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가헌x그라폴리오: 다큐멘터리 사진공모 수상자展

2019.06.04 ▶ 2019.06.16

류가헌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106-4 (청운동, 청운주택) 전시 1관, 2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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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ㅣ 2019년 06월 04일 화요일 05:00pm

  • 이재현

    간척자연

  • 이재현

    간척자연

  • 이재현

    간척자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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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척자연

  • 정연리

    사진을 읽어주는 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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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을 읽어주는 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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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을 읽어주는 어부

  • 한은미

    앨리스 인 원더랜드

  • 한은미

    앨리스 인 원더랜드

  • 한은미

    앨리스 인 원더랜드

  • 한은미

    앨리스 인 원더랜드

Press Release

류가헌x그라폴리오 공모전 최종 심사평

전통과 변화 사이, 다양한 시선을 만나다.

경주대학교 사진영화학과 김성민 교수

류가헌과 그라폴리오의 다큐멘터리 사진공모전은 참가자뿐만 아니라 심사위원에게도, 다른 공모전에서는 맛볼 수 없는 새로운 경험이었다. 자신의 사진을 연재해 올리고, 독자와 교감하는 상호작용의 매 순간들이 그랬고, 온라인 심사와 마지막 오프라인 심사 과정이 모두 그랬다. 최종 3인의 작품은 다큐멘터리 사진이 가지고 있는 대상에 대한 접근 방법과 해결 방안이 얼마나 다양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었다. 전통적인 다큐멘터리 형식뿐만 아니라 개인의 독특한 시각을 담고 있어서 좋았다. 그 결과 새로운 형식을 찾아내고 다양성과 참신함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이재현의 <간척자연>은 변화하는, 혹은 사라지는 풍경이라는 사진의 고전적이지만 여전히 중요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작가는 개발에 의해서 사라지거나, 그 과정상에서 변화하는 풍경과 남아 있는 기이한 형태들을 사진에 담았다. 사라진 공간과 새롭게 만들어지는 인위적인 공간, 그리고 간척지에 남겨진 흔적 속에서 자신의 기억을 찾고, 상반된 것들 간에 발생하는 괴리를 보여준다. 변하는 풍경 속에서 작가는 자신이 어렸을 때 보았던 풍경을 반추하지만, 그 풍경은 이미 개발과 동시에 사라지고 새로운 지형으로 변한다. 결과적으로 인간과 자연의 조화는 개발에 의해 산산이 부서지고, 이 둘 간의 흉측한 부조화만 그의 사진 속에 남아 있다. 개발과 변화라는 객관적인 관점을 중요시하는 뉴토포그래피에 그 뿌리를 두고 있지만, 자신이 어릴 때부터 지켜보았던 풍경의 변화와 사라짐에 대한 안타까움이라는 상반된 주관적 감정이 교차한다. 그는 애착을 두는 것을 근경에, 인공적으로 만들어져가는 것을 원경에 둠으로써 자신의 관점을 분명히 만들려고 하였다. 이러한 혼재된 풍경이 하나의 사진 안에 합쳐짐으로써, 그는 허무와 공허라는 작가적 관점을 잘 전달하고 있다.

정연리의 <사진을 읽어주는 어부>는 전통적인 포토스토리 형식으로, 어부의 이야기를 사진 내러티브로 잘 표현하였다. 특이한 것은 그가 직접 삶의 현장에 뛰어들어 어부와 함께 일하면서 대상의 일부가 되려고 하였다는 점이다. 그의 이러한 접근은 대상을 심도 있게 취재하고, 시종일관 사진 대상과의 친밀감을 보여줌으로써,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스토리 안으로 몰입하고 주인공의 삶에 공감할 수 있도록 이끄는 사진의 힘을 보여준다. 그의 사진은 “상업주의와 안일한 형식주의가 팽배한 시대에 진정한 인간 문제를 다룬다”는 매그넘의 ‘관심의 사진(concerned photography)’ 정신을 드러낸다. 그의 사진은 다큐멘터리의 가치는 형식이나 스타일보다는 대상에 대한 철저한 관심과 이해에 있음을 말한다.
어부로 직접 일을 하는 과정에서 촬영된 그의 사진에는 흔들림이 많다. 흔히 흔들린 사진은 잘못 촬영된 사진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의 사진 속 흔들림은 생과 사를 오가는 어려움과 난관, 그리고 극한 작업에서 드러나는 긴장감을 잘 드러낸다. 마치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촬영한 로버트 카파의 흔들린 사진이 주는 긴장감과 같은 맥락이다. 그의 작업은 잘 생기고, 미끈한 촬영보다는 사진으로 만드는 스토리텔링에 방점을 두었다.

한은미의 <앨리스 인 원더랜드>는 거리사진이라는 전통적 형식을 작가의 독특한 접근을 통해서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작가의 시선은 거리의 특정한 장면에 속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고립되고 아이러니한 존재를 조용히 추적한다. 때로는 대상이 가지고 있는 특정한 감정이나 제스처로, 때로는 색감과 톤으로 표현된 ‘주목’ 효과는 작품을 기존의 거리 사진과 대별되는 창의적 단계로 이끈다. 거리라는 공공장소의 맥락과 유리된 누군가의 모습 속에서 SNS를 통해서 누군가와 끊임없이 소통하지만, 어느 순간 혼자임을 깨닫는 ‘우리’ 자신을 발견한다. “사진을 통해 현실이라는 관념에 갇혀 있는 생각의 당연함을 배제하려 했다”고 작가가 이야기한 것처럼, 그녀의 사진은 너무도 익숙한 관광지 혹은 도시의 모습을 낯설게 만들어 마치 우리가 현실이 아닌 꿈속의 세계를 바라보는 것이 아닐까 하는 착각 속에 빠뜨린다. 작가가 과거 어딘가에서 촬영한 사진은, ‘지금’, ‘여기서’ 그 장면을 바라보는 우리와 연결하는 통로 역할을 한다. 독창성을 발휘하기 어려운 거리사진에서, 흑백과 컬러를 혼용하고, 새로운 내러티브로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는 점에서 작업의 독창성을 발견한다.



이재현 <간척자연>
창밖에 보였던 바다는 내 기억 속에 존재하지만 지금은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 바다가 사라지고 땅이 생기는 과정 속에서 자연이란 인간에게 어떤 존재 인가에 대해 의문을 갖기 시작했다.

간척이 진행되고 있는 곳을 들어가 돌아다니면서 관찰하고 기록한다. 사라진 바다 위에 건물이 올라가고 도로가 생겨나 새로운 도시가 만들어졌고, 그곳의 구조화된 도심과는 다르게 주변의 자연들은 불균형적으로 방치되어 있다. 땅에서 들춰진 조개는 긴 시간이 흘렀다는 것을 보여주듯 죽은 채 껍질만 남아있었고, 안이 비어 있는 조개는 그곳의 상황을 말해주듯 공허한 느낌을 주어 급격히 변화하고 있는 현 상황 속에 공존하고 있지만 힘겨워 보인다.

눈앞에 있는 풍경을 관찰자의 시점으로 ‘인간’과’자연’이 얼마만큼의 거리를 가지고 있는지 보여주려 한다. 사진이라는 매체를 통하여 그 사실을 기록하고 증거하려 한다.


정연리 <사진을 읽어주는 어부>
누가 먹여주고 재워주기만 하면 좋겠다.
지금 메고 다니는 배낭도 너무 크다.
나를 밀어붙이고 거기서 다시 밀어붙이면 그래서
잘난 척, 있는 척, 아는 척할 수 없는 그런 곳으로 가면
내가 두른 껍질 따위는 털어 버릴 수 있을 것이다.

천천히 걸을 수 있을 것이고
깨끗한 눈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바로 서지 못한 눈으로 피사체의 생을 논하고 싶지 않다.

허영의 깃털로 이름이 지어질까 부끄럽다.

보여주고 싶어지면 자꾸 꾸미고 속이더라.
잘 보이려 애쓰지 않을 테니 볼 놈만 와서 그냥 보고 가라.

이렇게 잘난 척하다가 굶어 죽을 뻔 했다.
이제 무엇이 됐든 나도 몸뚱이에 때 좀 발라야겠다.


한은미(Aileen Han) <앨리스 인 원더랜드>
‘이정표 없는 거리에 서 있다.
바람이 부는 곳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다.
어느새 현실은 멀어져 아득하다.
감추어져 있는 것들이 하나 둘 빛난다.
신비로운 태양, 눈부심, 멈춰진 시간.
그렇게 낯선 이는 새로운 세상을 이끈다.’

<앨리스 인 원더랜드>는 우리 주변의 일상적인 현실을 담은 다큐멘터리 사진이다. 그러나 나는 사진을 통해 현실이라는 관념에 갇혀있는 생각의 당연함을 배제하려 했다. 누구나 현실에서 마주할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을 관찰하고 주변 풍경에 집중하면서 무심코 스쳐 지나가는 일상의 찰나에서 환상적이고 몽환적인 현실 너머의 세상으로 통하는 문을 열고 싶었다. 사진으로 온전히 감정을 쏟아내는 긴 시간을 보내면서 막연하게 느꼈던 현실의 이면을 사진으로 담아내려 했다. 그렇게 본능과 감각에 집중하는 시간을 보내며 프레임 속 나의 생각을 배제하기 시작했다.

<앨리스 인 원더랜드>는 현재가 아닌 과거이다. 과거의 어느 시점에 그 풍경은 나와 존재했고 그 곳의 풍경과 조우한 시간은 사진으로 멈추었다. 나는 과거의 멈춰진 시간을 통해 누군가를 새로운 세상으로 연결해 주는 조력자일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앨리스 인 원더랜드>의 <앨리스>는 작가가 아닌 관객이다. 나의 사진을 통해 당신은 무엇을 상상하든 자유롭다. 상상은 당신의 몫이다. 원더랜드, 그것은 우리가 사는 현실의 시간 속에 공존한다.

전시제목류가헌x그라폴리오: 다큐멘터리 사진공모 수상자展

전시기간2019.06.04(화) - 2019.06.16(일)

참여작가 이재현, 정연리, 한은미

초대일시2019년 06월 04일 화요일 05:00pm

관람시간11:00am - 06:00pm

휴관일월요일 휴관

장르사진

관람료무료

장소류가헌 Ryugaheon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106-4 (청운동, 청운주택) 전시 1관, 2관)

연락처02-720-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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