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은정 개인전: 오늘의 속도와 밀도

2018.05.04 ▶ 2018.06.02

송은 아트큐브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 421 (대치동, 삼탄빌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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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ㅣ 2018년 05월 04일 금요일 06:00pm - 08:00pm

  • 구은정

    한 방울의 하늘 2018 천에 염색, 한 점 45x45cm, 가변설치

  • 구은정

    한 방울의 하늘 (detail) 2018 천에 염색, 한 점 45x45cm, 가변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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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수 2018 수집한 표류물, 가변설치, 퍼포먼스

  • 구은정

    조수 2018 수집한 표류물, 가변설치, 퍼포먼스

  • 구은정

    조수 (detail) 2018 수집한 표류물, 가변설치, 퍼포먼스

  • 구은정

    하늘빛 고백 2018 천에 염색, 스테인리스, 가변설치

  • 구은정

    하늘빛 고백 2018 천에 염색, 스테인리스, 가변설치

Press Release

공백의 속도와 밀도

주변을 둘러본다. 의자, 책상, 스마트폰, 컴퓨터 등. 여러 사물과 이미지들이 눈에 들어온다. 아마 책을 읽거나 실패했을 것이고, 누군가에게 메시지를 보냈거나 통화를 했을지도, 의미 없는 무언가를 검색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공간과 시간 그리고 그 안의 사물과 이미지, 이런 외부적 요소들과 끊임없는 실재적, 관념적 관계를 설정하는 순간의 연속이 바로 개인이 감지하는 현재일 것이다. 그렇게 오늘이 외부와의 관계 맺음을 통해 조직된다는 다소 뻔한 이 항구적 법칙은 삶에서 쉽게 분리되지 않는다.

다시 주변을 둘러본다. 사물과 사물 사이, 공간과 공간 사이를 본다. 아니 그 보이지 않는 시공을 상상해 본다. 다양한 사물과 이미지로 만들어진 주변에서 아무것도 없는 주변을, 공란의 상태로 존재하는 주변을 마주한다. 주변은 항상 선명하게 존재했다. 그것을 구성하는 사물과 이미지는 단호했으며, 실재적으로 작동하며 나의 순간을 구성했다. 하지만 예외가 되는 시간과 공간, 그것이 만드는 주변을 마주해보면 내가 감지했던 현재가 하나의 모순이, 수수께끼가 되어 돌아온다. 주변의 공백은 현재라고 믿었던 시공이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는, 아니 어쩌면 전혀 현재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구은정의 작업은 이와 비슷한, 주변에서 공백을 감지하는 행위로부터 출발한다. 작가는 온갖 사물과 이미지의 조건으로 가득한 오늘과 별 관계가 없어 보이는 대상, 즉 실재적으로 비어있음의 상태로 존재하는 대상 혹은 장소에 관심을 갖고 작업을 진행한다. 하늘, 땅, 바다와 같이 관념적으로 희미하게 존재하는, 이름은 있지만 특정적이지 않은 광막의 대상을 나름의 방식으로 기록, 수집하고 이미지화하는 것이다. 송은 아트큐브에서 열린 이번 개인전 “오늘의 속도와 밀도”는 그 동안 작가가 비슷한 맥락으로 진행한 과거 작업들을 재구성해 보여주는 이전 시도의 작은 집합체이다. 전시에서 작가는 공백의 흔적을, 그 기록을 설치와 퍼포먼스 등의 방식으로 송출하며 오늘의 다양한 속도와 밀도를 공유한다. 전시는 크게 세 개의 작업으로 구성된다. 먼저 전시장 안쪽 화이트 큐브 공간 바닥에 설치된 <한 방울의 하늘>(2018)은 작가가 일정 기간 동안 매일 같은 시간에 올려다본 하늘의 색을 기록하고 그것과 같은 색의 염색 물감 한 방울을 손수건 크기의 하얀 천에 떨어뜨려 이미지화 한 시리즈 작업이다. 그리고 흰 공간의 바깥쪽, 그러니까 복도를 중심으로 건너편 로비 전체에 넓게 자리 잡은 <조수>(2018)는 바닷가에서 수집된 표류물들을 여기저기 흩트려 놓거나 임의적으로 쌓아둔 설치 작업이다. 마지막으로 <하늘빛 고백>(2018은 <한 방울의 하늘>(2018)과 연결되는 작업으로 작가가 수집한 하늘색들을 모두 합친 하늘색과 같은 색의 깃발을 송은 아트스페이스 본관 앞 야외 정원에 높이 세워 멀리서도 볼 수 있게 한 것이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위의 작업들은 일상적 의미 체계에서 반쯤 떨어져 있는 장소와 대상을 하나의 잠재적인 것, 고유한 것으로 받아들여 구조화하고 이미지화 한다. 여기서 공백의 대상이 이미지 혹은 물질로 치환되는 조건은 바로 작가의 신체이다. 모든 작업은 분명한 치환의 구조와 과정에 따라 순차적으로 진행되지만 그 구조를 수행하는 주체는 다름 아닌 작가의 신체인 것이다. 그리고 그 개입은 경우에 따라서는 지극히 주관적인 방식으로 전개되기도 한다. 예를 들면, 작가가 기록한 하늘의 색도, 그것을 합친 깃발의 색도, 또 작업이 설정하는 바닷가라는 공간과 표류물의 범위도 모두 작가가 임의로 결정한 것들이다. 그리고 이러한 작가 신체의 주관적 개입은 그것의 규준적 역할보다 행위적 차원에서 헤아려볼 때 더욱 분명하게 나타난다. 행위 주체로서의 신체의 적용은 작품 전체를 관통하며 다양한 방식으로 전개되는데, 이는 대상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다시 말해 대상의 단순 진술부터 필수적으로 행사되는 운동 주체로서의 역할까지 폭넓은 행위 모드를 설정하고 횡단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한 방울의 하늘>(2018)이 작가의 눈 높이에서, 그러니까 최초에 하늘을 올려다보고 기록한 조건과 같은 높이에서 같은 색의 물감을 천에 떨어뜨리며 신체의 행사를 다소 수동적인 테두리 안에 규정한다면, <조수>(2018)는 보다 적극적으로 신체의 개입을 받아들인다. 작업의 일부로 전시 오픈날과 마지막 날 진행되는 두 차례의 퍼포먼스에서 작가는 스스로 파도가 되어 작품을 구성하고 있는 표류물들에 직접적 행동을 가한다. 실제로 전시장과 가장 가까운 서해바다 어느 곳의 밀물 시간에 맞춰 약 20분간 진행된 첫 번째 퍼포먼스에서 작가는 한때 민감했던 그리고 분명했던 공백의 흔적들과 내밀한 접촉을 생성하며, 서로 스치고 넘어지고 쌓이고 상처를 입으며 그것의 위치를 바꾼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이와 같은 퍼포먼스 혹은 신체의 개입이 관객들에게 일종의 정념들을 즉각적으로 촉발시킬 거라 여겨지지만 실제 전시에는 기억을 촉발시키거나 의미를 강제하는 어떤 장치도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시장에서 처음 마주한 장면은, 즉 신체의 행사를 감지하기 이전의 작업은 극히 희미하고 미세한 상태로, 불확실한 기억의 징표로 다가올 뿐이다. 이후 바닥에 깔린 여러 개의 천에서 미묘하게 바뀌는 하늘색을 감지할 때, 또 퍼포먼스가 진행되고, 그것이 만드는 소리를 듣고 작가의 피부와 물질의 거친 표면이 스치는 장면을 목격할 때 긴장감과 같은 몇몇 지배적인 인상들과 기억들이 떠오르지만 그것들 역시 급격하게 팽창했다가 곧 사라져 버린다. 마치 여러 하늘색들을 혼합해 만든 하늘색 깃발이 다시 하늘에서 펄럭이는 <하늘빛 고백>(2018)처럼 전시장에서의 기억은 그것이 원래 기인한 곳으로 희미하게 사라진다. 그렇게 퍼포먼스를 포함한 전시의 모든 작품은 작가가 발견하고 기록한 공백의 상태를, 규정되지 않는 인상을 최대한 유지한 채 마치 하나의 수수께끼처럼 전달된다. 그것이 공유되기 어려운 기억의 성질 때문인지 아니면 작가가 치밀하게 계획한 것인지 불분명하지만, 공백의 흔적은 작가의 신체는 물론 그것을 관람하는 관객의 신체에 의해서도 특별한 기억을 재생하지 않은 채 공란의 상태 그대로 전달된다. 기호와 의미 체계 밖에 존재하는 대상이 명징화됨과 동시에 즉각적으로 소모되어버리는 이 과정은 제한적 명명의 작업으로부터 해방된 공백의 명명을 가늠하게 한다.

이처럼 작가가 공백의 대상과 관계를 맺는 과정은 그것의 단순 명명이나 억지 해석을 위한 것이 아니라 대상 그대로의 성질을 존중하며 공란의 존재를 축성하는 것이다. 이는 주변에 관한 개인의 무지를 또 현재와의 비현재적 관계를 인지하고 스스로 하나의 매개체가 되어 대상으로부터 멀어지고 결합하기를 반복하며 절대 공유되지 않을 수도 있는 공백의 흔적을 기록하는 지난한 사업이다. 앞서 설명했듯, 스스로를 소모하는 이 과정을 작가는 감정적 개입이 아닌 구조적 형태로 지속한다. 물론 작업에서 작가의 신체는 때론 주관적으로 행동하며 대상과의 직접적인 동화를 이루기도 하지만 이는 마치 기억의 편린처럼 일시적으로 동요했다가 구조 속으로 사라진다. 대상을 욕망하고 또 동일화를 시도하기도 하지만 작업에 내재된 기본 태도는 공백의 대상이 공백 그 자체로 공유되는 구조를 실험하는 것이라고, 대상의 실체를 파악한다는 망상의 생산은 아니라고 말한다. 그렇게 작업은 현재와의 완벽한 합일이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때문에 나름의 상상적 구조를 설계해야 한다고, 그것이 현재라는 불분명한 대상과의 내밀한 관계를 지속하는 방법이라고 말한다.

■ 권혁규 독립큐레이터

전시제목구은정 개인전: 오늘의 속도와 밀도

전시기간2018.05.04(금) - 2018.06.02(토)

참여작가 구은정

초대일시2018년 05월 04일 금요일 06:00pm - 08:00pm

관람시간월-금요일 09:00am - 06:30pm
토-일요일 12:00am - 06:00pm

휴관일공휴일 휴관

장르설치

관람료무료

장소송은 아트큐브 SongEun ArtCube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 421 (대치동, 삼탄빌딩) )

연락처02.3448.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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