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림: 은밀한 운주 사과

2018.10.30 ▶ 2018.11.11

류가헌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106-4 (청운동, 청운주택)

Map

초대일시ㅣ 2018년 10월 30일 화요일 06:00pm

  • 신현림

    Apple Travel, A secret apple from Woonju temple, 우울한 고독이 주는 찬란한 댓가 @ Shin HyunRim 2018

  • 신현림

    Apple Travel, A secret apple from Woonju temple, 살아내느라 멀어진 깊고, 슬프고, 감각적인 섹스와 같은 @ Shin HyunRim 2018

  • 신현림

    Apple Travel, A secret apple from Woonju temple, 운주사를 떠나 운주사로 오는 것들 @ Shin HyunRim 2018

  • 신현림

    Apple Travel, A secret apple from Woonju temple, 살아내느라 멀어진 깊고, 슬프고, 감각적인 섹스와 같은 @ Shin HyunRim 2018

  • 신현림

    Apple Travel, A secret apple from Woonju temple, 처음이라는 마지막, 마지막이라는 처음 @Shin HyunRim 2018

  • 신현림

    Apple Travel, A secret apple from Woonju temple, 아무리 많이 찍어도 한 장이라는 것 @Shin HyunRim 2018

  • 신현림

    Apple Travel, A secret apple from Woonju temple, 운주사를 떠나서 운주사로 오는 것 @Shin HyunRim 2018

Press Release

‘지루한 세상에 불타는 구두를 던져라’
신현림 시인의 첫 시집 제목이다. 제목처럼 파격적인 상상력과 매혹적인 시를 세상에 내보여온 그녀가 사진가로서 ‘사과를 던지기’ 시작한지도 꽤 오래되었다. <미술관 사과> <사과, 날다> <사과밭 사진전> 등 ‘사과’ 시리즈로 시집 수보다 더 많은 사진전을 연 사진가로서, 우리 문학계와 사진계를 아울러 독특한 자리매김을 하고 있는 ‘시인 사진가’가 바로 신현림이다.

“‘사과’는 생명이고 사랑의 상징이다. 나는 사과로서 기이하고 미스터리한 인생을 기록하고 기리고 싶다.”
‘사과시리즈’에 대한 작가의 말이다. 처음에는 <사과밭 과수원>과 같은 사적인 의미의 공간과 가족, 그녀만의 존재 성찰에서 출발했던 사과 시리즈는 점차 주변 인물로 그리고 다시 과 같이 역사적 의미를 지닌 공간으로까지 확대되었다. 사과를 풍경에 놓고 제사장처럼 제의를 치루 듯 풍요를 기원하며, 마음은 춤을 추듯이 사진을 찍었다.

이번 전시 <은밀한 운주 사과展>은, 작가가 특별히 애착하는 역사적인 공간 즉 운주사에서의 작업을 선보이는 전시다.

“운주사에는 모든 사물을 더 깊고 은밀하게 가라앉히는 힘이 있었다.”
그 힘은 새로운 세상을 꿈꾼 천불천탑의 전설에서, 그리고 익숙한 불교 미술에서 벗어나 파격미가 흐르는 혁명적인 공간의 기운에서 나온다고 여겨졌다. 작가에게 운주사는 신비, 그 자체였다. ‘사과를 던져 올릴 수밖에 없었다’고 고백한다.

이번 전시로 일곱 번째 이어지는 신현림의 ‘사과’ 여행 시리즈는 국내에서 뿐만 아니라 교토 게이분샤 서점과 갤러리에 채택되어 전시 판매될 만큼 일본에서도 인기가 높다. 시로 그리하듯 사진이라는 시각언어로 성찰하는 이 시인 사진가의 새 시리즈를 제일 처음 가까이에서 만나는 것은 우리의 즐거움이다.

신현림 사진전 <은밀한 운주 사과展>은 10월 30일부터 2주간 사진위주 류가헌에서 열린다. 더불어 24년 만에 복간되는 시집 ‘지루한 세상에 불타는 구두를 던져라’도 전시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 류가헌


운주사를 사랑한 세월도 20년이 흘러갔다. 고려인들의 탑과 불상이 내게 어떤 울림이 남겨졌는지, 나는 자꾸 운주사를 찾아갔다. 어느 때는 비가 내렸고, 어느 때는 환한 햇살이 눈부셔 사진 찍기보다 가만히 바라보아도 좋았다. 새벽안개를 두르거나, 구름이 흐르고, 노을이 질 때면 더욱 운주사는 깊고 아름다웠다. 어느 해 눈이 내리던 2월에는 운주사로 떠나고 싶어 전화를 걸었다.

“거기도 눈이 내리나요?” “네, 막 내려요.” 통화가 끝나자마자,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후배랑 무작정 내려가기도 했다. 새벽부터 이슬이 걷히기 전에 운주사 곳곳을 누비거나 불사바위까지 뛰어올라가 사진을 찍었다. 그 다음 해도 또 찍었다. 또 다른 계절에는 또 다른 후배가 내 셀프 사진을 돕기도 했다. 운주사를 처음 본 때로부터 열다섯 번은 오갔나. 이렇게 오갔어도 운주사는 내게 늘 새로웠다. 어느 사찰보다도 운주사에서는 모든 사물이 더 깊고 은밀하게 가라앉히는 힘이 있었다. 그 힘은 새로운 세상을 꿈꾼 천불천탑의 전설, 다시 말해 익숙한 불교 미술에서 벗어나 파격미가 흐르는 혁명적인 자리의 신비한 기운에서 나온다고 여겼다. 많은 이들이 그 증거인 탑과 불상을 찍어 많은 작품으로 남겼다. 누구나 다 모른다는 면에서 운주사는 은밀하다. 신비하다. 그래서 더 끈끈한 아름다움으로 다가 오는지도 모른다. 아인슈타인은 “우리가 경험할 가장 아름다운 감정은 신비다... 불가해한 것이 정말로 존재함을, 그리고 그것이 최고의 지혜와 찬란한 아름다움으로 스스로를 드러내고 있으며, 우리 능력으로는 그저 가장 원시적인 형태로만 이해할 수 있을 뿐임을 아는 것. 이 지식, 이 느낌이 바로 진짜 종교성의 핵심이다.” 나는 가톨릭 신자지만 어떤 신앙, 민간신앙 등 범신론적인 신앙이 가진 힘과 은밀함, 다시 말해 신비함을 이곳 운주사에서도 목격할 수 있었다. 그것은 익명의 민중들이 만들어낸 가장 원시적인 형태로 증거되었다. 피카소, 바스키아, 키스해링 등 많은 유명 작가들이 배우고, 활용했던 이 원시성은 가장 현대적인 속성과 이어진다. 그래피티 작가들은 간결한 선과 강렬한 원색, 재치와 유머가 넘치는 낙서표현이었지만 사회를 변화시키는 메시지가 담겼다는 점에 운주사의 전설과도 깊이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 그래서 운주사의 천불천탑으로 남은 유적은 우리나라 불교예술 중 가장 독창적이고, 현대적이다. 어딘가 모자란 듯하면서, 마음을 휘어잡고 놓아주지 않는 매혹이 있다. 그것은 민중의 간절함과 온 마음을 다한 정성이 깊이 스며있어서일 것이다.

여기서 나는 나만의 은밀한 운주사를 만들려 한다. 전시타이틀을 짓고 처음 사과던지기 작업인 14년 전 작업에서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사과던지기 작업의 은밀함만큼이나 내가 지은 제목으로 더욱 은밀해지길 바랐다. 사진이 무언지, 창작이 뭔지, 삶이 무어며, 우리 존재가 뭔지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으로 제목을 새겼다. 디아섹으로 갈무리한 사진작업에 나만의 페인팅을 했는데, 앞으로도 일부 이런 작업을 계속할 것이다. 오랜 동안 미술영역이 확장되어 왔듯 이제는 사진도 사진에만 머물지 않는 시대다. 또 머물러서는 안 될 만치 통섭은 인간본능이다. 이 이전의 통섭의 흔적은 원시시대 동굴벽화에서부터 찾을 수 있다. 인간은 끊임없이 대상을 넓히고, 엮고, 잇고 싶어 한다. 그것은 달리 말해 사랑이다. 나의 사과던지기 작업도 마찬가지로 사랑하는 방법이다. 모든 분야가, 예술이 벽을 허물고 훨씬 더 넓고 열린 방식으로 흐르고 있다. 나도 내 자신이 하는, 글 쓰고 그림 그리고, 사진 찍는 일을 앞으로도 최대한 펼쳐가고 싶다.

1년 반 만에 찾은 이번 가을 운주사에는 2살짜리 고양이가 있었다. 운주사와 고양이가 미묘하고 기묘하며 신비스러움을 지닌 점에서 아주 잘 이어진다고 느꼈다. 운주사 안의 카페 주인장은 고양이를 “돼지”라 불렀다. 나는 “달은”이라 새 이름을 붙여줬다. 내 속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그렇게 탑과 불상을 오가는 고양이도 여럿 찍었다.

문득 사과밭을 처음 갔을 때가 기억난다. 빨간 사과들이 등불같이 열린 모습이 경이롭고 아름다워 깊이 빠져든 때를. 이후 사과를 가지고 다니면서 우리의 아픈 역사(歷史)를 이어서 사진작업과 시(詩)를 썼다. 기이하고 미스터리한 생의 관점으로 바라본 <아!我, 인생찬란 유구무언>사진전 이후 사과를 주제로 작업하지 14년. 사과를 풍경에 놓고 제사장처럼 제의를 치루 듯 풍요를 기원하며 마음은 춤을 추듯이 사진을 찍었다. 나도 보통 사람들처럼 행복과 풍요를 비는 기도를 바쳤다. 길과 길에는 수많은 전설과 신화. 시와 사람의 이야기가 스며있다. 나든, 누구든 그 길속으로 전설 속으로 사라지기에 더 운주사가 가슴으로 스며드는지도 모르겠다.

‘사과’는 생명이고 사랑의 상징이다.

나는 사과로서 기이하고 미스터리한 인생을 기록하고 기리고 싶다.
■ 신현림



전시제목신현림: 은밀한 운주 사과

전시기간2018.10.30(화) - 2018.11.11(일)

참여작가 신현림

초대일시2018년 10월 30일 화요일 06:00pm

관람시간11:00am - 06:00pm

휴관일월요일 휴관

장르사진

관람료무료

장소류가헌 Ryugaheon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106-4 (청운동, 청운주택) )

연락처02-720-2010

Artists in This Show

류가헌(Ryugaheon) Shows on Mu:um

Current Shows

화살표
화살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