴 했지만 사라지지 않을 기억들을 남기고 갈 수 있는 것 또한 우리들에게 남겨진 몫이 아닌가. 예술가의 허울을 쓰고 나왔으니 나 같은 화가야 세상에 감춰진 미의 씨앗을 발견하여 그것으로 예술의 꽃을 피우고 문화의 열매를 맺게 하는 게 업보라면 업보이겠다. 반 고호도 얘기하지 않았는가. “종교는 사라지지만 신은 남는다”고. 예술가는 사라지지만 예술은 그렇게 남게 되는 것이겠다. ‘창공에 뜬 갈매기’같이 실속 없고 소용이 없는 존재는 되지 말아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아침 꽃을 저녁에 줍다’
중국의 문호 루쉰이 남긴 이 말을 오랜 동안 음미하곤 했다. 저물녘 허리띠처럼 휜 시골길을 바라보는 심경이 그런 것일까. 이 말을 나직이 읊조리면 마치 입 안에서 저녁 시골 교회의 맑은 종소리가, 아니면 마을 곁의 작은 절에서 울리는 풍경(風磬)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어떤 상황에 즉각즉각 대응하지 말고, 느긋하고 누긋하게 생각을 가다듬은 연후에 매듭을 지라’는 뜻도 좀 좋은가. ‘제비처럼 빠르고 참새처럼 민첩하게!’를 크게 외치는 이 새털처럼 가벼운 시대에 얼마나 유용한 말인가.
우스갯말로 ‘먹고사니즘(먹고 사는 데 몰두해야 하는 생존 우선주의자)’에서 아직도 허덕이는, 가련한 화가의 삶이지만 그래도 후회는 없이 살았다. 부디 남은 생을 온전히 내 뜻에 따라 살고 삶의 본질적인 면을 더 깊게 바라보면 좋겠다. 음미되지 않는 삶은 가치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 아닐까.
흔히 사람은 자신이 가장 오랫동안 바라본 것을 닮는다고 한다. 내게 묻는다. ‘그렇다면 너는 무엇을 닮고 싶은가?’
아무래도 난 숲, 그것도‘ 4월의 숲’을 닮고 싶다. 이유는 삶의 소중함을 아는 사람은 숲을, 그 중 생명을 움 틔우는 4월의 숲을 무엇보다 사랑할 테니까. 나이 육십에 햇볕 다냥한 마당에 발 개고 앉아 이런 시구도 중얼거리면 살아있음의 감사를 더욱 깊게 느끼지 않을까 싶다.

꽃 피는 봄 사월 돌아오면
이 마음은 푸른 산 저 넘어
그 어느 산 모퉁길에
어여쁜 임 날 기다리는 듯
철 따라 핀 진달래 산을 덮고
머언 부엉이 울음 끊이잖는
나의 옛 고향은 그 어이런가
박화목 시인의 <망향> 중에서

최선을 다해 그렸다. 작년에 그린 작품들을 더해 출품작을 가렸다. 부디 내 그림을 보는 이들이 세상을 다시 따뜻한 시선으로, 훈훈하게 보았으면 좋겠다. 힘든 삶 속에서도 인정을 나누며 꿈을 키워가는 희망을 느끼면 더없이 좋겠다. 좋은 날이 곧 올 것이다.

전시제목이광택_ 아침꽃, 저녁에 줍다展

전시기간2020.04.08(수) - 2020.04.19(일)

참여작가 이광택

관람시간12:00pm - 06:00pm / 일요일_12:00pm - 05:00pm

휴관일없음

장르회화

관람료무료

장소갤러리 담 GALLERY DAM (서울 종로구 윤보선길 72 (안국동) )

연락처02.738.2745

Artists in This Show

이광택(Lee Kwang-Taek)

1961년 출생

갤러리 담(GALLERY DAM) Shows on Mu:um

Current Shows

화살표
화살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