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Am I?

2010.10.01 ▶ 2010.10.15

갤러리 도올

서울 종로구 팔판동 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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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ㅣ 2010-10-01 17pm

  • 박서림

    Who Am I? 한지에 수묵채색, 100x80㎝, 2010

  • 박서림

    Who Am I? 비단에 수묵채색, 47x55㎝, 2010

  • 박서림

    Who Am I? 한지에 수묵채색, 46x53㎝, 2010

  • 박서림

    Who Am I? 한지에 수묵채색, 140x175㎝, 2010

Press Release

1. 나는 무엇을 그리는가
나의 작업의 근간은 대상의 정체성(identity)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이다. 1996년부터 시작되어 '나는 멧돼지다'라고 명명한 일련의 작업들은 멧돼지라는 존재의 정체성에 대한 물음이었다. 2003년의 '스스로 내 꼴을 그리다'라는 전시 또한 나의 존재에 대한 탐구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특히 전자의 작업에서 본인은 '멧돼지'라는 존재의 진화 과정에 인간이 얼마나 많은 역할을 하였는지, 그 결과가 멧돼지라는 동물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숙고하였다. 나는 감정이입과 우의를 통하여 생각에 잠기기도 하고, 분노하기도 하고, 즐거워하기도 하고 마치 인간처럼 여러 감정을 드러내는 멧돼지를 형상화하였다. 동물원의 우리 속에 갇혀 길들여져 야성을 잃은 멧돼지의 모습은 어느 누구의 모습도 아닌 나 자신의 모습이었다. 이는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며 거대한 인간 동물원에서 근근히 살아가는 이 시대 인간의 초상화이기도 했다. 그림을 그리는 나의 행위는 결국 정체성에 대한 탐구인 것이다.

2. 내 안의 다른 나를 찾다
나는 누구인가? 인간은 자기 자신에 대해서 스스로 묻는 유일한 존재이다. 이러한 탐구는 나에서 확장되어, '인간은 무엇인가'라는 물음으로 귀결된다. 이것은 역사적으로 과학, 철학과 문학, 예술 등의 여러 분야에서 논의되어 오고 있으며 이러한 물음과 해답은 결국 인간의 존재 의의를 찾기 위한 과정과 노력이다. '인간 안에서 피조물과 창조자가 하나로 있다.' (니체) 니체(Nietzsche)는 인간은 항상 새로운 형식을 받아들일 수 있으며, 형식을 자기에게 부여하는 자가 바로 인간 그 자신이라고 한다. 나는 동물을 통해 인간을 보기 시작했다. 인간 안에는 동물과 인간이 하나로 있다. 나는 내 안에 현재의 모습이 아니라 자유로운 상상으로 나의 이상상이 잠들고 있음을 본다. 그 이상상은 나의 본성인지도 모른다. 내 안에는 피조물과 창조자, 전통과 혁신, 인간과 자연, 동양과 서양, 남성과 여성, 어른과 아이가 공존하고 있다.

내 안의 다른 나를 찾아 나선다. 멧돼지에서 출발한 동물의 탐구는 더욱 확장되어 호랑이, 얼룩말, 표범, 팬더, 까치, 토코투칸 등의 여러 동물로 전이되었다. 나는 인간, 여성, 전통, 현대, 꿈, 욕망 등으로 버무려진 나의 삶과 정체성을 동물의 모습과 인간의 모습을 결합(fusion)하여 표현하기 시작하였다. 호랑이(tiger)와 사자(lion)가 결합하여 새로운 종인 라이거(liger)를 만들어내듯 나는 스스로 자신의 새로운 모습을 만들어내고자 한다. 인간(humans)과 호랑이(tiger)의 모습을 통해 튜먼(Tumans), 얼룩말(zebra)의 모습을 통해 쥬먼(Zumans), 표범(leopard)의 모습을 통해 류먼(Lumans) 등 다양한 나를 만들어낸다. 이를 통해 '나'와 '나 아닌 것'의 구분이 무의미한, 시간과 공간의 구별조차 사라지는 새로운 화면을 추구한다. 이는 나 이외의 존재인 동물과 환경에 대한 관심을 표현하는 것이며 대상화된 자신이 자기를 바라보는 행위를 통하여 자아와 타아와의 대화를 추구하는 것이다. 인간이 진정으로 진화하려면 자신 이외의 것과 조화를 추구해야 한다. 나 이외의 것을 보아야 한다.

3. 털 있는 네 발의 인간이 미소 짓다
영국의 동물학자인 데즈먼드 모리스(Desmond Morris, 1928∼)는 인간을 '털 없는 원숭이(The Naked Ape)'라고 정의했다. 그가 말하길 지구상에는 193종의 원숭이와 유인원이 살고 있는데 그 가운데 192종은 온몸이 털로 덮여 있고, 단 한 가지 별종이 있는데, 이른바 '호모사피엔스'라고 자처하는 털 없는 원숭이가 그것이라고 했다. 그는 인간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 중의 하나가 바로 털이 없는 피부를 가진 것이라고 하였다. 사실상 인간의 피부는 털이 없는 벌거숭이로 외부에 완전히 노출되어 있다. 나는 여기서 반대로 '털 있는 인간'의 모습을 상상해 보기 시작한다. 지금 돼지의 조상이 털이 있는 멧돼지이듯이 털이 있는 나의 조상을 그려본다. 실제로 우리의 조상은 털을 가지고 있었다. 솔직히 나는 털이 없는 지금의 모습을 당당하게 그리지 못하고 있었다. 그의 정의를 빌어 오늘날 인간의 모습을 내가 표현한다면, '털 없는 옷 입은 원숭이'라고 할 수 있을까. 나는 언제나 옷으로 나의 몸을 가리기에 급급해 하고 있으며 나의 모습을 그린 자화상에서도 그러했다. 나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길 꺼리는 것은 왜 일까? 나의 원래 모습은 무엇인가? 나의 몸에 털을 그려 넣으니 비로소 당당할 수 있는 것은 왜 일까? 인간에게 있어서 직립보행의 의미는 상당히 크다. 손이 자유로워짐에 따라 그 밖의 모든 기능들을 보다 용이하게 수행할 수 있었으며 이는 두뇌의 확장으로 연결되었다. 결국 직립보행으로 신체의 자유와 정신의 자유가 허용되기에 이르렀다. 나는 여기서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는 진정 두 발로 직립 할 수 있는가? 나의 정신은 그만큼 자유로운가? 나는 직립이 아닌 두 손과 두 발로 땅을 디디고 있는 나의 모습을 그려본다. 겉으로 보기에는 힘들지 않은 척 하지만 속으로는 매우 고단하고 힘겹다. 아니 잠시라도 긴장을 늦추면 안 된다.

언제라도 곧바로 달릴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아이를 낳아 기르면서 인간에 대해 생각하는 많은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솜털로 뒤덮인 채 태어나 목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던 아이는 뒤집기를 하고 네 발로 기어 다니더니 드디어는 두 발로 걷기 시작했다. 인간의 놀라운 진화 과정을 바로 가까이에서 지켜볼 수 있었다. 무엇보다 두 발로 서기 이전의 네 발의 모습은 인간의 모습을 다시 생각할 기회를 주었다. 그 아이는 나의 모습을 대신하여 화면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또한 그 아이는 특별한 것을 가졌는데 바로 나를 향해 짓는 환한 '미소'가 그것이다. 미소는 웃음보다 훨씬 더 분화한 반응이라고 한다. 강도 높은 미소-이를 드러내고 얼굴을 빛내며 활짝 웃는 것-는 강도 높은 웃음과는 전혀 다른 기능을 갖고 있다. 누군가에게 미소를 지으며 인사하면, 그들은 우리가 우호적이라는 것을 안다. 그러나 소리 내어 웃으면서 인사하면, 그들은 그 웃음의 의미를 의심할 수도 있다. 미소는 가벼운 두려움이 존재한다는 것을 또한 두려움이 매력이나 승인 같은 감정과 결합했다는 것을 동시에 보여주는 특별한 인간의 신호이다. 그러한 미소가 나의 그림에 등장했다. 아이가 미소 짓고 내가 미소 짓고, 나의 그림이 미소 짓는다. 이 두려우면서도 매력적인 세상을 향해.

4. Who am I?
예술에 있어서의 새로움이란 본질에 대한 남다른 인식의 체계와 형상의 창조를 의미한다. 나는 작업을 하면서 자꾸 묻는다. 나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물론 나에 대한, 인간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정의는 불가능하다. 다만 나름대로 나 자신을 이해하고 타인을 이해하고 인간을 이해하려고 노력해 본다. 그림을 통해 인간의 과거를 돌아보고 인간의 미래를 상상해 본다. 이것이 나의 정체성에 관한 인식의 한 방법이며, 내가 그림을 그리는 이유이다. '나는 멧돼지다'라고 멧돼지의 야성을 잃지 않고자 외쳤듯이, 지금도 나의 본성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묻고 또 묻는다. 나는 늘 정의될 수 없는 존재이며, 그 물음은 영원히 계속 될 것이다. Who am I?
- 박서림

전시제목Who Am I?

전시기간2010.10.01(금) - 2010.10.15(금)

참여작가 박서림

초대일시2010-10-01 17pm

관람시간10:30am~18:00pm 일,공휴일 11:30am~06:30pm

휴관일없음

장르회화와 조각

관람료무료

장소갤러리 도올 Gallery Doll (서울 종로구 팔판동 27-6)

연락처02-739-1405

Artists in This Show

박서림(Park Seo-Rim)

1974년 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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