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화: 반지의 초상肖像

2019.09.17 ▶ 2019.09.29

류가헌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106-4 (청운동, 청운주택) 전시 1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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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경화

    큰오빠가 엄마에게 준 반지

  • 이경화

    어머니가 귀한 막내 딸 낳고 받은 반지

  • 이경화

    시어머니의 알반지

  • 이경화

    자식들이 보내준 용돈을 모아서 만든 엄마의 반지

  • 이경화

    장인 어른의 반지

Press Release

엄마와 30년을 함께한 반지가 내손에 끼워졌을 때 엄마의 세월도 반지처럼 은은하게 빛나고 있었다. 가끔은 힘들고 작은 실수로 좌절한 마음이 답답하고 속상 할 때에 피곤한 생활에 지쳐서 울고 있을 때 엄마의 반지는 알 수 없는 위안으로 나를 평온케 한다.

나는 누구에게나 있을법한 세월 속 반지의 이야기를 고전적 사진 촬영법 중에 하나인 라이트 페인팅을 통해 담아 내고 싶었다. 라이트페인팅을 선택한 것은 반지의 시간을 고스란히 느끼고 싶었기 때문이다. 반지가 품고 있는 시간만큼은 아닐지라도 칠흑의 어둠 속에서 바늘 구멍 만큼이나 작은 빛들을 이용해 겹겹이 새겨진 그 흔적들을 조금이나마 느끼고 싶었다. 나는 미세한 불빛들을 쫓으며 반지 담고 있는 이야기 속으로 시간 여행을 하는 듯 했다. 하나하나 반지에 새겨진 사연들을 되내이는 긴 시간동안 반지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들을 수가 있었다. 반지의 잔잔한 흠집들은 나에서 그냥 지나치기에는 너무나 많은 시간들과 반지의 주인만이 알 수 있는 가슴 속 깊은 사랑과 안타까움을 느끼게 해주었다.

자신의 종교처럼 30년을 끼던 반지를 물려주며 칠칠맞게 잃어버리지 말고 항상 끼고 있으라면서 막내딸에게 손수 끼워주신 반지는 엄마가 언제든 너의 곁에서 너를 지켜준다는 것 잊지 말고 열심히 살라는 위로 같았다. 표현이 많이 서툴던 남편은 어느 해인가 무심한척 톡 던져주며 무슨 일 있었냐는 듯 자신만의 방식으로 사랑을 전해주던 반지는 무뚝뚝함에 웃음 짓게 한다. 병든 어머니가 우리 집에 와 계실 때 줄게 없다며 손가락에서 병간호하는 지친 딸과 사위에게 미안함과 고마움으로 빼 주신 반지는 그냥 어머니 그대로인 것 같다. 연애 중에 헤어질 위기가 있을 정도로 싸웠을 때 화해와 사랑을 재차 확인 시켜준 인연의 커플링반지, 자신의 딸을 잘 부탁한다며 자신의 마지막을 지켜주며 세상과의 시간을 조금이나마 연장시켜준 고마운 사위에게 자신의 손가락 관절에 변형된 반지를 빼주신 장인어른의 반지는 미안함과 사위에 대한 믿음이 들어 있었다. 어리바리한 아들이 행여나 며느리를 놓칠까 염려되어 아들 대신 며느리가 되어 달라며 14시간을 비행기 타고 오셔서 프로포즈을 하셨던 시아버지의 반지는 부러움이다. 할머니에 할머니가 끼시던 낡은 은가락지를 물려받은 손녀는 엄마가 되어 어린 딸에게 가제 손수건 속 색 바랜 반지를 물려주려 한다. 힘든 일을 하는 착한 아드님이 처음으로 사준 반지는 할머니의 보물 1호가 되어 지금껏 할머니와 한 몸으로 지내고 있는 진주반지는 자식에 대한 아픔이었다. 누구보다 딸을 원하던 아버지는 막내딸이 태어났을 때 어머니의 손가락에 고맙다며 끼어주신 반지는 어느덧 50년이란 세월이 지나 막내딸 손가락에 한자리를 잡았다.

친구가 사준 반지을 잃어버렸다 찾았다 반복하며 내 것이었을 때는 당연하다고 느꼈으나 잃어보니 얼마나 소중하고 귀한지 알게 되고 다시 찾았을 때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기분이 든다는 언니의 반지 등 개개인만이 알 수 있는 소중한 이야기를 반지에서 찾을 수가 있었다.

반지와 수많은 이야기를 하면서 수없이 질문하고 답하고 속내를 써 내려가다 보면 반지의 삶과 반지 주인의 삶이 많이 닮아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반지을 물려받은 현재 주인들이 들려주는 반지의 이야기는 애틋하면서도 많은 그리움과 미안함이 묻어나고 물려주신 반지의 주인들에게 표현하지 못한 사랑과 고마움을 느낄 수가 있었다. 누군가에게 물려받은 반지나 어떤 의미로서 나에게 주어진 세상에서 하나 뿐이 없는 반지는 여러 가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고 들려주고 싶어 한다. 몸의 일부처럼 세월을 같이 살아온 반지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모든 이들에게 누군가를 향한 기억과 이야기가 담긴 반지가, 추억을 담을 수 있는 무언가가 생기길 바라며 반지가 담고 있는 이야기는 언제까지나 계속될 것이다.
■ 이경화



이경화 LEE KYUNG HWA 李京花

‘찰칵’ 하는 카메라의 셔터 소리가 좋다. 나도 모르게 가는 시선이 좋고, 나만의 프레임으로 무수한 기억들을 간직할 수 있어서 좋다. 남들은 늦었다고 했지만, 그런 ‘좋음’ 들에 이끌려 뒤늦게 사진을 전공했다. 알면 알수록 작업을 이어가면 이어갈수록 더 어렵고 힘이 든다. 그래도 여전히 사진이 좋고 사진을 하고 있는 나의 시간들이 좋다. 오랫동안 이어온 작업을 잠시 멈추고,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며 정리하기 위해 전시 <반지의 초상>을 연다.

전시제목이경화: 반지의 초상肖像

전시기간2019.09.17(화) - 2019.09.29(일)

참여작가 이경화

관람시간11:00am - 06:00pm
작가와의 대화: 9월 21일 (토) 오후 5시

휴관일월요일

장르사진

관람료무료

장소류가헌 Ryugaheon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106-4 (청운동, 청운주택) 전시 1관)

연락처02-720-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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