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환 사진전 - 연연 蓮緣

2018.11.13 ▶ 2018.11.25

류가헌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106-4 (청운동, 청운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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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ㅣ 2018년 11월 13일 화요일 06:00pm

  • 박영환

    Lotus No.160 Archival Pigment Print, 2017

  • 박영환

    Lotus No.195 Archival Pigment Print, 2017

  • 박영환

    Lotus No.240 Archival Pigment Print, 2017

  • 박영환

    Lotus No.273 Archival Pigment Print, 2018

  • 박영환

    Lotus No.293 Archival Pigment Print, 2018

  • 박영환

    Lotus No.301 Archival Pigment Print, 2018

Press Release

연蓮, 지극히 인본적이고 민중적인 삶을 발굴하다

연(蓮)은 더러운 연못에서 깨끗한 꽃을 피운다 하여 예로부터 선비들은 물론 민중들의 사랑을 받아 왔다. 처염상정(處染常淨), 더러운 곳에 머물더라도 항상 깨끗함을 잃지 않는다는 이 말은 진흙탕 속에서 피어나지만 결코 더러운 흙탕물이 묻지 않는 연꽃을 상징한다. 불교에서는 연꽃이 속세의 더러움 속에서 피되 더러움에 물들지 않는 청정함을 상징한다고 하여 극락세계를 상징하는 꽃으로 여기고 있다. 극락세계를 ‘연방(蓮邦)’이라 하고, 아미타불의 정토에 왕생하는 사람의 모습을 ‘연태(蓮態)’라 표현한다. 부처가 앉아 있는 대좌를 연꽃으로 조각하는 것도 이러한 상징성에서다.

이처럼 신성시 한 연에 대한 선입관과 선입견, 학습 때문인지 그 동안 보아 온 연을 대상으로 한 사진 작품들 대개가 연의 고아한 자태를 앞세운 이미지화에 주력해 온 작품들이었다. 그러나, 박영환 작가의 사진집 『연연,蓮緣』에 등장하는 작품들은 거의 고아한 자태를 앞세우지 않고 있다. 대신 고아함에 가려있는 처절할 정도로 치열한 삶을 발굴해 내었다. 연의 생을 삶 그대로만 본다면, 제 아무리 진흙탕 속에서 피어나지만 결코 더러운 흙탕물이 묻지 않는 연꽃이라 해도, 꽃과 연잎을 받쳐주고 있는 뿌리는 진흙 속에 그 근본을 내리고 있으며 연잎 또한 흙탕물에 제 몸을 부려 흙탕물과 더불어 살아가고 있다. 그뿐인가. 때가 되면 연꽃도 반드시 시들고 마르고 낙화한다.

선비들의 시각이 연꽃을 사랑했다면, 민중들의 시각은 그에 못지않게 연의 뿌리와 연잎을 사랑했다. 그동안 보아 온 연에 대한 사진작품들이 선비들의 시각으로 접근한 작품들이라면 박영환 작가의 『연연, 蓮緣』에 등장하는 작품들은 민중들의 시각으로 접근한 작품이다. 따라서 생명력이 있다. 사실적이다. 꾸밈이 없다. 명징하다. 연이라는 신본적인 사물 속으로 깊숙이 파고 들어가, 그 깊은 곳에서 지극히 인본 적이고 민중적인 삶을 캐내었다. 화려하지 않은 순백의 평범한 연꽃, 꺾이고 잘려나간 꽃대들, 상처 입은 연잎들을 함께 담은 작업(연 050), 온갖 세파에 긁히고 찢기고 상처 나고 노쇠해 보잘 것 없어 보이는 연잎을 자세히 살핀 작업(연 45) 등은 사진작품으로는 생소하나, 너무나 익숙한 우리 민중의 모습이어서 참으로 반갑다.

말라버리다 못해 부스러져나가 가느다란 줄기만 앙상하게 남은 연잎을 세밀하게 포착한 작업(연195), 물기 하나 없이 말라 오그라져 눈 속과 얼음 속에 묻혀 일심동체가 된 연잎 등을 담은 작업(연 089. 연 011) 등은 보는 이로 하여금 한없이 경건하게 하며 동시에 수많은 것을 느끼게 한다. 자신의 작품 활동에 대해 “단순히 즐거움을 추구하는 취미를 위하여 한 번뿐인 인생, 많은 고민과 시간을 사진에 낭비하고 싶지 않다.”고 단호히 선언한 작가의 예술 혼이 얻은 당연한 성과다. 이제까지 만나지 못했던 남다른 박영환의 감동적이며 가슴 벅차고 아린 훌륭한 작품들을 만난 건 내 생애 큰 행운이다.

■ 글 정세훈 : 시인. 1989년 『노동해방문학』에 작품을 발표하며 문단에 나옴. 시집 『맑은 하늘을 보면』, 『나는 죽어 저 하늘에 뿌려지지 말아라』, 『부평 4공단 여공』, 『몸의 중심』 등 다수.



“모든 사람의 끝은 같습니다.
그 사람이 어떻게 살았고 어떻게 죽었는지
그 디테일이 사람을 구분합니다.“
- 어니스트 헤밍웨이


삶이 힘겹던 어느 날 연(蓮)을 만났다. 2014년 처음 연지(蓮池)를 찾았을 때는 그저 연꽃의 맑음, 아름다움만 보였다. 이듬해에는 연의 살아내는 모습이 보이고, 또 그 이듬해에는 죽어도 다시 피어나는 모습이 보였다. 연에 끌려 발길을 옮긴 지 5년째가 되었다. 어떤 날은 황홀했고 어떤 날은 큰 슬픔이 밀려왔다.

연꽃(蓮)을 보고 사람의 인연(緣)에 대한 생각으로 이어졌다. 나의 존재 이유, 한 인간으로서의 바람직한 삶, 스쳐 지나가는 일기일회(一期一會)의 인연. 너무나 소중하지만, 평소 잊고 사는 것들이 내 머리를 쳤다. 연꽃은 진흙 속에 태어나 비바람을 이겨내고 아름다운 꽃을 피운다. 다시 다음 세대를 기약하는 씨앗을 뿌리며, 그 종국에는 뿌리째까지 다 주고 세상을 떠나간다. 연의 삶과 죽음을 지켜보면서 인간과는 다른 종(種)이지만 종의 완전함에 큰 경외감을 느꼈다. 연(蓮)을 통하여 인간의 삶과 죽음을 대비해보려는 시도가 사진집 ‘연과 연’이다.

사진집에 포함한 사진은 2014년부터 2018년까지 경기도 시흥을 중심으로 양평, 경상남도 창원 등지에서 담은 수천 장의 사진 가운데 선택한 101장이다. 전시장에 걸린 액자 몇 점은 사진집 가운데서 사람들의 마음 사다리에 올라설 수 있는 것을 고민해서 골랐다. 하지만 여전히 나의 사진 작업, <연연, 蓮緣>에 대한 온전한 느낌을 위해서는 조용한 시간에, 홀로 사진집을 한 장 한 장 넘겨보기를 희망한다.

우연히 사진집을 넘기다 만나는 한 장의 사진이 나의 이웃들과 친구들의 심연(深淵)을 두드리고, 남은 인생의 시간표를 다시 그려보는 계기가 되기를 감히 바래본다. 오늘, 같은 하늘 아래 함께 살아가는 나의 소중한 인연들과 나 자신에게 질문을 던진다. “한 번뿐인 인생, 어떻게 살다 갈 것인가?"

2018년 11월
■ 박영환

전시제목박영환 사진전 - 연연 蓮緣

전시기간2018.11.13(화) - 2018.11.25(일)

참여작가 박영환

초대일시2018년 11월 13일 화요일 06:00pm

관람시간11:00am - 06:00pm

휴관일월요일 휴관

장르사진

관람료무료

장소류가헌 Ryugaheon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106-4 (청운동, 청운주택) )

연락처02-720-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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